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
2025. 2. 25. 07:43
菜 根 譚
제 11장 : 志以澹明(지이담명) : 담박함을 견지하라.
藜口莧腸者 多氷淸玉潔 袞衣玉食者 甘婢膝奴顔 蓋志以澹泊明 而節從肥甘喪也
려구현장자 다빙청옥결 곤의옥식자 감비슬노안 개지이담박명 이절종비감상야
(명아주 국으로 입을 달래고 비름나물로 배를 채우는 자는 대부분 얼음처럼 맑고 옥구슬처럼
깨끗한 기운을 지녔다.
비단옷을 입고 진미를 먹는 자는 즐겨 노비처럼 무릎을 꿇고 얼굴빛을 꾸민다.
무릇 지조는 담박(澹泊)을 좇아 더욱 빛나고,
절개는 기름지고 달콤한 맛을 좇다가 이내 잃어버리고 만다.)
려구현장(藜口莧腸)의 려(藜)와 현(莧)은 명아주국과 비름나물을 뜻한다.
여기서는 부사어(副詞語)로 사용돼 입을 달랜다는 뜻으로 사용된 구(口)와 장을 채운다는 뜻의 장(腸)으로
사용된 동사(動詞)를 꾸미고 있다.
곤의옥식(袞衣玉食)은 호의호식(好衣好食)과 같은 뜻이다.
곤(袞)은 원래 제왕이 입는 곤룡포를 뜻하나 여기서는 제왕의 곤룡포처럼 호화스럽다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비슬노안(婢膝奴顔)은 기이(奇異) 받아들인다는 뜻으로 사용된 감(甘)의 목적어(目的語)이다.
노비처럼 무릎을 꿇고 복종하는 모습을 보이고 낮빛을 꾸며 아첨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로부터 지사(志士)는 눈앞의 현실적인 이익보다 만세(萬歲)에 전해지는 명성에 뜻을 둔다.
세상 이치란 묘해서 많은 재물을 보유하면 그런 명성을 얻기 힘들다.
살다 보면 둘 중 하나를 강요당하는 경우가 많다.
공평과 엄정을 사명으로 삼고 있는 판검사가 치부(致富)를 꿈꾸면 이내 독직(瀆職)의 길로 들어서
패가망신하고 만다.
모든 사람이 부귀공명을 바란다. 그러나 방법이 문제다.
의롭지 못한 방법으로 얻는 부귀공명은 오히려 독으로 작용한다.
공직을 맡으려는 자는 반드시 이런 자세로 공무에 임해야 한다.
예로부터 청백리(淸白吏)를 높이 평가한 이유다.
지조(志操)는 담박(澹泊)한 데서 나오고,
절개(節槪)는 기름지고 달콤한 맛 때문에 무너진다고 역설(力說)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