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생(妓生) 소백주(小柏舟) - 12회
2025. 3. 25. 07:57ㆍ수호지
★ 기생(妓生) 소백주(小柏舟) - 12회
제12회 신선한 기적
그 말을 들은 신 씨 부인은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그만 엉거주춤 방 안에 앉지도 못하고 엉겁결에 간다는 인사 말도 못한 채 그만 정 씨 점쟁이 영감 집을 허겁지겁 빠져나오고 말았다.
그런데 그 흉악한 짓을 당한 그곳을 다시 지나가며 그놈이 죽어 자빠진 것을 보고 ‘아이고!’하고 저고리를 거꾸로 입고 곡을 세 번하고 가라니 겁이 나고 공포가 밀려와 도무지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 흉한 작자의 죽은 몰골을 어찌 볼 것인가?
그러나 그것이 자신이 반드시 치러내야만 할 운명이라면 죽음을 무릅쓰고라도 기꺼이 그리해야했다.
그리만 하면 남편의 병이 씻은 듯이 낫는다 하지 않은가!
신 씨 부인은 마음을 다잡으며 입을 앙 다물었다.
그리고 집을 향해 곧바로 나는 듯 길을 달려갔다.
그렇게 바삐 걸어가는 신 씨 부인이 어느새 못된 사내놈에게 봉변을 당했던 산 고갯마루 풀숲 언저리에 당도했다.
신 씨 부인은 정 씨 점쟁이 영감 말을 떠올리며 정말 그 말이 맞을까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 언저리를 샅샅이 눈여겨 살펴보았다.
자신을 강탈해 욕보인 그 흉악한 사내놈이 그곳 풀숲 언저리 어디 쯤에 급살을 맞아 고꾸라져 죽어있다지 않았는가?
신 씨 부인이 조심조심 풀숲 아래 소나무 바위 쪽으로 난 길을 유심히 살펴보니 거기 하얀 옷깃 같은 게 희미하게 보였다.
두려움으로 두근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살금살금 그리로 가보니 거기 검은 수염이 온통 얼굴에 돋아난 웬 시꺼먼 사내가 두 눈을 하얗게 뜨고 죽어 나자빠져 있지 않은가!
신 씨 부인은 크게 날숨을 들이쉬며 두려운 마음을 애써 가다듬고는 정 씨 점쟁이 영감이 시킨 대로 얼른 저고리를 벗어 거꾸로 입고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하고 허리를 구부려 세 번 곡을 했다.
그리고는 ‘걸음아 날 살려라!’하고 얼른 뒤돌아서서 잽싸게 몸을 빼고는 집 가는 길로 쏜살같이 내빼듯 뛰어 달렸다.
흉악한 꼴을 본 신 씨 부인은 자꾸 쿵쾅쿵쾅 두근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정말 남편의 병이 다 낫기 만을 바라며 뛰는 듯 나는 듯 잰걸음을 재촉하며 부리나케 집을 향해 달려갔던 것이다.
한참 만에 헐레벌떡 집에 당도한 신 씨 부인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곧바로 방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남편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아침에 집을 나설 때는 방안에 죽은 듯이 누워있던 남편의 얼굴에 생기가 도는 듯 벌겋게 보이는데, 허겁지겁 달려 들어간 신 씨 부인을 보고는 배가 고프다며 얼른 먹을 것을 달라고 말을 하지 않는가!
- 13회에 계속 -
'수호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기생(妓生) 소백주(小柏舟) - 14회 (1) | 2025.03.27 |
---|---|
★ 기생(妓生) 소백주(小柏舟) - 13회 (0) | 2025.03.26 |
★ 기생(妓生) 소백주(小柏舟) - 11회 (0) | 2025.03.24 |
★ 기생(妓生) 소백주(小柏舟) - 10회 (0) | 2025.03.21 |
기생(妓生) 소백주(小柏舟) - 9회 (0) | 2025.03.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