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일 시 만 고

고수# 2025. 2. 1. 07:31

천자문, 사자소학, 동몽선습, 추구집 등이 초등 과정이라면

소학, 삼강오륜, 명심보감, 동국역사 등은 중등 과정,

대학, 사서오경, 자치통감, 근사록, 아방강역고, 주자대전 등등은 대학 과정을,

이에 비해 채근담은 굳이 비교하자면 고등학교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채근담(菜根譚)은 나물 뿌리를 뜻 합니다.

화려하거나 눈에 띄는 것이 아니라 깊이 있게 의미해야 하는 삶의 진리를 담고 있습니다.

구절이 짧고 명료하여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으며, 인간관계, 자기성찰, 자연과의 조화 등

다양한 면을 다루고 있어 현실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실용서라 하겠습니다.

 

채근담은 총 14부 359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

 

제 1부 파탈(擺脫) : 관행에서 벗어나라.

 

제 1장 : 일시만고(一時萬古) : 만고의 처량 대신 일시의 적막을 취하라.

 

棲守道德者  寂寞一時  依阿權勢者  凄涼萬古 達人觀物外之物  思身後之身  寧受一時之寂寞

서수도덕자  적막일시  의아권세자  처량만고 달인관물외지물  사신후지신  영수일시지적막

毋取萬古之凄涼

무취만고지처량

 

(도리를 지키며 덕을 베푸는 자는 한때 적막할 뿐이나, 권세에 아부하는 자는 만고에 처량하다.

이치에 통달한 달인은 눈에 보이지 않는 사물의 이치를 관찰하고, 현세의 삶보다 후세의

삶까지 생각한다. 한때의 적막을 취할지언정 만고의 처량함을 취하지 말라.)

 

서수(棲守)는 머물며 지키고, 의아(依阿)는 의지하며 아부한다는 뜻이다.

대립개념인 도덕과 권세, 적막과 처량, 일시와 만고가 “서수와 의아”의 구체적인 대상이다.

부귀와 공명 등의 현실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마음으로부터 벗어 나는 탈속을 취할 것인가?

아니면 번거롭고 속된 속세의 홍진에 묻혀 살 것인가를 묻고 있다.

 

큰 틀에서 볼 때 권세에 아부하고 불의와 타협 할 경우 설령 부귀한 삶을 누릴지라도,

이는 극히 짧은 시간에 불과하다.

더 무서운 것은 그 이후에 닦쳐올 ‘만고의 처량’함이다.

죽은 뒤에 까지 손가락질을 받는 것을 말한다. 이는 속인들의 삶이다.

사물의 이치를 통달한 달인은 이와 달리 일시적으로 적막하기는 하나 만고에 걸쳐 손가락질을 받지 않는

도덕군자의 길을 택한다.

어떤 삶이 좋은 것일까?

한때의 부귀를 탐내 만고에 오명을 남기는 어리석은 짓을 하지 마라.

 

도덕군자의 길을 택한 사람은 삶이 반복되지 않는다는 엄연한 사실을 익히 알고 있는 까닭에

매 순간마다 진실한 삶을 살고자 노력한다.

그러한 까닭에 고독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인 뿐이다.

보다 높고 큰 이상을 품고 있기에 일시적인 고독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설령 당대에 불우한 삶을 보낼지라도 먼 훗날까지 존경과 흠모의 대상이 된다.

많은 선현들이 이런 길을 갔다.

사기(史記) 열전(列傳)의 첫머리에 나오는 백이(伯夷)와 숙제(叔弟)가 바로 그 전형에 해당한다.

댓글수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