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리카 출장 기행 문 (35)

2022. 6. 6. 06:19아프리카 출장 기행 문


★ 아프리카 출장 기행문 (35)

뉴 수단(남부 수단)은 북부 수단과 현재 국경지역에 서로 군대를 배치해놓고 대치하고 있는 휴전상태이다.
쿨 총리는 뉴 수단 전선에 약 35만 명의 군인이 배치되어 있다고 했다.

박사 엔지니어는 가장 시급한 과제가 우간다 국경으로부터 뉴 수단의 수도인 주바(Juba)까지의 도로건설이라고 했다.
연장은 약 200Km 정도이다.

그다음이 주바와 카 포에타를 연결하고, 또 다른 도시와의 삼각형 도로망을 건설해야 하는데, 그 연장은 약 2,000Km에 달했다.
그리고 전국 도로망 장기적 건설계획은 무려 20,000 여 Km가 된다고 말해서 공교롭게도 모두 2자와 관련된 숫자였다.

모든 도로는 우선 비포장으로 건설한 후 나중에 석회석 광산을 개발하여 순차적으로 콘크리트 포장을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 지역에 대한 지형측량이 이루어진 지형도가 없어서 도로개설 선형(線型)을 도무지 계획할 수가 없을 것 같다.
따라서 설계측량을 겸한 시공측량이 도로개설 공사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생각되었다.

당초 우리는 금광지역을 조사하면서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GPS(위성을 통해 위치와 고도 등을 확인하는 계기)를 휴대하고 있었으므로 이를 사용해 보았으나 위성과 연결하는 기지국이 없어서 무용지물이었다.
GPS는 요즈음 측량에 있어서 필수적인 장비이다.

내가 아는 바에 의하면, 지구 상공에 24개의 위성이 쏘아 올려져 3개는 예비용이고, 21개가 작동 중에 있어서 전 세계를 모두 커버하고 있다고 알고 있으나 유독 이 지역은 권역을 벗어나 예외지역이었다(2002년 당시).

엔지니어가 가지고 있는 지도는 케냐에서 구입해 온 것으로 딱 한 장 밖에 없었다.
뉴 수단 내에서는 아무것도 얻고자 하는 것을 기대할 수가 없었다.

앞으로 독립해야 할 뉴 수단은 대부분의 땅덩어리가 한마디로 지구 상에 마지막 남은 미개발지역으로 인간이 자연과 함께 원시적으로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맞을 것 같다.

이를 다시 말하면, 자연이 거의 훼손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으나 한편, 사람이 자연 속에서 자연의 순리대로 거의 동물적 삶을 살고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는 것이다.

원두막 같은 집을 짓고 사는 것도 원시적이었고, 소와 양 그리고 염소 등의 가축을 목초 지역에다 방목해 기르면서 식생활을 이어가고 있지만, 사람은 또 맹수에 의하여 잡혀 먹히는 등 약육강식의 자연생태계가 그대로 이어지고 있었다.

참으로 비참하기 짝이 없는 삶이었다.
뉴 수단 국민은 오랜 전쟁으로 인하여 50여 만 명이 인근 국가인 케냐에서 난민 생활을 하고 있고, 국내의 성인 남자 대부분은 군인으로 징병되어 죽거나 부상을 당해 불구자도 많다고 했다.

그런데도 남자들은 군인으로 차출되는 것을 오히려 좋아한다고 했다.
왜냐하면, 국민들의 삶이 워낙 빈곤하다 보니 군인으로 징병되면 굶어 죽는 것보다 국가 독립을 위해 싸우다 죽는 것이 보람되고 영광스러운 죽음일 뿐만 아니라 의식주 문제가 해결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따라서 외국에서 공부를 한 사람들의 지각이 있는 식자층은 나라(뉴 수단)의 독립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었고, 나아가 독립 후 장래 국가발전을 위한 경제개발 프로젝트도 계획하고 있었다.

그러나 땅만 가지고 있을 뿐 거의 황무지에 가깝도록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어서 당장 재화를 창출할 수 있는 경제원이 전혀 없는 실정이었다.

그들의 전언에 의하면, 석유와 우라늄광을 포함한 몇 가지의 재원으로 충당할만한 지하자원은 풍부하다고 했지만, 이를 개발할 그들의 재력과 기술력도 없을 뿐만 아니라 기반시설이 전혀 갖추어져 있지 않아서 어디에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개발해야 할지 모를 정도였다.

따라서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개발이 기반시설로 바로 도로개설이었다.
여기에서 문득 뇌리에 떠오르는 게 하나 있다.

경인고속도로에 이어 1969년도에 개통된 경부고속도로는 박정희 대통령이 이를 건설하겠다고 했을 때, 당시 야당 대표(후에 대통령이 된 분들)가 국회에서 말하기를

“우리나라 실정에 무슨 고속도로가 필요하냐? 아직 고속도로를 개설한 실정이 못되니 그 돈으로 굶주린 국민의 배나 채워주어라.”라고 했었던 말이다.

그러나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하지 않았더라면 당시 대한민국은 여자들 머리를 잘라 가발이나 만들어 수출하고, 재봉틀이나 돌리던 가내공업 시절에서 급속적인 경제발전으로의 기대를 할 수 없었던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뉴 수단을 독립국가로 만들고, 경제개발을 하겠다고 뛰어다니는 뉴 수단 정부의 요인들!
그들은 이러한 도로공사를 지금 우리에게 의뢰하고 있는 중이다.

- 36회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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