열 국 지 82

2023. 1. 28. 19:47열국지

*列國誌 82 : 楚漢誌 5, 韓信의 脫出

영포와 오예, 계포는 義帝(의제)를 죽인 뒤, 그 사실을 范增(범증)에게 보고하기 위해 팽성으로 달려왔다. 范增 은 義帝(의제)를 弑害(시해)했다는 보고를 받고, 까무러칠 듯이 놀라며 탄식한다.

"義帝는 그 옛날 무신공(項羽의 숙부인 항량)이 大王(대왕)으로 받들어 모신 어른이다. 그런 분을 시해했다니, 그것은 臣下로써 용서받지 못할 짓이다. 또한 만약 항량이 咸陽(함양)을 버리고 彭城(팽성)으로 遷都(천도) 하 면, 얼마 안 가 劉邦(유방)이 咸陽으로 쳐들어 올 텐데, 이 일을 어찌한단 말인가? 안 되겠다. 내가 빨리 침주로 가서 咸陽으로 再 遷都(재 천도)하도록 간언을 드려야겠다." 그러자 季布(계포)가 말한다. "지난번에 韓生(한생)이 項王께 咸陽으로 천도하라는 諫言(간언)을 올렸다가 烹殺(팽살 : 삶아 죽임)을 당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丞相(승상)께서는 어쩌 시려고 그런 諫言을 또 드리시겠다는 말씀 입니 까?" 范增이 다시 말한다. "만약 咸陽을 버리고 彭城으로 천도했다가는, 우리 모두가 劉邦에게 포로가 되는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될 것이오. 그러니 모두가 합심하여 함양으 로 再 遷都(재 천도)하도록 말씀드려야 하오. 이것은 우리 들 모두의 生死가 걸린 문제요."

范增은 계포에게 팽성을 지키게 한 뒤, 英布(영포, 오예 等과 함께 침주로 급히 돌아와 보니, 項羽는 팽성으로 천도하려고 짐을 꾸리고 있었다. 項羽는 義帝 를 죽여 버렸다는 보고를 받고 크게 기뻐하며 말한 다. "후, 이제야 심복지환 (心腹之患)을 제거해 버렸구나!" 그러나 范增은 심각한 얼굴로 말한다. "大王 전하! 전하의 심복 지환은 義帝가 아니옵고 劉邦이옵니다. 만약 우리 가 咸陽을 비워두고 彭城으로 천도를 하면, 劉邦은 몇 달 안에, 대군을 어느 리고 咸陽으로 쳐들어오 게 될 것입니다." 項羽는 그 말을 듣자, 소리를 내어 크게 웃는다. "亞父(아부)는 웬 걱정이 그리도 많으시오. 劉邦이 그렇게도 무서우 시오? 그자는 巴蜀으로 들어갈 때, 棧道(잔도)를 제 손으로 모조리 태워 버렸 소. 그것은 다시는 咸陽으로 나오지 않겠다는 증거가 아니고 무엇이겠 소. 게다가 巴蜀(파촉)에서 나오는 길목은 우리의 三秦王 들이 철통같이 지키고 있으니, 劉邦이 새가 아닌 바에야 어떻게 咸陽으로 나올 수 있단 말이오?"

張良이 일찍이 巴蜀으로 통하는 棧道(잔도)를 모조리 태워 버린 것은, 項羽의 경계심을 없애려는 計略(계략)이었는데, 項羽는 그 計略에 장량의 예상대로 속아 넘어간 것이었다. 그러나 范增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한다. "大王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은 크게 잘못된 판단 이시옵니다. 대왕께서 彭城으로 옮겨가시면, 三秦王(삼진왕)들의 경계 또한 절로 느슨해질 것이니, 어떻게 그들만 믿고 안심할 수 있겠사옵니까?" 項羽는 范增의 말을 건성으로 흘려들으며, "劉邦이 咸陽으로 나올 野心(야심)이 있다 면, 어째서 나올 길을 제 손으로 끊어 버렸겠소?. 그 한 가지 사실만 보아도, 劉邦은 모든 野心을 포기해 버렸음을 알 수 있는 일이 아니오?" 그러나 范增은 고개를 저으며 말한 다. "劉邦은 결코 野心을 포기해 버릴 사람이 아니 옵니다. 더구나 그의 휘하 에는 張良(장량) 이 있다는 사실을 아셔야 하옵니다." "으하하하, 이제는 張良이 아니라, 張良의 할아비가 온다 해도 나를 어쩌지 못할 것이오. 나는 이미 彭城으로 遷都(천도)할 것을 만 천하에 공포했으니, 빨리 짐이나 꾸립시다."

項羽의 결심은 요지부동이었다. 英布가 옆에서 듣다못해, "大王 전하! 丞相께서 이처럼 말씀하시 니, 만전을 기하기 위해 팽성보다는 함양으로 다시 가시는 것이 어떻겠 습니까?"하고 한마디 거들고 나왔는데.. 그러나 項羽는, "그대가 무얼 안다고 끼어들어 잔소리를 해대는가?"하고 즉석에서 면박을 준다. 이에 范增은 더 이상 말을 못 하아 고 한숨을 내쉬며, 그 자리를 물러나오고 말았다.

한편, 韓信은 張良과 작별하고 劉邦을 찾아 떠나려 다가 우선 都衛(도위 : 수도방어 사령관) 陣平(진평)의 집에 들렀다. 陣平은 평소부터 劉邦에게 호의를 가지고 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韓信 은 陣平의 마음을 떠보려 고, "項王이 咸陽을 비워 둔 채로 팽성으로 천도하 고 나면, 漢王 劉邦이 반드시 咸陽으로 쳐들어 올 것 같은데, 장군께서는 그 점을 어떻게 생각하십 니까?" 陣平은 한동안 생각하더니, 한숨을 쉬면서 대답한다.

"項王은 彭城으로 천도하 고 싶어서 義帝를 죽이기까지 하였소. 게다가 諫議大夫 韓生(간의대 부한 생)을 천도를 반대한다고 그를 끓는 기름 속에 삶아 죽여 버렸소. 이래 가지고 민심을 어떻게 이끌어 가려는지, 나로 서도 도저히 이해할 길이 없구려. 그에 비하면 漢王 劉邦은 寬仁厚德(관인후덕)하고 포부도 커서, 후일에 大成 할 것이오. 그러니 韓公은 여기서 썩지 말고, 漢王 劉邦을 찾아가 뜻을 한 번 마음껏 펼쳐보도록 하시오."

韓信은 그 말을 듣고 용기 백배하여 자신의 속마음을 솔직하게 밝혔다. "실은, 저는 지금 巴蜀으 로 韓王을 찾아가려고 나선 길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巴蜀으로 가려면 수많은 關門(관문)을 거쳐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그런 關門들을 무사히 통과할 수가 있을지 그 일이 걱정스러워 장군을 뵈러 왔습니다." "그 문제라면 조금 도 걱정하지 마시오. 모든 관문을 總管(총관)하고 있는 책임자가 바로 나요. 통과 패(通過牌)를 내줄 테니, 가지고 가시오." 그러면서 陣平은 즉석에서 <關門 通過牌 <관문 통과패,>를 내주었다.

'관문 통과패'는, 지나가는 지역의 위수(衛戍) 司令部(사령관)에서 물과 식량, 타고 온 말(馬)까지 바꿔 타고 갈 수 있는 권한을 가진 막강한 것이었다. 그러한 <관문 통과패>를 받아 쥔 한신은 뛸 듯이 기뻤다. 韓信은 陣平에게 두 손을 모아 감사하며 말했다. "將軍! 감사합니다. 후일, 제가 大成하게 되면 오늘의 장군의 은혜는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陣平 도 韓信의 손을 굳게 잡으면 말한다. "漢王을 뵙고 든 부디 충성을 다해 성공하도록 하시오. 나도 언젠 가는 漢王을 찾아가게 될지 모르오."

韓信은 陣平과 작별하고, 巴蜀을 향하여 말을 달려 나간다. 그런데 范增은 평소에도 劉邦을 경계하 느라고 관문을 철저히 지키라는 엄명을 내려 두었기 때문에, 비록 통과 패가 있어도 관문을 쉽게 통과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韓信이 처음으로 당도한 관문은 安平關(안평관)이었다. 안평관의 守門將(수문장)은 韓信 과 안면이 있는 서람이었 다. 그는 한신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묻는다. "韓 公께서는 무슨 일로 어디를 가시기에, 혼자 오셨습니까?" "나는 왕명을 받들고, 三秦王을 만나 러 가는 길이오." "그러 시 다면 언제쯤 돌아오실 예정입니까?" "아무리 늦어도 모레까지는 돌아오게 될 것이오." 수문장은 그 이상 물어볼 필요도 없어서, 韓信을 그대로 통과시켜 주었다. 그러나 韓信은 사흘이 지나고 나흘이 되어도 다시 돌아오지 않자, 수문장은 당황하여, 范增에게 모든 것을 사실대로 긴급 보고를 올렸다.

范增(범증)은 그 보고를 받아 보고 대경실색한다. "나는 韓信이라는 者가 마음에 걸려서, 그 者를 大將으로 발탁하든가
아니면 죽여 없애자고 했는데, 項王은 내 말을 듣지 않고 있다가 기어코 이런 일이 벌어졌구나. 韓信은 劉邦을 찾아간 것이 분명하니, 어떠한 일이 있어도 그자를 도중에 체포해 와야 한다." 范增 은 모든 關門(관문)에 <韓信 체포령>을 내렸다. 項羽 는 韓信이 사라진 사실을 알고, 大怒(대로)한다. "韓信이 라는 그 겁쟁이가 나를 배반하고 떠나다니, 이럴 수가 있는가!"

范增은 韓信에게 겁쟁이 라고 하는 말을 듣고, 項羽를 원망하듯 말한다. "韓信은 겁쟁이가 아니옵 고, 稀代(희대)의 將軍 깜이옵니 다. 韓信이 劉邦을 돕게 되면 우리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우환이 될 것이오 니, 어떤 일이 있어도 그 者가 巴蜀(파촉)에 가지 못하도 록() 도중에서 체포해야 합니다." 項羽는 그 말을 듣고 大將 鐘離昧(대장 종리매)를 불러 군령을 내린다. "그대에게 騎兵 2백을 줄 테니, 韓信 을 추격하여 그자를 체포해 오든지 아니면 베어 버리든지 하시오" 鐘離昧 는 2백 騎의 군사를 어느 리고 安平關으로 달려와, 수문장에게 물어본다."

守門將(수문장)은 사실대로 보고 하고 나서, "이곳을 통과한 지 이미 닷새가 지났으므 로 지금쯤은 국경 부근까 지 갔을 것이옵니다. 장군께서 직접 추격하시 기애는 너무 늦었으니, 차라리 三秦王들에게 비각(飛脚)을 보내 그들로 하여금 쫓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사옵니다."하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그럴 성싶어, 종리매는 三秦王들에게 韓信을 쫓게 하고 자기 자신은 침주로 돌아와, 項羽에게 사실대로 告한다. 項羽는 보고를 받고 고개를 끄덕이며, "멀리 가 버렸다면 그냥 내버려도 시오. 남의 사타구니 밑을 기어 나온 겁쟁이가 어디 간들 무슨 큰일을 해낼 수 있겠소? 巴蜀으로 가는 길이 모두 끊겨 버렸다니 까, 韓信은 劉邦에게 가고 싶어도 길이 없어 못 갈 것이오. 그러나 만일을 위해서, 呂臣과 從公 等, 두 장수로 하여금 咸陽을 지키게 하고, 우리는 예정대로 彭城으로 옮기 도록 합시다." 이렇게 項羽는 모든 사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기어코 도읍을 팽성으로 옮기고야 만다.



한편, 韓信은 安平關(안평관)을 무사히 통과하고, 다음 관문인 大散關(대산관)도 무사히 통과하였다. 그러나 그때부터는 길이 너무도 험한 여 張良으로부터 받은 지도를 펴놓고 간도(間道 : 사잇길)를 찾아보고 있는데, 별안간 저 멀리서 十餘 騎의 군사들이 말을 달려오고 있었다. 韓信은 아무것도 못 본 척, 말을 천천히 몰아갔다. 군사들 이 가까이 다가오며 소리를 높여 물었다. "그대는 성명이 어떻게 되는가?" 韓信은 말을 멈추며 대답했다. "나는 李珍이란 사람이오." "지금 어디로 가는 길인가?" "포증에 친척이 있어서, 친척을 만나러 가는 중이오." "關門 通過牌(관문 통과패)가 없을 텐데, 무슨 재주로 관문을 통과했는가?" "통과패가 없다 면 關門을 어떻게 통과했겠소? 통과패가 여기 있으니 잘 보시오."

군사들이 통과패를 돌려 보느라고 방심하는 순간, 韓信은 허리에 차고 있던 張良이 준, 예의 그 寶劒(보검)을 뽑기가 무섭게 십여 명의 병사들을 눈 깜짝할 사이에 모조리 베어 버렸 다. 그리고 난 後, 말을 달려가려는데 반대편에서 다섯 명의 군사들이 또다시 달려오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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