炎涼(염량)
2025. 10. 19. 17:19ㆍ좋은글
菜 根 譚
제 6부 : 炎涼(염량) : 세상 인심을 읽어라.
제 126장 : 不形不動(불형부동) :
자신에 대한 기만과 모멸을 눈치채도 들어내지 말라,
覺人之詐 不形於言 受人之侮
不動於色 此中有無窮意味 亦有無窮受用
각인지사 불형어언 수인지모
부동어색 차중유무궁의미 역유무궁수용
남의 속임수를 알지라도 입으로 말하지 말고,
남에게 모욕을 받을지라도 안색으로 드러내지 말라.
그 안에 무궁한 뜻이 담겨있고, 또한
무한한 작용이 숨어있다.
불만이 있을지라도 입으로
표현하지 않는 불형어언
(不形於言)과 안색에 드러내지 않는
부동어색(不動於色)이
대구를 이루고 있다.
다양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는
뜻의 무궁의미
(無窮意味)와 무수한 작용을
내포하고 있다는 뜻의
무궁수용(無窮受用)은 “불형어언‘과
’부동어색‘의 결과에 해당한다.
직설적인 언행을 자제하라는 주문이다.
뻔히 알면서도 속는 척할 필요가 있다.
또한 상대방이 아를 모욕할지라도 성을
내지 말아야 한다.
모욕을 참고 이겨내면 모욕한 자가
스스로 부끄러워하게 된다.
그러나 이를 행할 수 있어야만 능히
상대방을 내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
큰 뜻을 지닐수록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며
스스로 절제할 필요가 있다.
한나라 선제(宣帝) 때 승상을 지낸 병길(丙吉)은
원래 옥리 출신이다.
자가 소경(少卿)으로 노나라에서 태어났다.
기원전 91년 한무제의 여태자가 무함(誣陷)에
걸려 패사하는 무고(巫蠱)의 ’옥사‘가 빚어졌다.
태어난 지 몇 달이 되지 않은 여태자의 손자인
유순(劉詢)도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이때 감옥을 관장하던 병길이 유순을 불쌍히
여겨 극진히 돌보았다.
얼마 후 한무제는 장안의 감옥에
천자의 기운이 돈다는
소문을 듣고 모든 죄인을 죽이라고 명했다.
병길이 끝까지 유순을 지켜냈다.
이후 20여 년이 흘러 유순이 황제가 되니
그가 바로 한선제(漢宣帝)다.
하루는 어떤 사람이 한선제의
어린 시절을 들려주자
한선제가 크게 감동해 곧바로 병길에게
큰 벼슬과 땅을 하사하고자 했다.
병길이 거절하자 화를 냈다.
”그대는 짐을 은혜도 모르는 부덕한
사람으로 만드려고 하는 것인가?“
병길이 부득불 한선제의 명을 받아들였다. 여기서
절구부제(絶口不提) 성어가 나왔다.
’절구‘는 함구(緘口), 제(提)는 손으로
사물을 바르게 들어낸다는 뜻이다.
어떤 일에 대해 확실하게 비밀을 지킨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이후 병길은 태자태부(太子太傅)와
어서대부(御史大夫)를
거쳐 마침내 승상의 자리에 올랐다.
『한서』 「병길열전」에 따르면 한 번은
그의 수레를 모는
마부와 함께 밖에 나가게 되었다.
마부는 술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도중에 마부가
토해 자리를 크게 더럽혔다.
승상부의 하속들이 마부를 면직시키려고 하자
명길이 만류했다.
”취해서 실수를 한 것이다. 이를 추궁하면 도대체
어디에 몸을 둘 수 있겠는가?
그의 실수를 너그러이 용서토록 하라.
단지 승상 수레의 방석
하나를 더럽힌 일에 지나지 않는다.“
한 번은 병길이 민정시찰을 위해 밖으로
나갔다가 사람들이 서로
격렬히 싸우는 모습을 보고는 못 본 체하며
그대로 지나쳤다.
다시 길을 가다가 소가 헐떡이며 마차를
모는 것을 보고는
이내 수레를 멈추고 그 연유를 물었다.
승상부의 하속이 사람을 중시하지 않고
소를 중시한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백성이 서로 싸워서 죽고 상하는 것은
장안령(長安令)과
경조윤(京兆尹)이 조치할 일이다.
이는 재상이 직접 간섭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다.
지금 크게 더운 계절도 아니고 소가 멀리
오지 않았는데도 헐떡이니
이는 음양의 조화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를 알아보는 것은 재상의 직책이다.
병길문우천(丙吉問牛喘)내지 병길문우
(丙吉問牛) 성어가 나온 배경이다.
병길이 소가 헐떡이는 것을 물었다는 뜻이다.
길에서 사람들이 싸우는 것을 단속하는
일은 지방관장의
직분이므로 재상이 관여할 바가 아니나,
수레를 끄는 소가 숨을 헐떡이는 것은
음양의 조화를
꾀하는 제상의 직분이라고 본 것이다.
재상의 역할이 무었인지 잘 알았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그가 늘 예양(禮讓)을 중히 여긴
결과로 풀이할 수 있다.
오봉(五鳳) 3년 (기원전 55) 봄, 병길이 병사했다.
정후(定侯)에 추시(追諡) 되었다.
(추시(追諡) = 죽은 뒤 시호를 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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