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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염 불 용(不染不用)

고수# 2025. 2. 10. 19:40

菜   根   譚

제 4장 : 불염불용(不染不用) : 

물들지 않고 쓰지 않는 게 더 깨끗하고 고상하다.

 

勢利紛華 不近者爲潔 近之而不染者爲尤潔 智械機巧 不知者爲高 知之而不用者爲尤高

세리분화 불근자위결 근지이불염자위우결 지기계교 부지자위고 지지이불용자위우고

 

(권세와 명리를 가까이하지 않는 사람을 깨끗하다고 하나

 가까이하면서도 물들지 않는 사람이 더 깨끗하다.

 잔재주와 교활한 수단으로 남을 해치지 않는 사람을 고상하다고 하나

 알면서도 이러한 짓을 행하지 않는 사람이 더 고상하다.)

 

세리(勢利)는 권력과 세력을 뜻하는 권세(權勢)와 명예와 이익을 의미하는 명리(名利)를 총칭 하는 말이다.

우결(尤潔)의 ‘우’는 익(益)과 같다.

지계기교(智械機巧)는 교활한 지략과 잔꾀, 잔재주를 합친 말이다.

권세와 명리를 가까이하면 자연 탁해질 소지가 크다.

통상 이를 멀리할수록 깨끗해질 수 있다.

그렇다고 초야에 숨는 게 능사가 아니다. 그리한다고 깨끗한 것도 아니다.

혼탁한 속세에서 나름 깨끗한 모습을 취하는 게 가장 낫다.

부귀와 명성을 가까이하면서도 물들지 않는 것이 그것이다.

세상의 권모술수를 모두 알고 있으면서도 사적인 부귀영달을 얻기 위해 구사하지 않는 것과 같다.

 

낯가죽이 두꺼운 면후(面厚)와 마음이 시커먼 심흑(心黑),

즉 면후심흑(面厚心黑)은 권모술수를 달리 표현한 것이다.

마키아벨리도 ‘군주론’에서 조국 피렌체의 독립을 위해 군주는 여우의 교지(巧智교활한 지혜)와

사자의 흉맹(凶猛)을 겸비해야 한다고 역설한 바가 있다.

똑같은 일일지라도 사적인 명리를 위해 구사하면 소인배,

나라를 구하기 위해 구사하면 군자에 해당한다.

권모술수는 모르고 사는 게 좋지만 이를 전혀 모르면 소인배가 파놓은 함정에 빠질 우려가 크다.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소인배의 ‘후흑(厚黑:권모술수)’을 정확히 꿸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