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 (392

2022. 7. 20. 20:53삼국지

소주병의 삼국지(三國志) .. (392) 동오(東吳) 움직임, 공명의 비계(祕計)

 

공명의 목우와 유마 계책으로 많은 군량과 군사 뿐만 아니라 자칫 자신의 목숨까지

달아날 뻔했던 사마의는 장졸들 앞에서 면이 서질 않았다. 불편한 마음으로 방어에만

주력하고 있는 그때, 위의 수도 낙양에서 천자 조예의 조서(詔書)가 도착하였다. 

 

동오(東吳)가 세 길로 나누어 침략한다는 정보가 있다. 낙양에서 장수들을 총동원하여

이를 막아내고자 한다. 앞으로 많은 인마(人馬)와 물자가 동오와의 싸움에 투입될 것이니,

경은 위수에서 공격은 삼가고 방어에만 힘쓰라. 촉과의 전쟁은 동오를 물리친 이후로

미뤄도 늦지 않을 것이다.

사마의는 한창 몸을 사리고 있는 시기에 때를 맞춰 도착한 조예의 조서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조예의 명에 따라 방어에 힘쓰기 위해 군사들로 하여금 성 주위에 도랑을

깊게 파게 하고, 보루를 보강하게 하였다. 

 

위주 조예는 동오가 세 길로 나누어 쳐들어올 것이라는 말을 듣고 그 또한 세 갈래로

군사를 나누어 동오의 침략을 막고자 하였다. 유소(劉邵)는 강하(江夏)를 지키게 하고, 전예(田豫)는 양양(襄陽)을 지키게 하였다. 조예 자신은 만총(滿寵)과 함께 합비(合肥)로 진군하였다.

 

만총이 소호구(巢湖口)에 도착하여 동쪽 언덕을 바라보니 동오의 전선(戰船)이 그 수가

헤아릴 수 없게 많은데다가 대오가 정연하고 기치 또한 엄숙하게 휘날리고 있었다.

만총은 동오군의 기세에 불안을 느끼고는 조예를 찾아 아뢴다.

"동오는 우리가 촉과의 전쟁에 매달리는 동안 군비 확충에 크게 신경을 쓴 모양입니다.

지금 엄청난 수의 배를 띄워 놓았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멀리서 왔으니 아직 준비가 덜

되었을 것이라고 여겨 방심하고 있을 겁니다. 이럴 때가 기회입니다. 오늘밤 우리가 적의

허를 찔러서 적의 수채(水寨)를 기습하면 크게 승리할 것입니다."

만총의 말을 신중히 듣던 조예가,

"경의 생각과 나의 생각이 꼭 같군."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조예는 만총에게 오천 명의 군사를 주어 오군의 수채를 공격하게 하고, 장구(張球)에게도

오천 명의 군사를 주어 강가를 따라 화공(火攻) 작전을 펼치도록 하였다. 

그날밤 이경, 장구와 만총은 각기 군사를 이끌고 소리를 죽여 동오군이 주둔해 있는

강가로 나아갔다. 만총의 예상대로 동오군은 마음을 푹 놓고 있는 듯 경비가 느슨하였다.

덕분에 양 갈래로 나뉜 위군은 동오의 진영까지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었다.

 

"와아-!"

적막을 깨는 큰 함성이 울리고 위군은 오병의 영채로 뛰어들었다.

자다 깬 동오의 군사들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허둥지둥거릴 뿐이었다. 위력(威力)을 믿고

경계를 게을리 한 탓에 급습을 대처할 마땅한 대책이 없었다. 동오병들은 물로 뛰어들어

도망치기에 바쁜데, 장구가 이끄는 위군은 준비했던 대로 동오의 배와 군량, 마초에 화구

(火具)를 마구 집어 던졌다.

동오군을 이끄는 제갈근은 수도 없이 불타고 있는 전선과 군량을 버리고 패잔병을

수습하여 면구(沔口)로 물러났다.

위군은 줄행랑치는 제갈근의 군대를 굳이 뒤쫓지 않았다.

 

제갈근의 패전 소식은 오의 대도독 육손에게 전해졌다.

육손은 제갈근의 패전 소식에도 동요함 없이 무덤덤해 보였다.

육손은 장수들을 모아 놓고 말했다.

"내가 주상께 표문을 올려서 신성(新城)을 포위하고 있는 우리 군사들을 철수시키고

그 군사들로 하여금 위군이 돌아갈 길을 끊어 놓도록 하겠다. 그리고나서 내가 위군의

정면을 공격하면 앞뒤가 막힌 위군이 손쓸 틈이 없을 것이다."

자리에 모인 장수들은 육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육손이 표문을 손수 적어 심부름꾼

에게 들려 보냈다. 그런데 그만 그 심부름꾼이 매복해있던 위병에게 잡혀서 육손이

작성한 표문을 빼앗기고 말았다.

 

육손의 표문은 손권이 아닌 위주 조예의 손에 들어갔다.

조예는 빼앗은 육손의 표문을 다 읽고는,

"역시... 동오 육손의 지략은 대단하다!"

하고, 감탄하며 아군의 퇴로가 차단되지 않도록 동오군의 움직임을 잘 살피도록

지시하였다.

 

한편 위를 상대로 큰 승리를 거두었던 적벽대전(赤壁大戰) 이래로 화공법을 많이 써오고

있는 동오가 위군에게 화공법으로 습격을 당하자 제갈근은 크게 당황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더운 날씨 탓인지 군사와 말이 자꾸만 병이 들어 쓰러진다.

제갈근은 걱정이 깊어졌다. 고민 끝에 대도독 육손에게 보낼 서신을 적었다.

 

적의 기습에 우리 군의 사기가 많이 저하되었습니다. 게다가 찌는 듯한 더위에 군사들과

말들이 겪는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무리하게 싸움을 벌였다가는 대세를 그르칠 수

있으니 일단 본국으로 철수하여 다음 기회를 노려봄이 어떨는지요?

제갈근은 육손에게 서신을 전달하러 간 사자가 원하는 답을 들고 돌아오기를 초조하게

기다렸다. 

사신이 돌아오자마자 제갈근은,

"대도독께서는 뭐라고 하시더냐?"

하고, 급하게 물었다.

사신은 육손이 했던 말을 그대로 전한다.

"육 장군께서는 계책이 다 있으니 염려 말고 기다리라 하셨습니다."

기대했던 답이 나오지 않자 제갈근의 초조함은 더 커졌다. 그리고 사신에게 한 마디를

더 묻는다.

"그래? 대도독은 무얼하고 계시던가?"

"대도독께서는 군사들에게 영채 밖에 콩과 팥을 심어서 가꾸게 하시고, 본인은 장수들과 활쏘기 내기를 하고 계셨습니다."

"뭐? 이 판국에? 그게 사실이냐?"

 

제갈근은 사신의 말을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직접 형주로 육손을 찾아갔다.

과연 사신의 말대로 육손은 바둑이나 두며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제갈근은 육손을 보자마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나는 애가 타서 죽겠는데 바둑이나 두고 있다니!'

제갈근은 솟아오르는 불만을 간신히 누르고 육손에게 말을 건넨다.

"대도독, 제 서신을 보셨습니까? 면구의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육손은 제갈근 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바둑판을 가만히 노려보다가 한 수를 놓은 뒤,

제갈근을 바라보며 말한다.

"나도 회군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소. 실은 내가 얼마 전 위군을 앞뒤로 몰아

넣고 치려고 했는데 그만 그 작전을 적은 표문이 위군의 손에 들어가고 말았소.

이미 전략이 다 드러난 마당에 그 계책으로 싸워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소?

차라리 물러나는 것이 나을 것이오. 그래서 주상께 군사를 물리겠다고 새로운 표문을

이미 올려 놓았소."

"그렇다면 빨리 군사들을 물리실 일이지, 왜 늑장을 부리십니까?"

안달하는 제갈근을 놀리기라도 하듯 육손은 빙긋이 웃으며,

"우리가 회군할 땐 천천히 해야 하오. 우리가 급하게 도망가듯 움직이면 틀림없이 위군은 우리 뒤를 쫓을 것이오. 지금 형세(形勢)가 우리에게 좋지 않은데 그 사실을 위에게 알릴 필요는 없지 않겠소? 그러니 자유(子瑜: 제갈근의 자)께서도 움츠리지 마시고 병선을

마련하여 적에게 맞서려는 듯 보이게 꾸미시오. 나 또한 양양으로 나가서 진격하는 듯이

위군의 눈을 속이고 그 사이에 군사를 강동으로 돌아가게 할 생각이오. 그리하면 위군도

우리 뒤를 쫓지는 못할 것이오."

그제야 제갈근은 육손이 회군의 적당한 방법과 시기를 고르고 있는 것을 알았다. 

그리하여 제갈근은 면구로 돌아가 육손의 말에 따라 병선을 준비했다. 

위군의 눈에는 영락없이 전투를 준비하는 것으로 보였지만 실은 돌아갈 채비를 단단히

하고 있는 셈이었다. 

육손 또한 실은 싸울 마음이 없으면서 기세를 드높이며 양양으로 밀고 들어 갔다.

 

위의 세작(細作)이 제갈근과 육손의 움직임을 곧바로 위주 조예에게 보고하였다.

이 소식을 들은 위의 장수들은 모두가 출전하여 동오에 맞서기를 원했다. 

직전 전투의 승리로 군사들의 사기가 잔뜩 올라가 있어 이번 전투도 승리할 수 있으리라

확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육손의 능력을 잘 아는 조예는 맞대응에 회의적이었다. 조예는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기세인 장수들에게,

"육손은 지략이 뛰어난 장수다. 유적지계(誘敵之計: 상대방을 유인하는 계책)를 쓰는

것일 수도 있으니 지켜봐야 한다."

하고, 타일렀다.

며칠 후, 세작을 통해 알아보니 과연 동오군은 모두 동오로 돌아갔다. 

조예는 그 보고를 듣고 길게 탄식했다. 동오군을 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친 것을

애석해 하며,

'육손의 용병술이 손자(孫子)와 오자(吳子) 못지 않으니 앞으로 무슨 수로 동오를

평정한단 말인가!'

하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위와 동오가 대결을 벌이는 동안 공명은 싸움을 받아주지 않는 사마의를 마냥 기다리며 군량을 축낼 수는 없었기에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었다. 본국에서 군량을 받지 않고도

기산에 오래 머물 수 있도록 식량을 기산에서 조달할 방안인 둔전병제도(屯田兵制度)

를 마련한 것이다. 둔전병제도는 군사들을 풀어서 일반 백성들과 함께 밭을 일구고 목축

을 하게 한 뒤, 생산량의 삼분의 일은 군사들이 가져가고 나머지 삼분의 이는 백성들이

가져가는 제도였다. 백성들은 힘 좋은 군사들이 일을 함께 하니 일의 능률이 좋고, 수확물

은 처음에 공명이 약속한대로 삼분의 이를 꼬박 가져갈 수 있으니 생활이 안정되었다.

공명은 제도를 엄격히 지키도록 다음과 같은 삼장(三章)의 법규도 제정하여 지키지 않는

자는 엄히 다스렸다.

 

1. 욕심으로 백성에게 피해를 주는 자는 참한다.

1. 백성들에게 원성을 사거나 권세를 부리거나 농사를 게을리 하는 자는 참한다.

1. 백성들과 군사간에 불화를 일으키는 자는 참한다.

 

백성을 위주로 하는 공명의 정책 덕분에 백성들은 위나라가 다스릴 때보다 기쁨과 평화가

넘쳤다. 기산에 살고 싶어서 이주해오는 농민이 날마다 끊이지 않았다.

 

이러한 기산의 상황을 전해들은 사마의는 내심 걱정이 되었다.

'민심(民心)이 곧 천심(天心)인데, 공명이 그 천심을 얻고 있다...'

혼자 생각하며 속을 썩이고 있는데 큰 아들 사마사(司馬師)가 제 아비에게 말한다.

"아버님, 촉군이 이전에 우리 군량을 많이 약탈해 간 것을 잊지 않으셨겠지요. 거기다

이제는 백성들을 이용해서 농사를 짓고 있다고 합니다. 이는 기산에서 버티면서 싸우기

위함이 틀림 없는데 왜 아버님은 가만 두고 보시는 겁니까? 공명과 자웅을 겨뤄서 결판을

내야할 때입니다."

사마의는 아들의 이야기를 듣고 심드렁하게,

"글쎄... 나도 공명과 맞설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닌데 폐하계서 굳게 지키기만 하라는 명을

내리셨으니 함부로 나설 수가 있겠느냐?"

하고, 진심 없는 말을 한다.

 

그때, 병사 하나가 들어와 사마의에게,

"대도독! 촉의 위연이 성밖에 나타나서 온갖 욕설을 퍼부으며 싸움을 걸고 있습니다.

게다가... 위연이..."

하고, 말끝을 흐리며 말을 한다.

"말을 왜 하다 마느냐? 위연이 욕 말고 더한 것을 하고 있느냐?"

사마의는 말하기를 주저하는 병사에게 다음 말을 할 것을 재촉한다.

"그게... 위연이 대도독의 황금투구를 쓰고 있습니다..."

위연이 머리에 얹고 있는 황금투구는 지난 날 사마의가 요화에게 쫓길 때 요화를

따돌리기 위해 사마의가 일부러 길에 버리고 온 것이었다.

사마의는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짓는데, 사마의 곁에 있던 장수들이 일제히 들고 일어난다.

"저걸 그냥 둡니까! 제가 나가서 위연의 목을 베겠습니다!"

사마의는 웃으며 장수들을 말린다.

"옛 성인께서 이르길, 작은 것을 참지 못하면 큰 일을 어지럽힌다고 하였다. 객기는

접어두고 그저 방비에만 힘쓰도록 하라."

 

갖은 방법을 동원해도 사마의는 성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공명은 사마의를 끌어내기 위한 다른 계책에 돌입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마대를 불러

은밀하게 명을 내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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