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 탈 감 제

2025. 3. 3. 07:39좋은글

菜   根   譚

제 14장 : 擺脫減除(파탈감제) : 속습과 물욕에서 벗어나라.

 

作人, 無甚高遠事業, 擺脫得俗情, 便入名流, 爲學, 無甚增益工夫, 減除得物累, 便超聖境

작인, 무심고원사업, 파탈득속정, 변입명류, 위학, 무심증익공부, 감제득물루, 편초성경,

 

(사람으로서 위대한 업적을 남기지 못할지라도 속세의 욕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능히 위인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

 학문을 하는 사람으로서 학업의 성취를 이루지 못할지라도 물질에 대한 욕심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능히 성인의 경지에 오를 수 있다.)

 

파탈(擺脫)은 어떤 구속이나 예절로 부터 벗어나는 것을 말한다.

기존의 가치와 관행을 과감히 깨는‘참신’에 전제돼야 한다.

평시에 파탈의 행보를 보이면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왕조시대에는 자칫 역도로 몰려 목숨을 부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난세는 다르다. 위기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들 수 있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능히 새 왕조를 창업할 수도 있다. 대표적인 인물로 삼국시대의 조조를 들 수 있다.

조조는 끊임없이 노력한 덕분에 진수의 ‘삼국지’와 사마광의 ‘자치통감’에서 당대 최고의 영웅이라는

찬사를 받을 수 있었다.

군웅들 가운데 뒤늦게 일어섰음에도 제폭구민(除暴救民)의 공의(公儀)를 기치로 내걸고 천하의 인재를

그러모은 덕분이다.

이에 공명한 천하의 인재들이 그의 휘하로 구름같이 몰려들었다.

유비의 ’제폭구민’ 기치가 공의보다는 사의(私義)에 가깝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깨달은 결과다.

실제로 그의 휘하에는 싸움을 잘하는 용장, 꾀를 잘 내는 모사, 언변과 글솜씨가 뛰어난 문사, 등

온갖 유형의 인물이 다 모여 있었다.

‘파탈의 미학’에 입각해 실력 위주의 인재 등용과 신상필벌 원칙을 관철한 덕분이다.

 

‘파탈의 미학’은 21세기의 살벌한 경제전쟁 상황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스마트시대를 창도해 세계 제1의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선 애플제국이 그 실례다.

조조는 희로애락의 감정을 그대로 들어냈지만 천하의 선비와 백성들 모두 그의 ‘파탈’ 행보에 감복했다.

스티브 잡스 역시 어렸을 때부터 ‘우주를 놀라게 하자’는 웅혼한 좌우명을 갔고 있었다.

“애플제국‘의 창업주가 된 그 역시 새 제품을 발표할 때마다 정장 대신 청바지를 입고 온갖 독설과 자화자찬을

늘어놓지만 전 세계의 소비자들은 환호했다.

잡스가 천하 사람을 감동시키게 된 과정은 조조와 마찬가지로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잡스는 자신이 세운 회사에서 쫓겨나는 식의 온갖 수모를 당했다.

그는 이에 좌절하지 않고 부단히 노력한 결과 애플제국을 만들어냈다.

여러모로 조조와 닮았다.

조조의 ”제폭구민’ 기치를 ‘손안의 세상’으로 상징되는 ‘이용후생’으로 바꾼 것만이 다를 뿐이다.

애플을 ‘기술기업을 넘어선 예술기업’으로 승화시킨 결과다.

조조와 잡스 모두 ‘파탈의 미학’을 체득한 덕분에 천하통일의 기반을 닦았던 셈이다.

 

편초성경(便超聖境)은 이내 성인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뜻으로 곧 ‘파탈의 미학’을 통해 해당 분야에서

최고의 경지에 오르는 것을 달리 표현한 것이다.

그 비법이 물루(物累) 즉 물질에 대한 욕심을 벗어던지는 공부를 권하고 있다.

그런 공부가 바로 성학(聖學)에 해당한다.

조선조의 사대부들은 주자의 가르침을 그대로 좇은 나머지 공허한 사변학에 불과한 성리학을 ‘성학’이라고 했다.

도덕적인 수양을 극도로 중시했던 당시의 기준으로 볼 때는 나름 일리가 있다.

그러나 그것은 신학(神學)에 준하는 높은 수준의 도덕학(道德學) 내지 윤리학(倫理學)일 수는 있어도

여기서 말하는 “성학‘은 될 수 없다.

여기서 말하는 ’성학‘은 말 그대로 물욕을 벗어던진 끊임없는 공부(工夫)를 말한다.

학문이나 기술을 부단히 배우고 익히는 게 바로 그것이다.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학문을 하는 사람으로서 학업의 성취를 이루지 못할지라도 물질에 대한 욕심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능히 성인의 경지에 오를 수 있다‘고 언급한 게 그 증거다.

속정(俗情) 운운한 것 도 바로 이 때문이다.

속정에 얽매인 사람은 아무리 높은 이상을 지니고 있을지라도 졸렬한 결과만 얻을 뿐이다,

지나친 명예심으로 인해 반드시 남의 위에 서고자 하는 자,

금전에 대한 욕심이 지나쳐 나머지 비루한 모습도 마다하지 않는 자,

마음이 한쪽으로 치우쳐 자신의 일족이나 지연과 혈연 및 학연 등이 같은 사람만 중용하는 자, 등이

이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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