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야화)운 학 신선 도량
2025. 10. 9. 20:08ㆍ자유게시방
운학신선도량
적막강산 청아한 소쩍새 소리에 달빛 물든 문풍지가 가늘게 떨고 있었다.
소녀경(素女經) 을 덮고 불로주(不老酒)를 한잔 마신 우생원이 후~ 촛불을 끈 후,
사랑방을 나와 고양이걸음으로 쪽문을 빠져나갔다.
안마당을 거쳐 대청에 올라 안방 문고리를 잡았다.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단전호흡을 길게 세번 하고 속으로 접이불루(接而不)를 계속 다짐하며 바람처럼 안방으로 들어갔다.
“어흠” 가벼운 기침소리에 부인 소을댁이 벌떡 상반신을 일으켜 머리를 쓰다듬고 옷매무새를 고쳤다.
딱 한달 만의 안방 출입이다.
지난번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우생원은 접이불루를 계속 외웠다.
옷고름을 풀기도 전에 소을댁의 몸뚱어리는 벌써 불덩이가 됐다. 우생원은 서두르지 않았다.
과거를 볼 때 머릿속이 깜깜해서 식은땀을 흘리던 생각을 했다.
발정난 암고양이가 담장 위에서 울부짖는 소리는 윗목에서 나고 펄을 걸어가는 황소의 발자국 소리는
아랫목에서 났다. 숨소리도 가빠지고 발자국 소리도 빨라졌다.
“아~ 안돼, 안돼!” 또 실패했다. 우생원은 머리를 쥐어뜯었다.
이튿날 우생원은 집을 나서서 힘없는 발걸음으로 개울을 건너고 고개를 넘어 한나절 뒤
흑석산 동굴에 다다랐다. 흐르던 땀이 쑥 들어갔다.
운학신선도량(雲鶴神仙道場). 컴컴한 동굴 속으로 우생원은 조심스럽게 들어갔다.
“사부님, 우생원 문안드립니다다다다.”
“또 지키지 못했구나~~~.”
동굴 속 목소리는 공명으로 울림이 퍼져 말꼬리가 길어진다.
놀란 우생원이 겨우 형체만 보이는 사부에게, “어떻게 아셨어요?”
땅땅땅! 지팡이로 땅을 치며, “이놈아, 그런 어리석은 질문은 하지 마~~~!”
어찌나 크게 고함을 지르는지 메아리가 길게 이어졌다.
운학신선도량은 인간을 불로장수 신선으로 만드는 도장이다.
신선이 되는 길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지만 가장 핵심이 되는 수련은 접이불루다.
운학선사께서 설파하는 요지는 방사(房事)는 하되 사정(射精)은 하지 마라, 이것이다.
우매한 인간들은 정액을 가끔 배출해주지 않으면 썩든지 울체되어 해롭다고 생각하는데,
접이불루는 오히려 생기를 북돋고 노쇠한 기능에 활력을 불어넣어 젊음을 되찾아준다는 것이
운학선사의 지론이다.
운학선사의 실천방법론은 이렇다.
비가 오거나 천둥이 치거나 밤안개가 자옥이 낀 날은 교접을 피하라.
심신이 피곤할 때도 여자 곁에 가지 마라.
냉한 곳에서 방사를 치르지 마라.
여자가 달거리를 할 때도 근방에 가지 말고,
하현달과 그믐달이 떴을 때도 교접을 피하고, 무더위가….
이 세상은 만물이 양기운과 음기운으로 나뉘어 서로 대치하고 화합하며 균형을 이루고 있는데,
양이 음에게 기운을 뺏기면 천지조화가 무너지고 양은 쇠약해져 늙고 병든다.
따라서 여자와 교접을 하더라도 양기를 뺏기지 마라!
교접 중에 생각을 멀리하고 단전호흡으로 정(精)이 설(泄·새는 것)하는 걸 막아라.
운학선사가 목소리를 한껏 낮춰 “어찌하여 내 가르침을 거역하여 기를 날려버렸느냐?”
우생원은 힘없이 말했다.
“제가 어떻게 선사님의 가르침을 거역하겠습니까.
부인이 불덩어리가 되어 요분질하는 통에 제가 이를 악물고 딴생각과 단전호흡을 해봤지만 허사였습니다.”
운학선사는 긴 한숨을 쉬더니,
“네놈이 거금을 주고 산삼이다 우황이다 온갖 보약을 먹고,
거북바위 위에서 몇날 며칠 가부좌를 틀어 천지의 기운을 모으고,
나의 설법으로 몸과 마음의 찌꺼기를 씻어내고 한 게 어제, 어젯밤이다.
네놈이 정을 설함으로 모든 게 도로아미타불이 된 거야!”
우생원이 고개를 바짝 쳐들고, “선사님, 지금부터는 아예 합방(合房)을 하지 않겠습니다.”
삼년이 흘렀다.
선사의 가르침에 따라 보름 동안 수행하고 하산한 우생원이 삼일 후,
비틀거리며 운학신선도량 동굴 속으로 들어섰다.
그의 손에는 시퍼런 낫이 들려 있고 입에서는 술냄새가 진동했다.
“운학인지 개학인지 이 새끼 어디 있어어어어!”
고래고래 지르는 고함은 동굴이 무너질 듯 쩡쩡 울렸다.
“네놈을 믿고 이백년을 살려다가 마누라는 도망가버리고 어린아이는 제 어미를 찾아 울고 있다.”
낫날이 목을 걸고 있어도 운학도사는 태연하게
“야 이놈아, 나의 사부님이 누군 줄 아느냐? 바로 너의 조부님이시다.
너의 조모님 묘지가 있더냐? 없지! 일찍이 가출하여 사라졌으니!”
우생원은 술이 확 깼다.
선사가 수염을 쓰다듬으며
“네 조부의 가르침으로 수행하다가 내 마누라도 흔적 없이 사라졌다.
논문서 밭문서 집까지 팔아치우고 도망을 갔어!”
어두컴컴한 동굴 속은 적막에 싸였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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