螢 雪 之 功
螢: 개똥벌레 형
雪: 눈 설
之: 갈 지
功: 공 공
(반딧불과 눈(雪)빛으로 이룬 공 / 어려움을 견디며 이뤄낸 성과)
동진(東晉·317~419)은 중국 역사상 문화가 가장 화려하게 꽃핀 나라다.
무릉도원을 시로 노래한 도연명, 중국 회화사에서 인물화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고개지,
서예를 예술로 승화한 왕희지는 모두 동진 출신이다.
조선에서도 1500년을 앞뒤로 채 100년도 안 되는 시기에 서경덕, 이황, 이이, 기대승 등 내로라하는 사상가들이
활약했다.
동진에 차윤(車胤)이라는 선비가 있었다.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했지만 집안이 가난해 불에 쓸 기름조차 구하지 못했다.
그래서 차윤은 여름이 되면 수십 마리의 반딧불이(螢)를 주머니에 잡아넣어 그 빛으로 밤새워 책을 읽어 마침내
이부상서(조선시대 이조판서 격)가 됐다.
같은 시대 손강(孫康) 역시 성품이 곧고 어려서부터 배움에 큰 뜻을 두었지만 집이 가난해 기름을 살 돈이 없었다.
그는 겨울밤이면 하얀 눈(雪)에 글을 비추어 책을 읽었고, 뒤에 벼슬이 대사헌까지 올랐다.
한자를 즐겨 쓰는 사람들이 흔히 책상을 설안(雪案)이라 하는 것은 손강의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다.
두 얘기 모두 (진서)에 전해온다.
형설지공(螢雪之功)이나 형창설안(螢窓雪案)은 어려운 처지에서도 뜻을 꺾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는 의미다.
형창설안은 ‘반딧불 창에 눈 책상’이란 뜻이다.
형설지공을 형설(螢雪)로 줄여 쓰기도 한다.
인간은 성취 자체보다 거기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에 더 감동한다.
땀의 가치를 아는 까닭이다.
재능은 노력을 이기지 못한다.
세상에는 재능으로 성공한 사람보다 노력으로 성공한 사람이 훨씬 많다.
‘천재’라는 이름을 달고 시작한 자 중에 끝까지 그 이름을 단 자는 많지 않다.
남을 탓하고, 사회를 탓할 순 있다.
하지만 남의 탓 이전에 자신이 쏟은 노력의 덩치를 재봐야 한다. 그게 순서다.
노력은 쉽게 배신하지 않는다.
출처 : 진서(晉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