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 방 랑기 200화 마지막회

2021. 3. 2. 07:39김삿갓 방랑기


★ 시인 김삿갓 방랑기 200화(마지막 회)

[乘彼白雲 羽化登仙(승피백운 우화등선)

돌이켜보면 기구하기 짝이 없었던 50 평생이었다.
그러기에 혼미한 의식 속에서 자신의 생애를 회고하며 김삿갓은 다음과 같은 마지막 시를 읊기 시작하였다.

鳥巢獸穴皆有居(조소수혈개유거) : 날짐승도 길짐승도 제집이 있건만,
顧我平生獨自傷(고아평생독자상) : 내 평생을 돌아보니 혼자만 슬프게 살아왔노라.

芒鞋竹杖路千里(망혜죽장로천리) : 짚신에 지팡이 끌고 천릿길 떠돌며,
水性雲心家四方(수성운심가사방) : 물처럼 구름처럼 가는 곳이 내 집이었다.

尤人不可怨天難(우인불가원천난) : 뛰어난 사람은 하늘이 준 고난을 원망할 수 없어
歲暮悲懷餘寸腸(세모비회여촌장) : 죽을 때가 되니 슬픔이 마디마디 창자에 남는다.

初年有謂得樂地(초년유위득락지) : 어려서는 이른바 넉넉한 집에 태어나
漢北知吾生長鄕(한북지오생장향) : 한강가 이름 있는 고향에서 자랐노라.

註] 김병연의 출생지는 한강 북쪽 경기도 양주로 알려져 있다.

簪纓先世富貴人(잠영선세부귀인) : 지위가 높은 조상은 부귀영화를 누려 왔던 사람
花柳長安名勝庄(화류장안명승생) : 장안에서도 이름 높던 가문이었다.

隣人來賀弄璋慶(인인래하농장경) : 이웃 사람들 생남했다 축하해 주며,
早晩歸期冠蓋場(조만귀기관개장) : 언젠가는 출세하리라 기대했건만,

髮毛稍長命漸奇(발모초장명점기) : 자랄수록 운명이 자꾸만 기구하여
小劫殘門變海桑(소겁잔문변해상) : 오래잖아 상전이 벽해처럼 변했다.

依無親戚世情薄(의무친척세정박) : 의지할 친척 없고 인심도 각박한데,
哭盡爺孃家事荒(곡진야양가사황) : 부모마저 돌아가셔 집안은 망했도다.

終南曉鐘一納履(종남효종일납이) : 새벽 종소리 들으며 방랑길에 오르니
風土異邦心細量(풍토이방심세량) : 생소한 객지라서 마음 애달팠노라.

心猶異域首丘孤(심유이역수구고) : 마음은 고향 그리는 떠돌이 여우같고,
勢亦窮途觸藩羊(세역궁도촉번양) : 신세는 궁지에 몰린 양 같은 나로다.

……

시(詩)조차 읊을 기운이 떨어진 김삿갓은 잠시 뜸을 두었다가다시 읊기 시작했다.

南州從古過客多(남주종고과객다) : 남쪽 지방은 자고로 과객이 많은 곳
轉蓬浮萍經幾霜(전봉부평경기상) : 부평초처럼 떠돌아가기 몇몇 해던고.

搖頭行勢豈本習(요두행세기본습) : 머리 굽신거림이 어찌 내 본성이리오,
楔口圖生惟所長(설구도생유소장) : 먹고 살아가기 위해 버릇이 되었도다.

光陰漸向此巾失(광음점향차건실) : 그런 중에도 세월은 속절없이 흘러가
三角靑山何渺茫(삼각청산하묘망) : 삼각산 푸른 모습 생각할수록 아득하네.

江山乞號慣千門(강산걸호관천문) : 떠돌며 구걸한 집 수없이 많았으나
風月行裝空一囊(풍월행장공일낭) : 풍월 읊는 행랑은 언제나 비었도다.

千金之家萬石君(천금지가만석군) : 큰 부자 작은 부자 고루 찾아다니며,
厚薄家風均試嘗(후박가풍균시상) : 후하고 박한 가풍 모조리 맛보았노라.

身窮每遇俗眼白(신궁매우속안백) : 신세가 기구해 남의 눈총만 받다 보니
歲去偏傷髮髮蒼(세거편상발발창) : 흐르는 세월 속에 머리만 희었도다.

歸兮亦難佇亦難(귀혜역난저역난) : 돌아가자니 어렵고 머무르기도 어려워
幾口彷徨中路傍(기구방황중로방) : 노상에서 방황하기 몇 날 몇 해이던고.

김삿갓은 여기까지 씨부려 보다가 마침내 기운이 진해 입을 다물어 버리고 말았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언제나 응구첩대(應口輒對)로 시를 읊어댄 것은 그의 타고난 천품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시를 읊을 기력조차 없어져 버렸던 것이다.

그리하여 눈을 감은 채 오랫동안 무거운 침묵에 잠겨 버리고 말았다.
배는 가벼운 바람에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

이윽고, 눈을 감고 있는 김삿갓의 심안(心眼)에는 홀연히 한 조각 하얀 구름이 떠올라 보였다.
그리고 잠시 후에는 누군가가 그 구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며,

“乘彼白雲(승피백운 : 저 하얀 구름을 타고), 羽化登仙(우화등선 :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간다)!”
하고 읊조리는 소리가 분명하게 들려왔다.
김삿갓은 그 소리가 들려오자, 별안간 몸을 꿈틀하며,

“뭐? 승피백운 우화등선......?”
하고 입속말로 뇌까리다가 다음 순간 마지막 숨을 거두고 말았다.

이리하여 삼천리 방방곡곡을 두루 편답하며 수많은 시를 뿌려 놓은 천재 시인 김삿갓은 마침내 전라도 동복 적벽강 나룻배 위에서 영구 귀천했으니 때는 지금으로부터 157년 전인 1863년 철종(哲宗) 14년 3월 29일이요, 향년 56세였다.

- 글을 마치며 -
방랑시인 김삿갓은 사후(死後)에 전라도 땅에 묻혔다가 그의 둘째 아들 익균(翼均)에 의해 고향인 영월 땅으로 이장(移葬) 되었다. 후일 사람들은 그를 기려 강원도 영월군 김삿갓면 와석리 216번지로 그의 유택(幽宅)에 주소를 붙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사람이 죽게 되면 통상은 매장을 하지만 중앙아시아의 북방 유목 민족들은 새를 숭배하여 장례를 치를 때 조장(鳥葬), 천장(天葬)을 한다. 죽은 영혼이 하늘나라로 접근하는 가장 지름길을 새라는 동물로 본 것이기 때문에 새가 죽은 사람의 시체를 뜯어 먹도록 함으로써 영혼이 하늘에 가깝게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원작자 이상윤 교수의 마침 글임).

“승피백운 우화등선”
방랑시인 김삿갓이 마지막에 남긴 말처럼 그의 영혼(靈魂)은 분명히 새가 되어 창공을 마음껏 훨훨 날아서 하늘나라에 갔을 것이다.
살아생전 이 세상을 자유롭게 주유천하 했던 것처럼 그의 다음 생애도 누구에게 구속받지 않고 자유롭게 그리고 자신의 잘못이 아닌 조상의 업보 때문에 능력을 펴보지도 못한 한을 모두 풀었으면 좋겠다.

그동안 애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끝.

매일 1화씩 200화까지 게재하는 동안이 200일이라는 날짜가 흘렀네요.
짧은 기간인 것만 같았지만 지나고 보니 상당히 긴 기간이었습니다.
그동안 이상윤 교수가 집필한 “방랑시인 김삿갓”을 매일 아침마다 지인으로부터 받아서 “시인 감삿갓 방랑기”로 제목을 바꿔 본질적인 내용 변경 없이 약간의 편집과정을 거친 다음 여러분에게 전해드렸습니다.
먼저 원작자인 이상윤 교수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함게 해주신 애독자 여러분께도 감사드리면서 오늘부로 게재를 마감합니다.
편집자 : 박 정 봉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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