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이 신 묘약이다

2023. 7. 8. 09:33웃으면 복이 와요

🏃‍♂️보행이 신묘약이다💕

🌾만석지기 밀양 조 참봉은 요즘 거시기가 영 맥이 없다.
얼굴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떠벌리던 말수도 부쩍 줄었다.
추월관에서 술을 마시고 수기생이
붙여주는 제일 예쁜 기생과 뒷방에 깔아놓은 금침으로 들어갔건만...
식은땀만 흘리다가 얼굴도 못 들고
나와버렸다.

가끔씩 안방에서 부인도 안아줘야 집안이 편할 텐데,
어린 기생한테도 안 서는 놈이 부인한테
도리가 있을 소냐.
“내 나이 이제 마흔 줄에 이렇게 인생이 끝나서는 안되지.”
조 참봉은 황 의원한테만 매달렸다.

백년 묵은 산삼,우황,사향,해구신에다
청나라에서 들어온 경면주사까지 사 먹느라 문전옥답이
열두 마지기나 날아갔으나 별 효험은 없었다.
이 기생 저 기생, 그리고 마음 편히 느긋하게 하겠다고 
안방마님 치마도 들쳐 봤지만 결과는 효과 별무였다.
황 의원은 이번에 다른 처방을 내렸다.

“조 참봉, 아무리 명약이라도 가슴속에서 불꽃이 타오르지 않으면 허사야.
어부인, 기생들 모두 닳고 닳은 헌것들이잖아. 
전인미답의 새것을 품어봐요.”
조 참봉은 황 의원의 권고대로 논 다섯 마지기를 주고
소작농의 딸인 열다섯 숫처녀를 첩실로 맞아들였다.

잔뜩 기대를 했건만 역시, 자라목마냥 움츠린 양물은 기어 나올 줄 몰랐다.
조참봉은 울화통이
치밀어 팔을 걷어 붙이고 황 의원을 찾아갔다.

“야 이 돌팔아. 네놈은 오늘 내 손에 죽었다.
네놈의 처방을 따르느라 문전옥답 몇 마지기가
날아간 줄 알아?”
황 의원에게 주먹질을 하고도 분이 안 풀려 
주막에 가서 술을 퍼 마셨지만 취하지도 않았다.

삼경이 돼서 뒤뚱뒤뚱 집으로 돌아와 대문을 두드리려니
문간방에서 터져 나오는 간드러진 신음소리에 조참봉은 돌처럼 굳었다.
황소가 진흙 뻘밭을 걸어가는 것 같은 소리...
커다란 파도처럼 끊임없이 살과 살이 부딪히며 내는 찰싹거리는 울림...
숨이 넘어갈 것 같은 여인의 감창...

조 참봉은 이튿날 행랑아범을 사랑방으로 불러
술 한잔 따라주며 물었다.
“자네가 나보다 두 살인가 많지 아마?”
꿇어앉아 조 참봉의 술잔을 받은 행랑아범은
“그러한 줄 알고 있습니다.”
조참봉은 자초지종을 털어놓았다.
“자네는 며칠에 한번씩 밤일을 치르는고?”
“부끄럽습니다. 이틀,사흘 터울로….”
조 참봉이 깜짝 놀랐다.
“비결이 뭔가?”
 "저만 따라 하시면 됩니다"

이튿날 행랑아범은 단봇짐에 여비를 잔뜩 메고, 
조참봉은 맨몸으로 그의 뒤를 따라 집을 나섰다.
첫날은 이십 리도 못 걸었다.
턱과 목이 구분이 안 되는 데다 
배는 산더미처럼 솟았고 
걸음걸이는
뒤뚱뒤뚱하며,
평지를 걷는 데도
헉헉 숨이 차고 땀은 비 오듯 쏟아졌다.

어둠 살이 내릴 때
주막에 들어간 조 참봉은 저녁을 먹는 둥 마는 둥 쓰러져 잠이 들었다.
이튿날 아침을 먹고 또 걸으니 조참봉 왈.
“오랜만에 잠을 푹 잤네.”
다음날도 이십리,
그 다음날은 고개를 넘느라 시오리를 걸었다.

“자네 혼자 걸으면 하루에.”
조 참봉의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행랑아범이 답했다.
“고개가 있으면 팔십 리, 평지는 백리쯤 거뜬히 걷지요.”
조 참봉은 헉헉거리며 물었다.
“그 음양수를 마시러 가는데 왜 말을 타면 안 되는 건가?”

“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마는,
말을 타거나 가마를 타고 가서 그걸 마시면 
말짱 허사가 됩니다 요.”
조 참봉은 한숨을 푹 쉬었다.

“얼마나 가야그 약을 먹고 약수를 마실 수 있나?”
“참봉 어르신 걸음으로는 석 달 넘게 걸립니다.”
바위에 털썩 주저앉은 조 참봉이 탄식을 하더니만 두 눈을 부릅뜨고 물었다.
“거짓말이 아니지?”

행랑아범이 단호히 말했다.
“거짓이면 삼 년치 소인의 새경을 받지 않겠습니다. 
그 대신 효험이 있다면 삼천 냥을 주십시오”

어느 날,소피를 보고 난 조 참봉이 고함을 쳤다.
“보인다, 보여! 내 양물이 보이네!”
행랑아범이 씩 웃었다.

올챙이처럼 배가 튀어나와 자신의 양물을 보지 못했는데,
이제 그걸 보게 됐으니 배가 좀 들어갔다는 소리다.

걸음도 점점 빨라져 하루에 오십리는 거뜬했다.
먼 걸음에 지쳐 주막에 들어가면 술 한잔 마시지 못하고 쓰러져 코를 골았다.

두달이 돼갈 때쯤, 함경도 땅으로 들어가자 조 참봉의 걸음은 더욱 빨라져
하루에 칠,팔십리나 걸었다.

집 떠난 지 두 달 스무 닷새째. 조 참봉이 산속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있자 행랑아범이 환약세일과 표주박에 담긴 물을 건넸다.
조참봉은 환약을 털어 넣고 음양수를 벌컥벌컥 마셨다.
그날 조 참봉은 온정리 기생집에 들어갔다.
그는 참으로 오랜만에 기생을 기절시켰다.
조참봉은 희색이 만면했다.

“그 명약을 한번 더 먹고 음양수를….”
행랑아범은 고개를 저었다.

함경도 끝자락에서 밀양 집으로 돌아올 땐 번개처럼 내달렸다.
돌아와서 약속대로 조참봉은 행랑아범에게 삼천 냥을 줬다.
사실, 조참봉이 마신 물은 개울물이었고, 환약은 토끼 똥이었다.
행랑아범은 조참봉 집을 떠나며 이런 글귀를 남겼다.
‘步行(보행)이 神藥(신약)이다”

▪️이야기 끝▪️
많이 걸으세요.🏃‍♂️🏃‍♀️
 💊보약이 따로 없다네요!👌 

'웃으면 복이 와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가다 의 신 세계  (0) 2023.07.10
60년대 피서지  (0) 2023.07.08
C발 아조씨  (0) 2023.07.06
개 세탁  (0) 2023.07.05
잡탕 모음  (0) 2023.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