寂寂惺惺(적적성성)

2026. 1. 24. 14:32좋은글

菜根譚

제 175장 : 寂寂惺惺(적적성성) :

일이 없거나 있을 때 고요함과 밝은 지혜를 활용하라/

 

無事時    心易昏冥    宜寂寂而照以惺惺

무사시    심이혼명    의적적이조이성성

 

有事時    心易奔逸    宜惺惺而主以寂寂

유사시    심이분일    의성성이주이적적

 

일이 없을 때는 마음이 어두워지기 쉽다.

의당 고요한 가운데 깨어 있는

마음으로 사물을 비춰봐야 한다.

 

일이 있을 때는 마음이 흐트러지기 쉽다.

의당 깨어 있는 가운데 고요함으로 중심을 삼아야 한다.

 

 

혼명(昏明)은 어둡고 캄캄하다는 뜻이다.

바삐 내달리는 분일(奔逸)과 반대되는 뜻으로 사용되었다.

적적(寂寂)은 조용하고 차분하다는 뜻이다.

이는 불가(佛家)에서 말하는 선정(禪定)에 해당한다.

한마음으로 사물을 생각하여 마음이 하나의 경지에

정지하여 흐트러짐이 없는 수행법을 말한다.

성성(惺惺)은 맑고 깨어 있다는 뜻의 청성(淸醒)과 통한다.

불가의 지혜(智慧)에 해당한다.

마음을 갈고 닦아 언제나 깨어 있는 것을 지칭한다.

적적과 성성은 선가의 주요한 수행법이다.

이를 정혜쌍수(定慧雙修)내지 선혜겸수(禪慧兼修)라고 한다.

 

사람이 나태해지는 것은 한가할 때이다.

일이 없기에 마음을 쓸 일이 없고, 마음을 쓰지 않으니 어두워진다.

기름진 음식을 즐기다가 비만에 걸리는 꼴이다.

육식에 채소를 겸해 균형을 맞추듯이 일이 없어 한가할 때는

의도적으로 스스로를 채찍질 할 필요가 있다.

정반대로 일이 많아 정신없이 바쁠 때는 마음이

갈팡질팡하며 사방으로 분산되기 십상이다.

이럴 때는 오히려 잠시 바쁜 마음을 가라앉힌 뒤

차분히 자신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게 바로 깨어 있는 밝은 지혜로 사리를 비춰 보는 ‘선혜겸수’의 방법이다.

 

‘선혜겸수’를 상기시키는 일화가 『한비자』 「설림 하」에 나온다.

유세객 환혁(桓赫)이 이같이 말했다.

“조각을 할 때는 기본원칙이 있다.

코는 무엇보다 크게 하고, 눈은 무엇보다도 작게 하는 게 그렇다.

큰 코는 작게 할 수 있지만 작은 코는 크게 할 수 없다.

작은 눈은 크게 할 수 있지만 큰 눈은 작게 할 수 없다.”

조각할 때의 이런 기본원칙을 각삭지도(刻削之道)라고 한다.

‘각삭지도’는 처음부터 모든 것을 완벽한 형태로 얻겠다는 생각보다는 현실의 여건을 두루 고려해

목표를 순차로 달성해가는 점진적 자세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이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조각할 요량으로 눈을 크게 조각하거나 코를 작게 조각해 놓으면 이내 실패하고 만다.

나중에 눈을 작게 고치고 싶어도 고칠 수 없고, 코를 크게 키우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비자』의 이 일화는 매사에 여지를 남기는 단계적 사고방식을 강조하고 있다.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해내겠다는 급진적 사고방식은 위험하다.

자기만이 옳다는 독선적 사고가 전제돼 있기 때문이다.

단계적 사고는 현실과 순응하며 점진적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까닭에 갈등과 마찰도 적다.

시행착오에서 오는 손실도 줄일 수 있다.

세상의 모든 일이 이렇다.

복구가 불가능한 일을 행할 때 신중히 접근하면 실패하는 경우가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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