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4-2)

2021. 5. 1. 19:05삼국지

삼국지 (4-2)



이를 본 감홍이 큰 소리로 외쳤다.

"대방님 ! 이곳에도 이미 우리 황건당을 지지하는 격문이 붙어 있습니다 ! "

그러면서 대웅전 앞으로 올라서며,

"여봐라 ! 아무도 없느냐 ? "
하고 큰 소리로 사람을 불렀다.
그래도 인적은 묵묵 부답이 아닌가 ?

"제기랄 ! 이놈의 절간에는 중놈이 하나도 없다는 말인가 ?"

감홍은 혼잣말로 투덜거리며 절간을 한 바퀴 돌아보다가, 극락전 앞에 피골이 상접한 늙은 중 하나가 눈을 감은 채 조용히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이봐 중 늙은이 ! "
감홍은 손에 들고 있던 창대로 늙은 중의 등허리를 <쿡쿡> 찔렀다.

그러자 늙은 중은 그제서야 눈을 무겁게 뜨며 눈앞에 감홍과 멀리 떨어진 마원의와 유비를 멀거니 쳐다본다.

"이 늙은이가 급살을 맞았나, 왜 이 몰골이야 ? ... 우리들이 아직 아침을 못 먹었으니 먹을 것을 좀 내놓으라구."

".... 없어 ! "

늙은 중은 핏기 없는 창백한 얼굴을 힘없이 좌우로 흔들어 보인다.

"없어 ? 네가 먹고 살 것은 있을 게 아냐 ?.. 이 늙은 것이 우리가 누군지도 모르는 모양이지 ? 우리는 황건당 사람들이란 말이다. 괜히 말을 듣지 않으면 목을 날려 버릴테니 말을 순순히 들어야지 ! "

그래도 늙은 중은 다시 한번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보인다.

"... 없어 ! "

"정말 없어 ?"

"....."

노승은 이제는 대답조차 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럼 너는 도대체 무얼 먹고 살아 있다는 말이냐 ?"

감홍이 대답을 재촉하며 눈을 부라리니, 노승은 말 대신에 피골이 상접한 팔을 들어 발 밑을 가리키는데, 그곳에는 씹다 뱉어 버린 풀뿌리가 무수히 흩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

"음 ....."
감홍은 실망의 신음소리를 내고나서,

"이놈의 절이 이렇게나 망해 버렸던가 ! "
하고 외쳐대었다.

그러자 노승은 고개를 힘없이 들어 감홍을 쳐다보며,

"마치, 메뚜기떼가 논밭의 작물을 모조리 휩쓸어 가듯이, 모두 너희놈의 족속들이 가져가 버렸어. 부처님까지 들어가 버렸어 ...."
하며 쉰 목소리로 대답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마실 물이라도 가져와 ! "

"우물에도 독약을 풀어서 마실 물조차 없는걸..."

"도대체 누가 그런 짓을 했는데 ?"

"누구긴 누구겠소, 당신네 같은 무리들이 이렇게 만들었지.."

노승은 세상에 하나도 무서운 것이 없다는 듯이 마구 지껄이고 있었다. 멀리서 그 소리를 듣고 있던 마원의가,

"이봐, 감홍이 ! 정말 아무것도 없는 모양이니 그만 가자구 ! "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유비는 새삼 황건적의 행패가 얼마나 극심한가를 깨닫게 되었다.

일행이 노승의 옆을 지나갈 때였다. 노승은 마원의와 감홍을 원망의 눈으로 바라보다가 문득 유비와 시선이 마주치자, 깜짝 놀라며 눈을 활연히 뜨는 것이었다.

유비도 노승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 노승이야 말로 지금으로부터 십 년 전에, 탁현 누상촌 서당 방에서 하룻밤을 자고 가면서, 유비더러 <큰 일을 할 사람>이라고 하였던 바로 그 노승이었기 때문이다.

"앗 ! 스님. 저를 알아 보시겠습니까 ?"

노승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합장을 하면서 말한다.

"소승이 아무리 늙어 빠졌기로 그때 만났던 일을 모르겠습니까 ? 그런데 어떻게 저들의 무리와 함께 하는지 , 이게 웬일입니까 ?"

"....."

유비는 대답하기가 거북해서, 등에 짊어지고 있는 등짐을 뜻있게 돌려 보였다. 노승은 그것으로 모든 사실을 깨달은 듯 고개를 무겁게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어서 가보시오. 그러나 부디 자중자애(自重自愛) 하여야 합니다."

마침 그때 앞서가던 감홍이 뒤를 돌아다보며 소리를 지른다.

"야이, 자식아 ! 거기서 뭘 꾸물거리고 있는 거야 ?"

유비는 어쩔 수 없이 노승에게 목례를 해 보이고 그자리를 떠났다.

그러나 노승은 합장을 한 채 고개를 수그리며 유비의 뒷모습을 언제까지나 바라보고 있었다.

(다음5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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