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아버지
2026. 4. 24. 10:53ㆍ자유게시방
어느 아버지
아버지, 어머니, 딸 이렇게 세 식구가
모처럼의 가족여행 중에 교통사고가 났습니다.
자동차가 언덕 아래로 구르는 큰 사고 였습니다.
어머니만 상처가 가벼울 뿐 아버지와 딸은 모두
크게 다쳐서 병원에 입원 해야했습니다.
특히 딸은 상처가 깊어서 오랫동안
병원치료를 받았음에도 평생 목발
을 짚고 다녀야했습니다.
당시 사춘기였던 딸은 무엇보다도
마음의 상처가 깊었습니다.
친구들이 학교에서 체육을 할 때에도 딸은
조용히 그늘에서 그들을 구경만 했습니다.
그나마 같은 목발 신세인 아버지가
딸에게는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아버지도 지난 교통사고 이후
목발을 짚어야 하셨던 것입니다.
딸이 투정을 부려도 그 처지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아버지가
나서서 말없이 받아주었습니다.
딸에게는 아버지와 같이 공원 벤치에
나란히 목발을 기대놓고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유일한 행복이었습니다.
딸은 힘들고 어려웠던 사춘기를
잘 넘기고 대학을 입학하였고 그 입학식
에 아버지도 참석해 주셨습니다.
그 해 어느 날이었습니다.
세 식구가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마침 그 앞에서 작은 꼬마 녀석이
공놀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공이 큰길로
굴러가자 꼬마는 공을 주우려고 좌우도 살피지 않고
자동차가 오고 있는 큰 길로 뛰어
들었습니다.
이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아버지가 목발을 내던지고
큰 길로 뛰어들어 꼬마를 안고 길 건너쪽
으로 달려가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딸은 자기 눈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잠시 후 어머니가 딸을 꼬옥 안아
주며 딸에게 이렇게 속삭였습니다.
"애야, 이제야 말 할 때가 된 것 같구나.
사실은 너의 아버지는 다리가
전혀 아프지 않으시단다. 퇴원 후에 다 나았거든
그런데 네가 목발을 짚어야 된다는 사실을 알고 나신
후 아버지도 목발을 짚겠다고 자청하셨단다.
너와 아픔을 같이 해야된다고 하시면서 말이다.
이것은 아빠 회사 직원들은 물론 우리
친척들도 아무도 모르는 사실이란다.
오직 나와 아버지만이 아는 비밀이야."
딸은 길 건너에서 손을 흔드시며
어린아이처럼 해맑게 웃으시는 아버지를 보면서 오랜시간
자신을 위해 말없이 가슴속에 품었던 아버지의
사랑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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