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지

수호지252

고수# 2025. 2. 26. 08:09

수호지(水湖誌) - 252

여추밀은 전진붕을 잃고서 더욱 걱정되어 소주의 삼대왕 방모에게 연이어 세 번이나 문서를 보내 구원을 요청하고, 조정에도 표문을 올려 위급을 고하였다.
그때 보고가 들어왔다.

“성 아래에 보군 5백이 쳐들어왔는데, 깃발에 흑선풍 이규라고 쓰여 있습니다.”
여추밀이 말했다.

“그놈은 양산박에서도 제일 흉악하고 사람을 잘 죽이는 놈이다. 누가 나가서 먼저 그놈을 잡아 오겠는가?”
그러자 전날 공을 세운 고가립과 장근인이 나섰다.
여추밀이 두 사람에게 말했다.

“자네들이 저 적군을 사로잡으면, 내가 천자께 힘껏 아뢰어 중상을 내리도록 하겠네.”
장근인과 고가립은 쟁을 들고 말에 올라 1천 마보군을 거느리고 성을 나갔다.

흑선풍 이규는 적군이 나오는 것을 보고, 5백 보군을 ‘一’ 자로 늘어 세우고, 쌍도끼를 들고, 진 앞에 섰다.
상문신 포욱이 넓적한 칼을 비껴들고 이규 곁에 섰고, 항충과 이곤은 방패와 표창을 들고 대기하였다.

네 사람은 모두 앞뒤로 가슴을 가리는 갑옷을 입고 진 앞에 서 있었다.
고가립과 장근인은 전날 승전을 했기 때문에 마치 살쾡이가 호랑이를 무서워하지 않고 까마귀가 독수리를 얕보듯 하면서 1천 군마를 이끌고 나와 성 앞에 진을 펼쳤다.

송군 안에 한도와 팽기를 죽인 고가립과 장근인을 알아본 자가 있어 그들을 가리키며 흑선풍에게 말했다.

“저 두 장수가 바로 한도와 팽기 두 장군을 죽인 놈들입니다!”
이규는 그 말을 듣고 아무 말 없이 쌍도끼를 들고 곧장 적진으로 돌격했다.

포욱은 이규가 적진으로 돌격하는 것을 보고, 급히 항충과 이곤을 불러 함께 도우러 달려 나갔다.

네 장수가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돌격하자 고가립과 장근인은 깜짝 놀라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급히 말을 돌리려고 했는데, 그때 이미 방패를 든 두 장수가 말의 턱 밑에 다가왔다.

고가립과 장근인이 말 위에서 쟁으로 찌르자 항충과 이곤이 방패로 막았다. 그 사이에 이규가 달려들어 도끼로 고가립이 탄 말 다리를 찍었다. 고가립이 말에서 굴러 떨어지자, 항충이 소리쳤다.

“저놈을 사로잡아라!”

하지만 이규는 살인을 좋아하는 자라, 참지 못하고 도끼로 고가립의 머리를 베어 버렸다.
그때 포욱이 말 위로 뛰어올라 장근인의 목을 한칼에 베어 버렸다.

네 장수는 적진 속에서 마구 적군을 베어 넘겼다.
흑선풍은 고가립의 머리를 허리에 차고서 쌍도끼를 휘두르면서 닥치는 대로 마구 베었다.

적의 1천 마보군은 성안으로 쫓겨 들어갔다.
이규 등은 그때 이미 적군 3~4백 명을 죽이고서 곧장 조교 가까이까지 추격해 갔다.

이규와 포욱이 성안으로 쳐들어가려고 하자 항충과 이곤이 사력을 다해 가로막고서 돌아섰다.
그때 성 위에서 뇌목과 포석이 쏟아져 내렸다.

네 장수는 본진으로 돌아왔는데, 5백 군병들은 여전히 ‘一’ 자로 늘어선 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본래는 그들도 싸움판에 뛰어들려고 했는데, 흑선풍이 흑백을 가리지 않고 마구 베어 넘겼기 때문에 감히 가까이 다가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때 먼지가 일어나면서 송선봉의 군마가 당도하였다.
이규와 포욱이 수급을 바치자, 장수들은 고가립과 장근인의 머리임을 알아보고 모두 깜짝 놀라며 말했다.

“원수의 수급을 어떻게 얻었소?”
두 사람이 말했다.

“본래는 사로잡으려고 했는데, 워낙 많은 적들을 죽이다 보니 손이 근질거려서 참지 못하고 죽여 버렸습니다.”
송강이 말했다.

“원수의 수급을 얻었으니 백기 아래에서 한도와 팽기의 제사를 지내도록 하지.”
송강은 제사를 지낸 다음 한 바탕 통곡을 하고, 백기를 눕혀 놓았다.

이규·포욱·항충·이곤에게 상을 내리고, 상주성 아래로 진격하였다.
한편, 성중에 있던 여추밀은 당황하여 김절·허정 및 네 통제관들과 송강을 물리칠 계책을 상의하였다.

하지만 장수들은 이규 등이 자기편을 무찌르는 것을 보고 모두 간담이 서늘해져서 감히 출전할 엄두를 내지 못하였다.

여추밀이 몇 번이나 물었지만 마치 화살에 부리가 꿰인 기러기 마냥 낚싯바늘에 아가미가 걸린 물고기 마냥 아무도 응답하지 못하였다.

여추밀은 고민하다가 사람을 성 위로 올려 보내 살펴보게 하였는데, 송강의 군마가 삼면을 포위하여 북을 울리고 함성을 지르며 싸움을 걸고 있다고 하였다.

여추밀은 장수들을 불러 성 위에 올라가 지키라고 명하였다.
장수들이 물러간 다음 여추밀은 후당으로 가서 여러 가지로 생각했지만 계책이 없었다.

심복들을 불러 상의한 끝에 성을 포기하고 달아나기로 작정하였다.
한편, 김절은 집으로 돌아가 아내 진옥란에게 말했다.

“지금 송선봉이 성을 포위하고 삼면에서 공격하고 있는데, 우리 성중에는 식량이 부족하여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오. 성이 격파되는 날 우리는 모두 칼날 아래 귀신이 될 것이오.”
진옥란이 대답했다.

“당신은 평소에 충효의 마음을 지니고 조정에 귀순할 뜻을 지니고 있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원래 조정의 관원이었을 때에도 조정이 당신을 배신한 적은 없었습니다.
그릇된 길에서 벗어나 바른 길로 돌아가 여사낭을 사로잡아 송선봉에게 바치는 것이 살아날 수 있는 계책이 될 것입니다.”
“여사낭의 수하에는 현재 네 명의 통제관이 각각 군마를 거느리고 있으며, 허정이란 놈은 나와 친하지 못한 여사낭의 심복이오. 일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도리어 화를 당할 것이오.”

“당신이 서신을 화살에 묶어 밤중에 몰래 성 밖으로 쏘아 보내, 송선봉과 안팎으로 호응하여 성을 취하세요. 내일 당신이 출전하여 거짓 패한 척하면서 송군을 성중으로 끌어들이면, 당신의 공로가 될 것입니다.”
“당신 말이 맞소. 당신 말대로 하리다.”
다음 날 송강이 병력을 이끌고 와서 급하게 성을 공격하자 여추밀은 장수들을 모아 상의하였다.
김절이 말했다.

“상주성은 높고 해자는 넓기 때문에 단지 지키기만 할 뿐 나가서 싸워서는 안 됩니다. 소주에서 구원병이 오면 그때 출전해서 싸우면 됩니다.”
여추밀이 말했다.

“그 말이 옳소!”
여추밀은 병력을 나누어 응명과 조의는 동문을, 심변과 범주는 북문을, 김절은 서문을, 허정은 남문을 지키게 하였다.

배치가 끝나자 각자 병력을 이끌고 가서 굳게 지켰다.
그날 밤 김절은 몰래 서신을 써서 화살에 묶은 다음 밤이 깊어 고요한 때를 기다렸다가 서문 밖 송군의 정탐병들이 있는 곳으로 쏘아 보냈다.

한 송군 장교가 화살을 주워 황망히 영채로 달려가 보고하였다.
서쪽 영채를 지키고 있던 화화상 노지심과 행자 무송은 서신을 보고서 즉시 두흥으로 하여금 동북문 밖에 있는 대채로 가져가서 보고하게 하였다.

송강과 오용은 등불을 밝혀 놓고 장막에서 의논하고 있었는데, 두흥이 와서 김절의 서신을 바쳤다.
송강은 서신을 보고서 크게 기뻐하며 다른 세 영채에도 알리게 하였다.

다음 날 세 영채의 두령들은 삼면에서 성을 공격하였다.
여추밀이 성루에 올라가 바라보니 송강의 진에서 굉천뢰 능진이 포가를 설치해 놓고 풍화포를 쏘아대고 있었다.

포탄이 날아와 성루 모퉁이에 맞자 폭음이 울리면서 한쪽 모퉁이가 절반이나 무너져 내렸다.
급히 몸을 피해 살아난 여추밀은 성루에서 내려와 네 성문을 지키는 장수들에게 성을 나가 싸우라고 재촉하였다.

북이 세 번 울리자 성문을 활짝 열고 조교를 내렸다.
북문에서 심변과 범주가 군사를 이끌고 출전하자 송군에서는 대도 관승이 전진붕에게서 빼앗은 적토마를 타고 나가 범주와 교전하였다.

두 장수가 교전하고 있을 때 서문에서 김절이 달려 나오자 송군에서는 병울지 손립이 출전하여 교전하였다.
두 장수의 싸움이 3합도 되기 전에 김절이 패한 척하면서 말머리를 돌려 달아났다.

손립이 앞장서서 추격하자 그 뒤를 이어 연순과 마린 그리고 노지심·무송·공명·공량·시은·두흥이 일제히 돌격하였다.
김절이 성 안으로 들어갔을 때 손립은 이미 성문까지 당도하여 서문을 점거하였다.

성중이 소란해지면서 송군이 이미 서문으로 들어왔다는 것을 알게 되자 그동안 방랍에게 핍박을 받아왔던 백성들이 원한이 충천하여 모두 뛰어나와 송군을 도왔다.

그리하여 성 위에는 일찌감치 송선봉의 깃발이 세워졌다.
범주과 심변은 성중에서 변란이 일어난 것을 보고 가족을 지키려고 급히 성중으로 달려 들어갔다.

그때 좌측에서 왕영과 일장청이 달려와 범주를 사로잡았고, 우측에서는 선찬과 학사문이 달려와 심변을 쟁으로 찔러 말에서 떨어뜨렸다.

송군이 달려들어 심변을 사로잡았다.
송강과 오용은 대군을 거느리고 성으로 들어가 사방을 수색하여 남군을 모조리 붙잡아 죽여 버렸다.

여추밀은 허정을 데리고 남문을 나가 달아났다.
송군이 추격하였으나 붙잡지 못하고 상주성으로 돌아왔다.

조의는 민가에 숨어 있다가 백성들에게 붙잡혀 끌려왔고, 응명은 난군 속에서 죽어 수급이 바쳐졌다.
송강은 관아에 당도하여 방을 내붙여 백성을 안무하였다.

백성들은 노인을 부축하고 어린아이 손을 잡고 나와 감사 인사를 올렸다.
송강은 백성들을 위로하고 양민으로 돌아가게 하였다.

장수들이 모두 와서 공을 청하였다.
김절이 관아로 가서 송강에게 절을 올리자 송강은 친히 계단 아래까지 내려와 김절을 영접하고 대청 위로 인도하여 자리를 권했다.

김절은 무한히 감격하며 다시 조정의 신하로 돌아갔다.
이것이 모두 아내의 공임을 말할 필요도 없었다.

송강은 범주·심변·조의를 함거에 태우고 공문과 함께 김절로 하여금 윤주의 장초토에게 압송해 가게 하였다.
김절은 공문을 수령하여 함거를 압송하여 윤주로 떠났다.

그때 송강은 신행태보 대종에게 문서를 주어 먼저 장초토의 중군으로 가서 김절을 천거하게 하였다.
장초토는 송강의 문서를 보고 김절의 충의를 알게 되어 김절이 윤주에 당도하자 크게 기뻐하면서 금은과 비단 등을 상으로 내렸다.

부도독 유광세는 김절을 중군에 남게 하여 행군도통사로 삼았다.
후에 김절은 유광세를 따라 금나라 넷째 태자 올출을 무찌르고 많은 공을 세워 관작이 친군지휘사(親軍指揮使)에 이르렀는데, 중산의 싸움에서 전사하였다.

그날 장초토와 유도독은 김절에게 상을 내리고, 세 역적을 능지처참하여 효시하였다.
그리고 사람을 상주로 보내 송선봉의 군마에게 상을 내리고 위로하였다.

한편, 송강은 상주에 군마를 주둔시키고, 대종을 선주와 호주를 공략하러 간 노준의에게 보내 소식을 알아오게 하였다.
그때 탐마가 달려와 보고하기를 여추밀이 도망가다가 무석현에서 소주의 구원병을 만나 다시 쳐들어오고 있다고 하였다.

송강은 보고를 받고, 열 명의 장수로 하여금 군병 1만을 이끌고 남쪽으로 가서 적군을 막게 하였다.
열 명의 장수는 관승·진명·주동·이응·노지심·무송·이규·포욱·항충·이곤이었다.

한편, 대종이 선주와 호주의 소식을 가지고 시진과 함께 돌아와 부선봉 노준의가 선주를 얻어 승전을 보고하기 위해 시진을 보냈음을 보고하였다.

송강은 아주 기뻐하였다.
시진이 관아에 당도하여 절을 올리자 송강은 술을 내어 대접하고 함께 후당으로 가서 노선봉이 선주를 얻게 된 경위를 물었다.

시진이 노선봉의 서신을 건넸는데, 송강이 읽어 보니 선주를 공략한 일이 자세히 적혀 있었다.
방랍의 부하로서 선주를 지키던 자는 경략사 가여경이었는데, 수하의 통제관 6명은 모두 흡주와 목주 출신이었다.

그 6명은 이소·한명·두경신·노안·반준·정승조였다.
그날 가여경은 6명의 통제관을 세 길로 나누어 성을 나가 진을 펼치게 하였다.

노선봉도 군병을 셋으로 나누어 대적하게 하였다.
가운데 길에서 호연작은 이소와, 동평은 한명과 교전하였다.

싸움이 10합에 이르러 한명이 동평의 쟁에 찔려 죽자 이소는 달아나고 중로의 적군은 대패하였다.
좌군에서는 임충이 두경신과, 삭초가 노안과 교전하였다.

임충이 장팔사모로 두경신을 찔러 죽이고, 삭초가 도끼로 노안을 찍어 죽였다.
우군에서는 장청이 반준과, 목홍이 정승조와 교전하였다.

장청이 돌을 던져 반준을 맞추어 말에서 떨어뜨리자 이충이 달려가 죽여 버렸다.
정승조는 그걸 보고 말을 버리고 달아났다.

네 장수가 잇달아 죽자 적병들은 성 안으로 도망쳐 들어갔다.
노선봉은 군사를 몰아 성을 공격하였다.

그런데 성문 근처에 이르자 성 위에서 적병들이 맷돌을 던져 편장 한 명이 맞아 죽었다.
또 성 위에서 화살이 비 오듯 쏟아졌는데, 독이 발린 화살을 맞은 편장 두 명이 영채로 돌아와 죽었다.

노선봉은 세 장수를 잃고서 밤늦게까지 성을 공격하였는데, 동문을 지키던 적장이 허술하여 선주성을 얻을 수 있었다.
난군 중에 이소는 죽었고, 가여경은 패잔병을 이끌고 호주로 달아났다.

맷돌에 맞아 죽은 편장은 백면낭군 정천수였고, 독화살에 맞아 죽은 편장은 조도귀 조정과 활섬파 왕정륙이었다.
송강은 또 세 형제가 죽었다는 것을 듣고 통곡하다가,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 253회에 계속 -

★ 수호지(水湖誌) - 253

수호지 제113회-1

한참 있다 깨어난 송강이 오용에게 말했다.

“우리는 이번에 방랍을 이기기가 어려울 것 같소. 강을 건넌 이래로 이처럼 불리하고 연이어 형제 여덟 명을 잃었으니.......”
오용이 위로하며 말했다.

“주장께서는 그런 말씀 마십시오. 군심이 해이해질까 두렵습니다. 당초에 요나라를 격파했을 때 모든 두령들이 온전하게 돌아온 것은 모두 천수(天數)이며, 이번에 형제들을 잃은 것도 모두 각자의 운수입니다.
강을 건넌 이래 연이어 윤주·상주·선주의 큰 고을을 얻었으니 이는 천자의 홍복이자 주장의 위세 덕분입니다. 어찌하여 불리하다고 하십니까? 선봉께서는 어찌 스스로 기운을 꺾으려 하십니까?”
송강이 말했다.

“비록 천수가 다했다 하더라도 우리 108인은 하늘에 있는 별의 운수에 응하여 태어났고, 천문에도 기재되어 있는 수족과도 같은 형제들이오. 오늘 또 슬픈 소식을 듣고서 내 마음이 어찌 아프지 않겠소?”
오용이 다시 위로하며 말했다.

“주장께서는 너무 번뇌하시어 귀한 몸을 상하지 않도록 하십시오. 군사를 보내 접응하여 무석현을 공략해야 합니다.”
송강이 말했다.

“시대관인은 나와 함께 있도록 여기 남겨두고, 따로 문서를 써서 대원장에게 주어 노선봉에게 알리도록 하시오. 진격하여 호주를 공략하고 빠른 시일 안에 항주에서 만나자고 하시오.”
오용은 배선으로 하여금 문서를 작성하게 하여 대종에게 선주로 가져가게 하였다.

한편, 여사낭은 허정을 데리고 무석현으로 도망치다가 도중에 소주의 삼대왕이 보낸 구원군을 만나게 되었다.

구원군의 우두머리는 육군지휘사(六軍指揮使) 위충이었는데, 10명의 아장과 1만 병력을 거느리고 상주를 구원하러 오다가 여사낭을 만나 무석현을 지키고 있었다.

여추밀이 김절이 배신하여 성을 바친 일을 얘기하자 위충이 말했다.

“추밀께서는 마음 놓으십시오. 소장이 반드시 상주를 회복하겠습니다.”
그때 탐마가 와서 보고했다.

“송군이 가까이 다가왔으니 빨리 준비해야 합니다.”
위충은 말에 올라 병력을 이끌고 북문을 나가 적을 맞이하였다.

송군의 군마는 기세는 용맹했으며, 흑선풍 이규가 앞장서서 포욱·항충·이곤을 데리고 쳐들어오고 있었다.
위충은 겁을 먹어 군마가 미처 진을 펼치기도 전에 대패하여 달아났다.

급히 후퇴하여 성으로 들어갈 때 이규를 비롯한 네 장수도 뒤를 따라 이미 성으로 들어갔다.
여추밀은 남문을 통해 달아났다.

그때 관승이 병마를 거느리고 와서 무석현을 탈취하였다.
위충과 허정 역시 남문을 통해 달아나 모두 소주로 돌아갔다.

관승은 사람을 송선봉에게 보내 승첩을 알렸다.
송강은 장수들을 거느리고 무석현에 당도하여, 방을 내붙여 백성들은 안무하고 다시 양민으로 돌아가게 하였다.

대군을 무석현으로 옮겨 주둔시키고, 사람을 보내 장초토와 유도독에게 상주를 지켜 달라고 하였다.
한편, 여추밀은 위충·허정과 함께 패잔병을 이끌고 소주로 달려갔다.

삼대왕에게 구원을 요청하는 한편 송군의 세력이 너무 커서 대적하지 못했으며, 병마가 마치 땅을 말듯이 쳐들어오는 바람에 성이 함락되고 말았다고 하소연하였다,

삼대왕은 크게 노하여 무사들을 불러 여추밀을 끌어내 참수하라고 명하였다.
위충 등이 고하였다.

“송강의 부하 장병들은 모두 전쟁에 익숙한 자들로서 용맹한 자들이 많습니다. 게다가 군졸들도 모두 양산박의 졸개들로서 많은 전쟁을 겪어 대적하기가 어렵습니다.”
삼대왕 방모가 여사낭에게 말했다.

“잠시 네 목을 붙여 두겠다. 5천 군마를 줄 테니 네가 앞장서 나가 싸워라. 나도 대장을 뒤따라 내보내 접응하도록 하겠다.”
여사낭은 감사의 절을 올리고, 갑옷을 입고 장팔사모를 들고서 말에 올라 군사를 이끌고 앞장서서 성을 나갔다.

한편, 삼대왕의 수하에는 8명의 장수가 있었는데, 그들을 팔표기(八驃騎)라 불렀다.
모두 키가 크고 힘이 세며 무예가 뛰어난 자들이었다.

비룡(飛龍)대장군 유빈, 비호(飛虎)대장군 장위, 비웅(飛熊)대장군 서방, 비표(飛豹)대장군 곽세광, 비천(飛天)대장군 오복, 비운(飛雲)대장군 구정, 비산(飛山)대장군 견성, 비수(飛水)대장군 창성이었다.

삼대왕 방모도 갑옷을 입고 방천화극을 들고 말에 올라, 중군 인마를 감독하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그 앞에는 8명의 대장이 늘어서고, 뒤에는 2~30명의 부장들이 줄지어 섰다.

방모는 남군 5만을 거느리고 창합문을 나가 송군을 맞이할 준비를 하였다.
그때 선봉 여사낭은 위충과 허정을 데리고 한산사(寒山寺)를 지나 무석현을 향해 가고 있었다.

송강은 이미 정탐꾼을 통해 그 사실을 알고, 대군을 거느리고 무석현을 떠나 10리 정도 나와 대기하고 있었다.
양군이 대치하여 각각 진세를 벌렸다.

여사낭은 분노가 치밀어 장팔사모를 비껴들고 말을 몰아 나와 송강과 교전하고자 하였다.
송강이 문기 아래에서 보고, 고개를 돌리고 물었다.

“누가 나가서 저 역적 놈을 잡아 오겠는가?”
말이 미처 끝나기 전에 금쟁수 서녕이 금쟁을 들고 말을 몰아 나가 여사낭과 교전하였다.

두 장수가 교전하자 양편에서 함성이 울렸다.
싸움이 20여 합에 이르렀을 때 여사낭이 빈틈을 보이자 서녕이 쟁으로 찔러 말에서 떨어뜨렸다.

양군은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그때 흑선풍 이규는 쌍도끼를 휘두르고, 상문신 포욱은 비도를 들고, 항충과 이곤은 쟁과 방패를 휘두르며 적진으로 돌격하였다.

남군은 혼란에 빠졌다.
송강은 대군을 몰아 공격하였는데, 그때 마침 방모의 대군이 당도하였다.

양군은 각기 활을 쏘아 사정권 밖에서 진세를 펼쳤다.
남군 진영에는 8명의 대장이 ‘一’ 자로 늘어섰다.

방모는 여추밀이 죽었다는 말을 듣고, 크게 노하여 화극을 비껴들고 출전하여 송강에게 욕을 퍼부었다.

“네놈들은 양산박에서 민가나 노략질하던 도적놈들에 불과한데, 송나라가 망하려고 네놈을 선봉으로 삼아 우리 땅을 침범하게 하였구나. 내 오늘 네놈들을 모조리 죽여 버리지 않으면 싸움을 끝내지 않을 것이다!”
송강이 마상에서 방모를 가리키며 말했다.

“네놈은 목주의 촌놈에 지나지 않는데, 네까짓 놈이 무슨 복록이 있다고 망령되이 패업을 도모하느냐! 빨리 투항하여 죽음이나 면하도록 해라! 천병이 당도했는데도 그런 요사스런 말로 항거하느냐! 내가 네놈들을 모조리 죽이기 전에는 결코 회군하지 않을 것이다!”
방모가 소리쳤다.

“여러 소리 지껄일 필요 없다. 내 수하에 8명의 맹장이 있으니 너도 8명을 출전시켜 싸워 보겠느냐?”
송강이 웃으며 말했다.

“만약 우리 편 두 장수가 너희 하나와 싸운다면 호걸이라 할 수 없다. 네가 8명을 출전시키겠다면, 나도 8명 장수를 내보낼 것이니 무예로 승부를 가려 보자. 단 말에서 떨어지는 자가 있으면 각자 본진으로 데려가고, 몰래 활을 쏘거나 시신을 빼앗아 가지 않도록 하자.
또 만약 승부를 가리지 못하게 되면, 혼전을 벌이지 말고 내일 다시 싸우기로 하자.”
방모는 송강의 말을 듣고, 8명의 대장을 출전시켰다.
송강이 장수들에게 말했다.

“다른 장수들은 물러나고, 마군 장수들이 출전하도록 하여.......…”
말이 미처 끝나기 전에 8명의 장수들이 일제히 출전하였으니 관승·화영·서녕·진명·주동·황신·손립·학사문이었다.

송강의 진에서 문기가 열리면서 좌우 양쪽에서 8명의 장수들이 일제히 진 앞으로 나섰다.
양군에서 북이 울리고 깃발들이 휘날리는 가운데, 각각 호포를 한 방 터뜨렸다.

양군에서 함성이 울리면서 16명의 기마가 일제히 출전하여 각자 적수를 찾아 싸움을 벌였다.

관승은 유빈과, 진명은 장위와, 화영은 서방과, 서녕은 오복과, 주동은 구정과, 황신은 곽세광과, 손립은 견성과, 학사문은 창성과 맞붙었다.

16명의 장수들은 모두 맹장이라 치열한 싸움이 벌어졌다.
30합이 넘어섰을 때 한 장수가 말에서 떨어졌다.

미염공 주동이 구정을 쟁으로 찔러 말에서 떨어뜨린 것이었다.
양진에서는 각자 징을 울려 군사를 거두었다.

삼대왕 방모는 한 대장을 잃자 불리하다고 생각하여 병력을 이끌고 소주성으로 물러났다.
송강도 군사를 후퇴시켜 한산사 아래에 하채하였다.

주동에게 상을 내리고, 배선으로 하여금 문서를 써서 장초토에게 경과를 보고하게 하였다.
한편, 삼대왕 방모는 성중으로 돌아가 굳게 지키면서 출전하지 않았다.

장수들을 나누어 각기 성문을 지키고 하고. 녹각을 깊이 심고 성 위에는 활과 쇠뇌를 배열하였으며, 뇌목과 포석을 준비하였다.

대장간에는 쇳물을 끓이게 하고, 성벽 주위에 재가 든 병을 쌓아놓는 등 성을 지키기 위한 준비를 하였다.

다음 날 송강은 남군이 출전하지 않는 것을 보고, 화영·서녕·황신·손립과 30여 기의 마군을 거느리고 성을 살펴보러 갔다.
소주의 성곽이 주변의 해자가 깊고 성벽이 견고한 것을 보고, 송강은 생각했다.

“이 성은 급하게 깨뜨리기가 어렵겠구나.”
영채로 돌아와 성을 깨뜨릴 계책을 오용과 의논하고 있는데, 보고가 들어왔다.

“수군두령 이준이 강음을 거쳐 와서 주장을 뵙고자 합니다.”
송강은 이준을 불러들여 바닷가 소식을 물었다.
이준이 대답했다.

“제가 석수 등과 함께 수군을 거느리고 강음과 태창 등의 바닷가 쪽으로 갔는데, 그곳을 지키던 적장 엄용과 부장 이옥이 수군 선척들을 거느리고 나와 교전하였습니다. 적장 엄용은 완소이의 쟁에 찔려 물에 빠져 죽었고, 이옥은 화살을 맞고 죽었습니다.
그래서 강음과 태창을 얻었습니다. 지금 석수·장횡·장순은 가정을 취하러 갔고, 완가 삼형제는 상숙을 취하러 갔습니다.”
송강은 그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면서 이준에게 상을 내리고 상주로 가서 장초토와 유도독에게 소식을 전하게 하였다.

이준은 상주로 가서 장토초와 유도독에게 적장 엄용과 이옥을 죽이고 강음과 태창을 수복한 일을 자세히 보고하였다.
장초토는 상을 내리고, 송선봉에게 돌아가 명을 받으라고 하였다.

이준은 한산사의 영채로 돌아와 송선봉을 뵈었다.
송강은 소주성의 해자가 넓어 수군의 배를 이용하여 공격하고자, 이준을 머물게 하여 배를 점검하고 성을 공격할 준비를 하게 하였다.
이준이 말했다.

“제가 가서 수면이 얼마나 넓은지 보고 온 다음에 어떻게 용병할지 계책을 세우도록 하십시오.”
이준이 이틀 뒤에 돌아와 송강에게 말했다.

“이 성의 정남쪽이 태호(太湖)와 가깝습니다. 제가 배를 타고 의흥의 작은 나루로 가서 몰래 태호로 들어가 오강(吳江)으로 나오면서 남쪽의 소식을 정탐하겠습니다. 그런 후에 진격하여 사면을 협공하면 깨뜨릴 수 있을 것입니다.”
송강이 말했다.

“아우의 말이 옳네. 다만 자네와 함께 가서 도와줄 사람이 없는 것이 걱정이네.”

송강은 즉시 이응으로 하여금 공명·공량·시은·두흥을 데리고 강음·태창·곤산·상숙·가정 등으로 가서 수군을 도와 바닷가의 고을을 수복하는 한편, 동위·동맹을 이쪽으로 보내 이준을 돕게 하라고 하였다.

이응은 송강을 작별하고 네 명의 편장을 데리고 강음으로 갔다.
이틀이 지나지 않아 동위와 동맹이 돌아와 송선봉에게 인사했다.

송강은 두 사람을 위로하고, 이준을 따라 배를 타고 남쪽의 소식을 정탐하고 오라고 하였다.
이준은 동위·동맹과 함께 일엽편주(一葉扁舟)를 타고, 두 명의 수군에게 노를 젓게 하여 의흥의 작은 나루를 돌아 태호로 들어갔다.

태호는 과연 넓은 호수로 하늘과 물이 맞닿아 온통 푸른 물결이었다.
이준을 비롯한 다섯 명이 태호를 지나 오강으로 나아가자 멀리 4~50척의 어선들이 보였다.
이준이 말했다.

“물고기 사러 온 척하면서 저기 가서 한 번 알아보세.”
배를 저어 어선에 다가가서,
이준이 물었다.

“이보시오! 큰 잉어 있소?”
어부가 말했다.

“큰 잉어가 필요하면 우리 집으로 따라오시오.”
이준은 배를 저어 어부의 배를 따라갔다.

오래지 않아 한곳에 당도하였는데, 낙타 허리처럼 구불구불한 버드나무가 둥글게 울타리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20여 채의 집이 있었다.

어부는 나루에 배를 묶고서 이준·동위·동맹을 인도하여 한 장원으로 갔다.
장원에 한 발짝 들어서자마자 어부가 기침을 했다.

그러자 양쪽에서 7~8명의 덩치 큰 사내들이 뛰쳐나와 갈고리로 세 사람을 붙잡아 장원 안으로 끌고 가 다짜고짜 말뚝에 묶어 버렸다.

이준이 눈을 뜨고 보니 대청에 네 명의 사내가 앉아 있었다.
우두머리는 수염이 붉고 머리털이 누런데, 푸른 명주 적삼을 입고 있었다.

두 번째는 비쩍 마르고 큰 키에 수염이 짧았으며, 소매가 짙푸른 무명 적삼을 입고 있었다.
세 번째는 얼굴이 검고 수염이 길었으며, 네 번째는 광대뼈가 나오고 얼굴이 넓었으며 구레나룻을 길렀는데, 둘 다 푸른 적삼을 입고 있었다.

머리에는 모두 검은 전립을 쓰고 있었고, 곁에는 무기가 벽에 기대 있었다.
우두머리가 이준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어디서 온 놈들이냐? 이 태호에는 뭐 하러 왔느냐?”
이준이 대답했다.

“저희는 양주 사람으로 물고기를 사러 온 상인입니다.”
광대뼈가 나온 네 번째가 말했다.

“형님! 물어볼 것도 없소. 딱 보니 첩자가 분명합니다. 저놈들 심장을 꺼내 술안주나 합시다.”
이준은 그 말을 듣고 생각했다.

“내가 심양강에서 여러 해 동안 장사를 했었고, 또 양산박에서 오랫동안 두령 노릇을 해왔는데, 오늘 여기서 내 목숨이 끝장날 줄은 생각지 못했구나! 이제 끝났구나! 끝났어!”
이준은 탄식하면서 동위·동맹에게 말했다.

“오늘 나 때문에 두 아우도 귀신이 되어 함께 가게 생겼구먼!”
동위·동맹이 말했다.

“형님은 그런 말씀 마시오. 우리야 죽으면 그만이지만 형님의 큰 이름이 매몰될까 염려됩니다.”
세 사람은 서로 바라보면 가슴을 펴고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데, 네 사내가 세 사람이 하는 말을 듣고서 서로 쳐다보면서 말했다.

“저 우두머리는 필시 예사 인물이 아닌 것 같네.”
우두머리가 다시 물었다.

“너희 셋은 진짜 누구냐? 성명이나 밝혀라.”
이준이 대답했다.

“죽이려면 죽여라! 우리 이름은 죽더라도 말할 수 없다. 공연히 호걸들의 비웃음만 살 것이다.”

- 254회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