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지

★ 수호지(水湖誌) - 255

고수# 2025. 2. 27. 19:47

★ 수호지(水湖誌) - 255

수호지 제114회-1

술자리에서 비보가 이준에게 말했다.

“제가 비록 어리석은 필부에 지나지 않지만 어떤 총명한 사람에게서 들은 말이 있습니다. ‘세상 일은 성공이 있으면 반드시 실패가 있고, 사람은 흥할 때가 있으면 반드시 쇠할 때가 있다.’고 하였습니다.
형님은 양산박에서 공을 세운 이래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백전백승을 해 왔습니다. 그런데 요나라를 격파할 때에는 한 사람의 형제도 잃지 않았는데, 지금 방랍을 토벌할 때에는 예기가 꺾여 천수가 오래가지 않을 듯합니다.

제가 왜 관리가 되지 않으려고 하는지 아십니까? 세태가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상이 태평해지면 양산박 두령들은 하나씩 목숨을 잃게 될 것입니다.
예로부터 말하기를, ‘태평한 세상은 장군이 만들지만, 장군은 그 태평한 세상을 보지 못한다.’고 하였습니다. 그 말이 참으로 묘합니다!

지금 저희 네 사람이 형님 세 분과 이미 의를 맺었으니 이 운수가 다하기 전에 여생을 편히 보낼 곳을 찾아가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가진 재물을 팔아 큰 배를 한 척 사고, 뱃사공을 몇 사람 모아 강호에서 조용한 곳을 찾아 편히 살면서 천수를 마친다면 어찌 아름다운 일이 아니겠습니까?"
이준은 그 말을 듣고 땅에 엎드려 절하며 말했다.

“아우가 나의 몽매함을 깨우쳐 주었으니 참으로 아름다운 말이오. 하지만 아직 방랍을 토벌하지 못했고, 송공명 형님의 은의를 저버릴 수 없으니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네.
내가 오늘 아우들을 따라 가버린다면 평생 함께 했던 의기를 저버리게 될 것이네. 만약 아우들이 이준을 기다려 준다면 방랍을 토벌한 후에 이 두 형제와 함께 돌아오겠네.
아우들은 먼저 떠날 준비를 해 주게. 만약 오늘의 말을 어긴다면 천벌을 받을 것이며, 대장부라 할 수 없을 것이네!”
비보를 비롯한 네 사람이 말했다.

“저희는 배를 준비해 두고 형님이 오시기를 기다리겠습니다. 부디 약속을 저버리지 마십시오!”
이준은 비보와 술을 마시며 약정하고, 결코 어기지 않겠다고 맹세하였다.

다음 날 이준은 비보 등과 작별하고 동위·동맹과 함께 송선봉에게로 돌아갔다.
비보 등이 관직을 원하지 않으며, 다만 물고기나 잡으면서 즐겁게 살고 싶어 한다는 말을 전하자 송강은 탄식하였다.

송강은 수군과 육군을 점검하여 출발하라는 명을 내렸다.
오강현에는 이미 역적의 무리가 없었기 때문에 곧장 평망진을 취하고 대군은 수주를 향해 나아갔다.

한편, 수주를 지키는 적장 단개는 소주의 삼대왕 방모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이미 달아날 궁리를 하고 있었다.

사람을 보내 탐지하였더니 대군이 이미 성에서 멀지 않은 곳에 당도하였는데, 수륙 양면으로 진격해 오면서 깃발이 해를 가리고 배와 말들이 끊임이 없다고 하였다.

단개는 너무 놀라 혼이 달아나고 간담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그때 송군의 선봉대장 관승과 진명이 성 아래 당도하고, 수군이 서문을 둘러쌌다.
단개는 성 위에 올라가 소리쳤다.

“공격하지 마시오! 항복하겠소!”
단개는 즉시 성문을 열게 하고, 향화와 등촉을 밝히고 양고기와 술을 가지고 나가 송선봉을 영접하였다.

송선봉이 성으로 들어와 관아에 좌정하자 단개가 관원들을 이끌고 와서 절을 올렸다.
송강은 단개를 위무하고 조정의 신하로 복귀시키고, 방을 내붙여 백성을 안정시켰다.
단개가 송강에게 말했다.

“저는 원래 목주의 양민이었는데, 방랍에게 누차 핍박을 받아 어쩔 수 없이 부하가 되었습니다. 오늘 천병이 당도하였으니 어찌 감히 투항하지 않겠습니까?”
송강이 물었다.

“항주 영해군의 성은 누가 지키고 있소? 그리고 장수와 인마는 얼마나 되오?”
“항주성은 아주 넓고 인구가 조밀합니다. 동북쪽으로 육로가 있고, 남쪽은 큰 강에 면해 있고, 서쪽에는 호수가 있습니다.
방랍의 태자 남안왕 방천정이 지키고 있는데, 그 밑에는 7만 여 군마가 있으며, 24명의 장수와 4명의 원수가 있습니다.

그들 중 우두머리가 둘인데, 하나는 흡주의 중으로 이름을 보광여래라고 합니다. 속세의 성은 등씨이고, 법명은 원각이라 합니다.
한 자루 선장을 사용하는데, 혼철을 두드려 만든 것으로 무게가 50여 근이 나갑니다. 사람들은 모두 그를 국사(國師)라 부릅니다.

또 하나는 복주 사람으로 이름을 석보라고 하는데, 유성추(流星錘)를 잘 써서 백발백중입니다. 또 벽풍도(劈風刀)라는 보검을 잘 쓰는데, 쇠나 구리도 자르고 세 겹의 갑옷도 베어 버릴 수 있어 마치 바람을 가르는 것 같습니다.
그들 외의 26명 장수들도 모두 가려 뽑은 자들로 용맹합니다. 주장께서는 결코 가벼이 대적하셔서는 안 됩니다.”

송강은 듣고 나서 단개에게 상을 내리고, 장초토에게 가서 항주의 형편을 자세히 얘기하게 하였다.
단개는 장초토를 따라 소주를 지키게 되었고, 부도독 유광세는 수주를 지키게 되었다.

송선봉은 병력을 옮겨 취리정(檇李亭)에 하채하고, 연회를 열어 장병들을 위로하고 상을 내렸다.
그리고 항주를 공략할 계책을 상의하였는데, 소선풍 시진이 일어나 말했다.

“형님께서 고당주에서 제 목숨을 살려주셨는데, 지금까지 형님의 은덕으로 가만히 앉아서 영화만 누려오고 은혜에 보답한 적이 없습니다.
이번에 제가 방랍의 소굴에 깊이 들어가 첩자 노릇을 하여 공을 세움으로써, 조정의 은혜에 보답하고 형님의 위엄에 빛을 더할까 합니다. 형님의 뜻은 어떠하십니까?”
송강은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만약 대관인이 적의 소굴에 들어가 그곳의 지형을 알아와 준다면 우리가 진격하여 수괴 방랍을 사로잡아 경성으로 압송하여 공을 세우고 함께 부귀를 누릴 수 있을 것이네. 하지만 너무 어려운 일이니 가지 않는 것이 좋겠네.”
“목숨을 걸고 가겠습니다. 다만 연청과 함께 가면 좋겠습니다. 그는 여러 지방의 사투리도 잘 알고 눈치가 빠릅니다.”
“아우의 말은 다 들어주겠지만 연청은 지금 노선봉 밑에 있기 때문에 문서를 보내 불러와야 하네.”
두 사람이 상의하고 있는데, 보고가 들어왔다.

“노선봉이 연청을 보내 소식을 전해 왔습니다.”
송강은 보고를 받고 기뻐하며 말했다.

“아우가 이번에 가면 반드시 큰 공을 세울 것이네. 때마침 연청이 왔으니 그야말로 길조가 아닌가!”
시진도 기뻐하였다.
연청이 영채에 당도하여 송강에게 인사하자 송강은 술과 음식을 주고 물었다.

“아우는 수로로 왔는가? 육로로 왔는가?”
연청이 대답했다.

“배를 타고 왔습니다.”
“대종이 돌아왔을 때 노선봉이 호주를 공격한다고 했는데, 그 일은 어떻게 되었나?”
“선주를 떠날 때 노선봉은 병력을 두 갈래로 나누었습니다. 노선봉은 1천 군마를 거느리고 호주를 공격하여 가짜 유수 궁온과 그 수하 부장 5명을 죽이고 호주를 수복하였습니다.
적병들을 쫓아내고 백성을 안무한 다음 문서를 장초토에게 보내 통제관을 보내 지키게 하라고 요청하였습니다. 그리고 저를 이곳으로 보내 승첩을 보고하게 하였습니다.

노선봉은 병력 절반을 임충에게 주어 독송관을 취하고 항주에서 만나자고 하였는데, 제가 여기로 올 때까지 독송관에서 매일 싸우면서 아직 이기지 못했다고 들었습니다.
노선봉은 주무와 함께 독송관으로 떠나면서 호연작에게 호주를 지키게 하고, 장초토가 보낸 통제관이 당도하면 덕청현을 취하고 항주에서 만나자고 하였습니다.”

“호주를 지키다가 덕청현을 취하게 하고, 또 독송관으로 싸우러 가면서 인마를 둘로 나누었군. 독송관으로 간 장수는 누구이고, 호연작을 따르는 장수는 누구인지 말해 보게.”

“독송관으로 간 장수 23명은 노준의·주무·임충·동평·장청·해진·해보·여방·곽성·구붕·등비·이충·주통·추연·추윤·손신·고대수·이립·백승·탕륭·주귀·주부·시천이고, 현재 호주를 지키고 있는 장수 19명은 호연작·삭초·목홍·뇌횡·양웅·유당·단정규·위정국·진달·양춘·설영·두천·목춘·이운·석용·공왕·정득손·장청·손이랑입니다.
양쪽의 장수가 도합 42명인데, 제가 여기로 올 때 이미 상의가 끝났으니 지금쯤 출발했을 겁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두 길로 나누어 진격하는 것이 좋겠군. 좀 전에 시대관인이 자네와 함께 방랍의 소굴로 들어가서 첩자 노릇을 하겠다고 했는데, 자네는 같이 가겠는가?”
“주장의 명인데 어찌 감히 따르지 않겠습니까? 제가 시대관인을 따라 함께 가겠습니다.”
시진이 기뻐하면서 말했다.

“나는 선비로 꾸밀 테니 자네는 하인으로 꾸미게. 주인과 하인이 거문고와 칼, 책상자를 지고 길을 가면 의심할 사람이 없을 걸세.
바닷가로 가서 배를 타고 월주를 지나 소로로 제기현으로 간 다음 산길을 넘어가면 목주가 멀지 않을 거야.”
상의가 정해지자 시진과 연청은 날을 택해 송선봉을 작별하고 거문고와 칼, 책상자를 지고 바닷가로 떠나갔다.
한편, 군사 오용이 송강에게 말했다.

“항주 남쪽에 전당강이라는 큰 강이 있는데, 바다에 있는 섬으로 통합니다. 만약 몇 사람이 작은 배를 타고 바다를 통해 자산문으로 들어가 남문 밖의 강변에 당도할 수 있으면, 거기서 깃발을 세우고 호포를 터뜨려 성 안을 당황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수군두령 가운데 누구를 보내는 것이 좋겠습니까?”
말이 미처 끝나기 전에 장횡과 완가 삼형제가 말했다.

“저희가 가겠습니다.”
송강이 말했다.

“항주의 서쪽 길도 호수와 맞닿아 있으므로 수군이 필요하니, 자네들이 모두 가면 안 되네.”

오용이 말했다.

“장횡과 완소칠이 후건과 단경주를 데리고 가게.”
네 사람은 30여 명의 수군을 데리고, 10여 개의 화포와 깃발을 배에 싣고 바다로 나가 전당강을 향해 나아갔다.

송강은 수주로 돌아가 항주를 공략할 일을 의논하고 있었는데, 홀연 동경에서 사신이 어주와 장병들에게 내리는 상을 가지고 왔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송강은 장수들을 거느리고 나가 사신을 영접하였다.
천자께 사은하고, 어주를 내어 사신을 대접하였다.

술을 마시는 중에 사신이 태의원(太醫院)의 상주에 의해 천자가 내린 칙서를 내놓았는데, 천자가 병환이 있어 신의 안도전을 궁궐에 두고 쓰기 위해 데려가겠다는 것이었다.

송강은 감히 칙명을 거역할 수 없었다.
다음 날 사신과 함께 안도전은 동경으로 떠났으며, 송강을 비롯한 두령들은 십리장정(十里長亭)까지 따라가 전송하였다.

송강은 천자가 하사한 상을 장병들에게 나누어주고, 날을 택하여 군기(軍旗)에 제사지내고 대군을 일으켰다.
유도독과 경참모를 작별하고, 수륙으로 병진하였다.

숭덕현에 당도하자 적장은 송군이 온다는 소식만 듣고 항주로 달아나 버렸다.
한편, 방랍의 태자 방천정은 장수들을 행궁에 모아 의논했다.

방천정 수하의 대장 4명은 보광여래 국사 등원각, 남리대장군 원수 석보, 진국대장군 여천윤, 호국대장군 사행방이었다.
‘원수’니 ‘대장군’이니 하는 칭호는 모두 방랍이 봉한 것이었다.

또 24명의 편장이 있는데, 여천우·오치·조의·황애·조중·탕봉사·왕적·설두남·냉공·장검·원흥·요의·온극량·모적·왕인·최욱·염명·서백·장도원·봉의·장도·소경·미천·패응기였다.

이 24명도 모두 방랍이 장군에 봉하였다.
모두 28명의 장수가 방천정의 행궁에 모여 의논하는데, 방천정이 말했다.

“지금 송강이 수륙으로 병진해 오고 있소. 저들이 강을 건너 남쪽으로 온 이후 우리는 큰 고을 세 곳을 잃고, 항주만 남았소. 항주는 남국의 울타리이니, 만약 이곳마저 잃는다면 목주를 어떻게 지키겠소?
전에 사천감 포문영이 ‘강성(罡星)이 오나라 땅을 침범하여 화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하였는데, 바로 저놈들을 가리킨 것이었소. 이제 저놈들이 우리 경계를 침범하였으니 여러분은 높은 관작을 받은 만큼 충심으로 나라의 은혜에 보답하고 조금이라도 태만해서는 안 될 것이오.”
장수들이 방천정에게 아뢰었다.

“주상께서는 마음 놓으십시오! 여기 있는 많은 장수들과 정병들은 아직 한번도 송강과 싸워보지 않았습니다. 지금 비록 여러 고을을 잃었지만, 그건 모두 적당한 인물을 얻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지금 송강과 노준의가 병력을 세 길로 나누어 항주로 오고 있다고 하는데, 전하께서는 국사와 함께 영해군의 성곽을 굳게 지켜 만년 기업으로 삼으십시오. 신들이 각각 병력을 이끌고 나가 적을 막겠습니다.”

태자 방천정은 크게 기뻐하며 군마를 세 길로 나누어 나가 적을 막으라고 명하고, 자신은 국사 등원각과 함께 성을 지키기로 하였다.

호국원수 사행방은 설두남·황애·서백·미천과 함께 덕청현을 구원하고, 진국원수 여천윤은 여천우·장검·장도·요의와 함께 독송관을 구원하며, 남리원수 석보는 온극양·조의·냉공·왕인·장도원·오치·염명·봉의와 함께 성을 나가 송강의 대군을 막기로 하였다.

세 대장은 세 길로 나누어 각각 3만 군사를 거느렸다.
인마의 배정이 정해지자, 장병들에게 황금과 비단을 상으로 내리고 출발을 재촉하였다.

원수 사행방은 군마를 거느리고 덕청현을 구원하기 위해 봉구진을 향해 출발하였다.
한편, 송선봉의 대군이 전진하여 임평산에 당도해 보니, 산정에 홍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송강은 화영과 진명을 보내 길을 정탐하게 하고, 배와 수레를 재촉해 장안패를 지났다.

화영과 진명은 1천 군마를 이끌고 가다가 산모퉁이를 돌아 남군 석보의 군마와 마주쳤다. 석보 수하의 왕인과 봉의가 화영과 진명을 보자 장창을 들고 달려 나왔다.

화영과 진명은 군마를 벌려 놓고 출전하였다.
진명은 낭아곤을 휘두르며 봉의와 맞붙고, 화영은 쟁을 들고 왕인과 맞붙었다.

10합 넘게 싸웠으나 승부가 나지 않았다.
진명과 화영은 남군 뒤에 접응하는 군사가 있는 것을 보고 소리쳤다.

“잠시 쉬자!”
네 장수는 각자 말을 돌려 진으로 돌아갔다.
화영이 진명에게 말했다.

“저들과 싸우려 하지 말고, 빨리 형님께 알려 따로 상의하도록 합시다.”
군사를 보내 중군에게 알리자 송강이 주동·서녕·황신·손립을 데리고 진으로 왔다.
그때 남군의 왕인과 봉의가 다시 출전하여 소리쳤다.

“패장은 다시 나와 싸우자!”
진명이 크게 노하여 낭아곤을 휘두르며 달려 나가 봉의와 교전하였다.

왕인은 화영을 끌어내려고 했는데, 서녕이 먼저 쟁을 들고 달려 나갔다.
화영도 말을 몰아 서녕의 뒤를 따라 가면서 서녕과 왕인이 교전하기 전에 화살을 날려 왕인을 말에서 떨어뜨렸다.

남군은 모두 깜짝 놀랐다.
봉의는 왕인이 화살에 맞아 말에서 떨어지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진명의 낭아곤에 머리를 맞고 말에서 굴러 떨어졌다.

그걸 본 남군은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났다.
송군이 기세를 타고 공격하자 석보는 당해내지 못하고 고정산으로 후퇴하여 동신교 부근에 하채하려고 했는데 날이 저물자 성 안으로 들어갔다.

- 256회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