照魔斬魔(조마참마)
2025. 10. 17. 07:11ㆍ좋은글
菜 根 譚
제 125장 : 照魔斬魔(조마참마) :
지식과 의지로 악을 살피고 끊어라.
勝私制慾之功 有曰識不早
力不易者 有曰識得破 忍不過者
승사제욕지공 유왈식부조
역불이자 유왈식득파 인불과자
蓋識是一顆照魔的明珠
力是一把斬魔的慧劍 兩不可小也
개식시일과조마적명주
역시일파참마적혜검 양불가소야
사욕을 이겨내는 방법과 관련해
혹자는 ‘빨리 깨닫지 않으면 힘으로 억제하기가 어렵다’고 하고,
혹자는 ‘설령 깨닫을지라도 인내심이
부족해 끝내 이겨낼 수 없다’고 말한다.
대개 지식은 사마(邪魔)를 비추는 한 알의 밝은 구슬이고,
의지는 사마를 베는 한 자루의 지혜로운 검이다.
2가지 모두 없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일과조마(一顆照魔)의 명주(明珠)는
사마(邪魔)를 비추는 한 알의 밝은 구슬로 곧 금강석을 의미한다.
사물의 이치를 통찰했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득도한 고승들의 유골에서 나오는 사리(舍利)와 취지를 같이한다.
대구(對句)로 나오는 일파참마(一把斬魔)의 혜검(慧劍)도 같은 의미다.
사마를 베는 한 자루의 지혜로운 검을 뜻한다.
번뇌의 얽매임을 일거에 끊어 버리는 지혜를 상징한다.
‘미운 놈에게 떡 하나 더 준다’는 우리말 속담이 있다.
이는 사사로운 정에 이끌릴 경우 대사를 그르칠 수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천하의 인재를 구할 생각은 하지 않고 자신이 아는 소수의
사람으로 내각을 꾸려가는 식의
이른바 ‘회전문인사’를 할 경우는 이는 스스로 패망을 부르는 것이다.
적장일지라도 뛰어난 인재라면 과감히 껴안을 줄
아는 아량을 베풀 줄 알아야 한다.
삼국시대의 조조가 그런 식으로 인재를 그러모아 천하를 호령했다.
중요한 시기일수록 이런 식의 역발상이 필요하다.
병법으로 치면 적의 허를 찌르는 것이다.
일종의 허허실실(虛虛實實)에 해당한다.
‘허허실실’의 사례로 당현종의 천보 연간에 활약한
재상 이면(李勉 )을 들 수 있다.
이면이 젊었을 때 송주(宋州)의 한 여관에서
어떤 선비와 함께 머물게 되었다.
선비는 문득 큰 병에 걸려 급히 의원을 불러
치료했지만 허사였다.
선비는 죽기 직전 이면에게 갖고 있던 황금을
내주면서 이같이 부탁했다.
“내 가족은 홍주(洪州)에 살고 있고. 나는 중앙으로
올라가 관원이 되고자 했는데 여기서 죽게 되었소.
하인에게는 이 얘기를 하지 마시오.
내가 죽거든 당신은 이 돈으로 장례를 치르고
나머지는 그대가 갖도록 하시오.”
이면은 그리하겠다고 했다.
장례를 치르는 데 필요한 비용 외에 나머지 황금은
모두 관속에 넣고 함께 묻었다.
몇 년 뒤 개봉으로 가서 관원이 되었다.
죽은 선비의 동생이 홍주 관부로 부터 형님이 죽었다는
통지를받고 형님이 죽기 전에 갔던 길을 따라
홍주까지 왔다.
동생은 이면을 보자마자 황금의 소재부터 물었다.
이면은 자초지종을 말한 뒤 선비의 동생과 함께
선비를 묻은 곳으로 가 무덤을 파내고 황금을 꺼내
동생에게 돌려주었다.
이 후 이면은 공부상서와 도통(都統) 등을 역임한
뒤 당덕종 때 재상의 자리에 올라 견국공 (汧國公) 에 봉해졌다.
원래 이면의 부친 이택언(李擇言)도 선정으로 이름이
높아 안덕군공(安德郡公)에 봉해졌다.
그의 아들 이이간(李夷簡) 역시 명신으로 이름을 떨쳤다
. 문하시랑(門下侍郞)을 지냈다.
이이간이 양빙(楊憑)을 탄핵하여 임하위(臨賀尉)로
좌천시킬 적에 친구들 중에 감히 그를 전송 하는 사람이
없었다. 이때 서회(徐晦)만이 교외까지 배웅하였다.
이이간이 서회를 요직에 천거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그대는 양빙을 저버리지 않았으니 국가를 저버리려 하겠는가?”
이이간 집안이 삼대에 걸쳐 나라의 중신을 지낸 것이 당연하다.
친구 간의 은혜를 저버리고 의리를 지키지 않는 자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군주와 어버이를
저버리지 않는 자가 없다.
군주와 어버이는 참으로 큰 은혜에 해당하지만
큰 은혜든 작은 은혜든 배신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저쪽을 가벼이 여기는 자가 이쪽이라고 중히 여길 수 있겠는가?
따라서 개인적인 은혜를 잊지 않는 사람은
결코 나라를 저버리지 않는다.
남북조시대 남조 동진의 장수 유유(劉裕)가 대의를
기치로 내걸고 권신인 환현(桓玄)을 토벌할 때
휘하장수 주영석(朱齡石 )이 유유에게 청했다.
“저희 집안은 대대로 환씨의 은혜를 입었습니다.
부디 저를 후진에 배치해 주십시오.”
유유가 그를 의롭게 여겨 이를 허락했다. 주영석은
결국 유유에게 충성을 다하다 죽었다.
환현을 토벌한 것도 의로운 행보이고, 주영석이
은혜를 잊지 않은 것도 의로운 행보이다.
크고 작은 차이만 있을 뿐이다.
유유가 주영석을 의롭게 여김으로써 그의 충성심을
이끌어 낸 것은 나름 높이 평가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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