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지 17 편

2024. 7. 23. 07:41수호지


★ 수호지(水湖誌) - 17

제3장 표범머리를 가진 남자

제9편 귀양지에서 9-1

사랑하는 아내 장씨와 애끓는 작별을 마치고, 임충은 창주 땅을 향해 길을 떠났다.
그를 압송하는 두 명의 관리는 동초와 설패였다.

개봉부 공문에는 임충을 창주 노성으로 넘기라고 쓰여 있었지만, 그들은 가는 도중에 임충을 없애버릴 계획이었다.
임충이 떠나기 전에 육겸이 두 사람에게 은자 열 냥을 주고, 고태위의 분부니 가는 길에 죄인을 없애라는 당부를 했기 때문이다.

때는 6월의 폭염 길이었다.
불볕더위에 숨이 턱턱 막히는데다 임충은 종기가 나서 걷기가 더욱 힘들었다.

“여기서 창주까지 2천 리가 훨씬 넘는데 언제 가려느냐? 어서 빨리 걸어라!”
동초와 설패는 몽둥이를 휘두르며 그를 소처럼 끌고 갔다.

낮인데도 해가 가린 울창한 숲속에 도착하자, 세 사람은 더 이상 걷지 못하고 모두 쓰러졌다.
그곳은 야저림(野猪林)이라는 곳으로 동경성에서 창주로 가는 가장 험준한 곳이다.
동초와 설패는 큰 소나무에 임충을 묶어놓고 말했다.

“육겸이라는 자가 고태위의 분부라고 하면서 너를 죽이라고 했다. 어차피 죽을 텐데 더 고생하다 죽는 것보다는 미리 죽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 우리 여기서 이만 끝장내고 말자.”
그 말을 듣자 임충은 눈에서 눈물을 흘러내리며 애원했다.

“두 분은 나와 원수진 일이 없는데 왜 나를 죽인단 말이오. 내 목숨을 살려주시면, 그 은혜는 맹세코 잊지 않을 것이오.”
그러나 동초는 코웃음을 쳤다.

“여보게, 이 녀석과 한가하게 수작이나 할 텐가? 어서 요절내고 가세.”
설패가 몽둥이를 들어 임충의 머리를 내리치려는 찰나였다.
송림 속에서 벼락같은 호통소리가 들리며 한 자루의 철선장이 날아와 두 사람의 몽둥이를 떨어뜨렸다.

“네, 이놈들아, 하늘이 무섭지 않느냐?”
호통소리에 놀란 임충이 고개를 들었다.

호통을 친 사람은 뜻밖에도 노지심이었다.
두 사람이 놀라서 어쩔 줄을 몰라 벌벌 떨고 있을 때 노지심이 다시 소리쳤다.

“이놈들아! 너희 두 놈의 머리통과 이 소나무 중 어느 것이 더 단단한지 시험해 보겠다.”
노지심이 철선장을 번쩍 들어 소나무를 내리치니 소나무는 단 번에 우지끈 하고 두 동강이 나버렸다.

그러자 동초와 설패는 혼쭐이 나서 달아나 버렸다.
며칠 후 노지심과도 헤어진 임충은 시진(柴進)의 집을 찾았다.

시진은 주나라 세종 황제의 자손으로 무덕 황제가 내린 책과 철로 만든 활을 가지고 있어서 아무도 그를 얕보지 못하는데다 큰 재산가여서 그의 이름은 멀리 동경까지 알려진 터였다.

임충은 시진의 집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것을 알고 한번 만나보고 싶어 찾아갔다.
시진 역시 80만 금군 교두인 임충의 이름을 잘 알고 있었다.

시진은 임충의 방문을 몹시 반가워하며 곧 잔치를 베풀어 주었다.
주객이 함께 술잔을 기울이고 있을 때 기골이 장대한 사내가 거만한 태도로 그들 앞에 나타났다.

임충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예의를 갖추어 그에게 자리를 권했다.
그러나 홍교두라 불리는 그는 거만하고 괘씸하게 굴었다.

“대관인께서는 왜 유배당한 군장 따위를 정중하게 접대 하시는지요?”
홍교두는 임충을 대놓고 하대하는 말을 하자, 시진이 그의 말을 받았다.

“이 분은 80만 금군교두 사부십니다. 다른 사람과 같이 보아서는 안 됩니다.”
“하하하, 대관인께서 워낙 창봉을 좋아하셔서 가끔씩 유배당하는 어중이떠중이 군인들이 창봉 훈련관이라고 찾아와서 배불리 얻어먹고 돈까지 뜯어가지 않습니까?”
“아닙니다. 임교두는 천하의 고명하신 호걸이십니다. 부디 말씀을 삼가십시오.”
그러자 홍교두는 앉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임충을 향해 말했다.

“어디, 네 봉술 솜씨가 얼마나 뛰어난지 한번 겨뤄 볼까?”
때마침 달빛이 낮처럼 훤히 뜰을 밝히고 있었다.

홍교두가 뜰로 나가 창봉을 잡자 임충은 시진의 스승을 욕되게 하는 것이 온당치 않다고 생각하여 선뜻 응하지 않았다.

그러자 홍교두는 자기의 위세에 겁을 먹은 줄 알고 기고만장이었다.
곁에서 보고 있던 시진은 심히 괘씸하여 임충에게 말했다.

“홍교두가 저러니 부디 겸손해하지 마시고, 한번 봉술을 시험해 보시지요. 그간 홍교두가 늘 적수가 없다, 적수가 없다하셨습니다.”
임충이 말을 들어보니 홍교두는 시진의 스승도 아닌 것 같았다.

임충은 이내 몽둥이를 들고 그의 가슴을 겨누고 섰다.
홍교두는 몽둥이를 번쩍 치켜들고 그의 머리를 노렸다.

물론 홍교두는 임충의 적수가 아니었다.
두어 합이 못되어 허리로 번개같이 들어오는 몽둥이를 막아내지 못하고, 홍교두는 땅바닥에 나둥그러지고 말았다.

곁에서 보던 시진은 물론 장객들이 크게 웃었다.
홍교두는 얼굴이 사색이 되어 밖으로 달아나 버렸다.
시진은 더욱 임충을 공경하여 후당에 머물러 있게 하고 날마다 대접했다.

- 18회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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