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妓生) 소백주(小柏舟) - 17회
2025. 4. 1. 07:58ㆍ수호지
기생(妓生) 소백주(小柏舟) - 17회
제17회 뇌물 삼천 냥
그러나 그 기대는 말짱 허사였다.
그렇게 기다리기를 무려 일 년, 이제나저제나 이 정승이 자신을 불러 주기만을 기다리고 가슴 졸이며 사랑방의 식객 노릇을 해왔건만 도무지 감감무소식이었다.
그렇게 이 정승의 사랑방 식객이 되어 기다리는 동안 김 선비는 조선 팔도의 그렇고 그런 변변찮은 수많은 선비들이 세도가인 이 정승 집에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앞다투어 누구누구 연줄을 타고 돈 꾸러미를 챙겨 들고 몰려와서 벼슬을 청탁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중 드물게 몇몇은 소원을 성취하여 가기도 했는데, 거개(擧皆)가 자신과 같은 꼴이 되어 하염없이 세월만 죽이고 기다린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러다가 스스로 지쳐서 그곳을 떠나 낙향하기도 했고, 또 다른 실력자를 찾아 청탁하러 떠나기도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김 선비는 이 정승 말고는 비빌 연줄도 없었고, 다른 뾰쪽한 방도도 없었다.
죽으나 사나 여기서 승부를 보아야만 했다.
그러던 중 아무래도 돈을 많이 가져다 바친 사람 순으로 벼슬자리를 먼저 얻어 나가고, 자신처럼 돈을 적게 바친 사람은 아무리 기다려도 소식이 없나보다 하고 생각하기에 이른 김 선비는 하인을 시켜 고향에 있는 아내에게 편지를 보내 얼마간 남은 논밭을 팔아 처분하여 다시 천 냥의 돈을 만들어 보내라고 했다.
몇 달 뒤 그렇게 하인의 등짐에 짊어져 올라온 돈 천 냥을 김 선비는 이 정승에게 또 가져다 바쳤다.
“뭘 힘들게 이런 거를 또 가져 왔어! 으음!....... 그거라면 저기 사랑방에 가서 며칠 묵으면서 기다려 보시게나!”
이 정승은 지난번같이 똑같이 그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김 선비는 설마하니 이번에는 정말로 무슨 소식이 있겠지 하고 학수고대하며 기다렸다.
그런데 또 맹꽁이 파리 잡아먹은 듯 돈 천 냥을 꿀꺽하고 삼켜 먹고는 꿩 구워 먹은 속처럼 감감무소식이었다.
가슴을 바삭바삭 태우며 다시 일 년을 더 기다려보아도 소식이 없자 답답한 김 선비는 아무래도 바친 뇌물이 아직도 부족한가 보다고 생각하고는 또 하인을 시켜 고향의 아내에게 편지를 보내 남은 논밭을 더 팔아서라도 천 냥의 돈을 더 만들어 보내라고 하였다.
기왕에 벼슬을 구걸하러 작정하며 돈을 짊어지고 한양 길을 왔는데, 뜻도 이루지 못하고 여기서 물러선다고 한다면 도무지 아니 될 일이었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고 생각한 김 선비는 집안의 전 재산을 다 바쳐서라도 기필코 뜻을 이루어야만 했다.
더구나 지금 이 정승에게 바친 돈이 얼마인가?
논밭을 팔아 마련한 돈 이천 냥이 아닌가!
여기서 포기한다는 것은 조상 대대로 물려온 전답을 팔아 만든 그 피 같은 돈 이천 냥을 포기한다는 것과 진배없었다.
몇 달 뒤 또 김 선비는 아내가 전답을 팔아 마련해준 돈 천 냥을 하인이 지게에 짊어지고 오자 또다시 이 정승에게 고이 가져다 바쳤다.
김선비가 이정승에게 바친 뇌물은 이제 삼천 냥이나 되었다.
- 18회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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