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
2025. 1. 3. 10:29
★ 수호지(水湖誌) - 149
수호지 제63회-1
석수와 노준의는 이리저리 뛰어다녔지만 달아날 길이 없었다.
사방에서 인마가 몰려와 갈고리와 올가미를 던졌다.
가련하게도 용맹한 영웅도 중과부적이라 두 사람은 사로잡히고 말았다.
양중서는 형장을 습격한 도적을 끌고 오라고 명하였다.
석수는 대청 앞으로 끌려가자 눈을 부릅뜨고 큰 소리로 욕을 했다.
“네 이놈! 나라를 무너뜨리고 백성을 해치는 도적놈아! 나는 형님의 명을 받고 왔다!
조만간 형님이 군대를 이끌고 와서 이 성을 짓밟아 평지로 만들어 버리고, 네놈을 세 토막으로 잘라 버릴 것이다! 이 어르신을 먼저 보내 네놈들에게 알리게 한 것이다!”
석수가 대청 앞에서 양중서에게 도적놈이라고 외치면서 욕을 해대자 대청 위의 모든 관원들은 깜짝 놀라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양중서도 한동안 말없이 있다가 두 사람에게 큰 칼을 씌워 사형수감옥에 가두라고 명하고 채복에게 잘 감시하여 실수가 없도록 하라고 분부하였다.
채복은 양산박 호걸들과 친분을 맺으려고 두 사람을 한 감방에 넣고 매일 좋은 술과 고기를 대접하였다.
그래서 두 사람은 더 이상 고통을 당하지 않고 도리어 몸을 잘 보양하였다.
한편, 양중서는 신임 왕태수를 불러 사건을 처리하게 하고, 성중의 피해 상황을 점검하게 하였다.
죽은 사람이 7,80명이고, 넘어져서 머리를 다치거나 부딪쳐서 피부가 벗겨지거나 다리가 부러진 사람은 부지기수였다.
양중서는 관아에 보고한 사람들에게 돈을 지급하고, 다친 사람은 의원을 불러 치료하게 하고 죽은 사람은 화장하게 하였다.
다음 날 성 안팎에서 보고가 들어왔다.
“양산박에서 뿌린 전단 수십 장을 수거했는데, 감히 감출 수 없어 바칩니다.”
양중서는 전단을 읽고서 너무 놀라 혼백이 구천 밖으로 날아가는 것 같았다.
전단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양산박 의사 송강은 북경 대명부와 천하에 포고하노라.
지금 대송의 조정은 탐관오리들이 정도를 가로막고 권력을 멋대로 휘둘러 양민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만백성이 도탄에 빠져 있다.
북경의 노준의는 천하의 호걸로서 이제 산으로 청하여 함께 하늘을 대신해 도를 행하고자 하였다.
그런데 어찌하여 간사한 뇌물을 받고서 선량한 사람을 살해하려고 하느냐!
내가 특별히 석수를 보내 먼저 알렸건만, 예기치 못하게 두 사람이 사로잡히고 말았다.
만약 두 사람의 목숨을 살려주고 음부와 간부를 바친다면 내가 쳐들어가지 않겠다.
하지만 팔다리 하나라도 상하게 한다면 산채의 전병력을 동원하여 한 마음으로 원한을 갚을 것이다.
대군이 당도하는 곳에는 옥석을 가리지 않고 모두 불태울 것이며, 간사한 놈들을 제거하고 우둔한 놈들을 모조리 멸할 것이다.
천지가 우리를 도울 것이며, 귀신도 함께 할 것이다.
담소하며 입성하되 결단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의로운 장부와 절개 있는 여인, 효성스런 자손들, 선량한 백성, 청렴한 관리들은 놀라거나 당황하지 말고 각자 직업을 지켜라.
모두에게 효시하노라.>
양중서는 전단을 보고 나서 왕태수를 불러 상의하였다.
“이 일을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왕태수는 본래 겁이 많은 사람이라 양중서에게 이렇게 아뢰었다.
“양산박의 도적들은 조정에서도 몇 차례 군대를 보냈지만 체포하지 못했는데, 하물며 우리 같은 일개 군(郡)의 힘으로 어찌하겠습니까? 만약 저 도적들이 병력을 이끌고 쳐들어올 때 조정의 구원병도 오지 않는다면 그때는 후회해도 늦습니다.
소관의 어리석은 생각으로는 일단 두 사람의 목숨을 살려 두고서 첫째로는 조정에 보고하고, 둘째로는 채태사께 서신을 올려 알리고, 셋째로는 본처의 군마를 성 밖에 하채하게 하여 방비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북경도 무사히 보존하고 군인과 백성도 다치지 않을 것입니다. 만약 저 두 사람을 죽여 도적들이 쳐들어온다면 첫째는 구원병이 없고, 둘째는 조정에서 문책할 것이며, 셋째는 백성이 놀라고 당황하여 성중에 소란이 일어날 것이니 결코 편안할 수 없을 것입니다.”
양중서가 그 말을 듣고 말했다.
“태수의 말이 옳소.”
양중서는 먼저 절급 채복을 불러 말했다.
“저 두 도적은 결코 가볍게 여길 놈들이 아니다. 네가 너무 엄하게 구속하여 목숨을 잃게 해서도 안 되고, 너무 너그럽게 대하여 도주하게 해서도 안 된다.
너희 형제 둘이서 아침저녁으로 엄하면서도 너그럽게 대하며 견고하게 관리하면서 판결을 기다리도록 하라. 한 순간이라도 태만해서는 안 된다.”
채복은 그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몰래 기뻐하였다.
“내 생각과 맞아떨어졌구나.”
채복은 명을 받고 감옥으로 돌아가 두 사람을 위로하였다.
한편, 양중서는 병마도감 대도(大刀) 문달과 천왕(天王) 이성을 불러 상의했다.
양중서가 양산박의 전단과 왕태수의 말을 자세히 얘기하자 이성이 말했다.
“그까짓 도적놈들이 어찌 감히 소굴을 함부로 떠날 수 있겠습니까? 상공께서는 너무 근심하지 마십시오. 제가 재주도 없이 봉록만 많이 받았는데, 아무런 공도 세우지도 못하여 은덕에 보답하지 못했습니다.
이제 견마지로를 다하여 군대를 거느리고 성 밖에 나가 하채하겠습니다. 만약 도적놈들이 오지 않으면 다시 상의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만약 도적놈들이 운수가 다해 함부로 소굴을 떠나 쳐들어온다면 소장이 허풍떠는 것이 아니라 단 한 놈도 돌아가지 못하게 하겠습니다!”
양중서는 그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면서 즉시 두 장수에게 비단을 하사하였다.
두 장수는 양중서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각자 영채로 돌아갔다.
다음 날 이성은 장수들을 소집하여 상의하였다.
그 옆에 위풍이 늠름하고 풍채가 당당한 사람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급선봉(急先鋒) 삭초(索超)였다.
이성이 명을 내렸다.
“송강 도적놈이 조만간 우리 북경을 치러 올 것이다. 자네들은 본부 군병을 점검하여 성에서 35리 떨어진 곳에 하채하라. 내가 군사를 거느리고 뒤따라 갈 것이다.”
삭초는 명을 받고 다음 날 본부 군마를 점검하여 35리를 나아가 비호욕이란 곳에 산을 의지하여 하채하였다.
그 다음 날 이성이 편장들을 거느리고 성에서 25리 떨어진 괴수파라는 곳에 하채하였다.
주위에 창칼을 엄밀하게 배치하고, 사방에 녹각을 깊이 묻었으며, 삼면에 함정을 팠다.
군사들은 주먹을 문지르며 단단히 벼르고 있었고, 장수들도 동심으로 협력하여 양산박 군마가 오면 공을 세우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한편, 원래 그 전단은 오용이, 연청과 양웅에게 소식을 듣고, 또 대종이 노준의와 석수가 사로잡혔다는 소식을 듣고 왔기 때문에 가짜로 전단을 만들어 사람이 없는 곳에 뿌리고 교량이나 길거리에 붙여 일단 노준의와 석수의 목숨을 보존하고자 한 것이었다.
대종은 양산박으로 돌아가 두령들에게 사실을 자세하게 알렸다.
송강은 듣고서 크게 놀라 충의당에 두령들을 소집하였다.
대소 두령들이 서열에 따라 자리에 앉자 송강이 오용에게 말했다.
“애초에 군사는 좋은 뜻으로 노원외를 산으로 초청하여 뜻을 함께 하고자 한 것인데, 이제 생각지도 않게 고통을 당하게 하고 또 석수 형제까지 함정에 빠졌으니 어떤 계책으로 구하면 좋겠소?”
오용이 말했다.
“형님은 마음 놓으십시오. 제가 재주 없지만 한 가지 계책을 내놓겠습니다. 이번 기회를 이용해서 북경의 돈과 식량을 취하여 산채의 비용으로 쓰도록 하겠습니다.
내일이 마침 길일이니 형님께서는 두령의 절반은 산채를 지키게 하고 나머지 절반은 함께 북경성을 치러 가도록 하십시오.”
송강이 말했다.
“군사의 말씀이 옳소.”
송강은 철면공목 배선을 불러 파견할 군병을 배정하여 내일 출발할 준비를 하라고 명하였다.
흑선풍 이규가 말했다.
“내 쌍도끼가 오랫동안 실력 발휘를 못했는데, 이제 북경을 친다는 애기를 듣고 아주 기뻐하고 있습니다.
형님이 저한테 졸개 5백 명을 주시면 북경으로 달려가 양중서를 다진 고깃덩이로 만들어 버리고 이고와 부인을 붙잡아 만 조각을 내 버리겠습니다.
그리고 노원외와 석수를 구하는 것이 내 소원입니다.”
송강이 말했다.
“아우가 용맹하기는 하지만 북경은 다른 곳과는 비교할 수 없네. 양중서는 채태사의 사위이고, 또 수하의 이성과 문달은 만 사람도 당할 수 없는 용맹을 지니고 있어 가벼이 대적할 수 없네.”
이규가 소리쳤다.
“형님은 늘 이렇게 남의 용기는 칭찬하면서 자기편의 위세는 꺾어놓더라! 이 아우가 가면 뭐가 어떻다는 거요? 내 만약 지면 맹세코 산채로 돌아오지 않겠소!”
오용이 말했다.
“자네가 그렇게 가고 싶다면 선봉으로 삼겠네. 군사 5백을 줄 테니 앞장서서 내일 산을 내려가게.”
그날 저녁 송강과 오용이 상의하여 인원을 배정하고, 배선에게 명하여 각 영채로 알리게 하고, 순서대로 시행하되 시각을 어기지 않도록 하라고 하였다.
때는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넘어가는 계절이라 군사들이 갑옷을 입기도 좋고 전마들도 살쪄 있었다.
졸들도 오랫동안 싸우지 않아 모두 투지가 넘쳐나고 원수를 갚겠다는 생각이 가득 차 있었다.
선발된 사람들은 모두 기뻐하면서 무기를 수습하고 안장을 단속하면서 주먹을 비비며 단단히 벼렸다.
제1대는 선봉 흑선풍 이규와 군졸 5백. 제2대는 양두사 해진, 쌍미갈 해보, 모두성 공명, 독화성 공량과 군졸 1천. 제3대는 여두령 일장청 호삼랑, 부장 모야차 손이랑, 모대충 고대수와 군졸 1천, 제4대는 박천조 이응, 부장 구문룡 사진, 소울지 손립과 군졸 1천. 중군은 주장 송강과 군사 오용, 그리고 소온후 여방, 새인귀 곽성, 병울지 손립, 진삼산 황신.
전군두령은 벽력화 진명, 부장은 백승장 한도와 천목장 팽기. 후군두령은 표자두 임충, 부장은 철적선 마린과 화안산예 등비. 좌군두령은 쌍편 호연작, 부장은 마운금시 구붕과 금모호 연순. 우군두령은 소이광 화영, 부장은 도간호 진달과 백화사 양춘. 포수 굉천뢰 능진과 함께 군량을 접응하고 군정을 정탐하는 두령은 신행태보 대종.
군병의 배정이 끝나자, 새벽에 각 두령들은 차례대로 출발했다.
부군사 공손승과 유당·주동·목홍은 마보군을 통솔하여 산채를 지키고, 세 관문과 수채는 이준 등이 지켰다.
한편, 삭초가 비호욕 영채에 앉아 있는데 유성마가 달려와 보고했다.
“송강의 군마가 오고 있는데 그 수를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우리 영채에서 2,30리 떨어진 곳에 있는데, 곧 당도할 겁니다.”
삭초는 보고를 받고 괴수파 영채의 이성에게 재빨리 보고했다.
이성은 성중에 보고하는 한편 전마를 타고 곧장 앞의 영채로 달려왔다.
삭초가 맞이하여 자세히 설명했다.
다음 날 새벽에 밥을 지어 먹고 날이 밝자 영채를 뽑고 출발하여 유가(庾家)라는 곳에 당도하여 진세를 벌리고 1만5천 인마를 배치하였다.
이성과 삭초는 갑옷을 입고 전마를 타고서 문기 아래 서 있었다.
동쪽을 바라보니 멀리서 흙먼지가 일어나면서 약 5백 명이 나는 듯이 달려오고 있었다.
이성이 채찍으로 가리키자 병사들이 쇠뇌와 강궁을 겨누었다.
양산박의 군대는 유가에서 ‘一’ 자 모양으로 진세를 벌렸다.
동쪽의 양산박 진영에서 한 호걸이 말을 타고 나오는데, 바로 흑선풍 이규였다.
손에는 쌍도끼를 들고 두 눈을 부릅뜨고서 이빨을 부드득 갈며 소리쳤다.
“양산박 호걸 흑선풍 이규를 아느냐?”
이성이 말 위에서 이규를 보더니 삭초를 돌아보고 크게 웃으며 말했다.
“맨날 양산박 호걸이라고 떠들어대더니 원래 저런 추잡한 도적놈들이었구먼! 말할 가치도 없는 놈들이야. 선봉! 뭘 보고 있는가? 빨리 가서 저 도적놈을 사로잡지 않고서?”
삭초가 웃으며 말했다.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사용하겠습니까? 공을 세우고자 하는 장수가 있을 것입니다. 주장께서는 염려하지 마십시오.”
말이 미처 끝나기 전에 삭초의 뒤에 있던 왕정이 장쟁을 들고 부하 1백 군마를 이끌고서 난 듯이 달려 나갔다.
이규가 대담무쌍하고 갑옷으로 몸을 보호하고 있기는 했지만 마군이 돌격해 오자 당해내지 못하고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났다.
삭초가 군마를 이끌고 곧장 유가를 지나 추격해 갔는데, 산비탈 뒤에서 징소리가 천지를 진동하면서 두 부대가 튀어 나왔다.
왼쪽에는 해진과 공량, 오른쪽에는 공명과 해보였는데, 각각 5백 군졸을 이끌고 돌격해 왔다.
삭초는 접응하는 군마가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더 이상 추격하지 않고 말을 돌려 회군하였다.
이성이 물었다.
“어찌하여 도적을 잡아 오지 않았는가?”
삭초가 말했다.
“추격하여 산을 지나 막 잡으려고 했는데, 저놈들에게 접응하는 군마가 있었습니다. 복병이 일제히 일어나는 바람에 손을 쓸 수가 없었습니다.”
“저까짓 도적놈들이 뭐가 두렵단 말인가!”
이성은 전군(前軍)을 모두 이끌고 유가로 돌격해 갔다.
앞쪽에서 깃발이 휘날리고 함성이 들리면서 북소리와 징소리가 요란한 가운데 한 무리의 군마가 나타났다.
앞장선 장수는 호삼랑이었는데 붉은 깃발에 ‘여장수 일장청’이라 쓰여 있었다.
왼쪽에는 고대수, 오른쪽에는 손이랑이 1천 군마를 거느리고 있는데, 모두 사방팔방에서 모여든 각양각색의 오합지졸 같았다.
이성이 보고 말했다.
“저런 군인들을 어디다 써먹겠나! 선봉은 앞으로 나가 대적하라! 나는 병력을 나누어 사방의 도적들을 사로잡겠다!”
삭초가 명을 받고 손에 큰 도끼를 들고 말을 박차고 앞으로 달려 나가자 일장청은 말머리를 돌려 산의 오목한 곳을 향해 달아났다.
이성은 인마를 나누어 사방으로 추격하였다.
그때 함성이 천지를 진동하고 안개가 뿌연 가운데 한 무리의 인마가 나는 듯이 쫓아왔다.
이성은 급히 14~5리를 퇴각했는데, 머리와 꼬리가 서로 돌아볼 겨를도 없이 유가로 퇴각했다.
왼쪽에서는 해진과 공량이 인마를 이끌고 돌격해 오고, 오른쪽에서는 공명과 해보가 인마를 이끌고 돌격해 왔다.
세 여장수도 말머리를 돌려 뒤에서 추격해 왔다.
이성의 군마는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났다.
영채 가까이 돌아오자, 흑선풍 이규가 앞을 가로막았다.
이성과 삭초가 겨우 길을 뚫고 달아나 영채에 이르렀을 때에는 군사의 절반을 잃었다.
송강의 군마는 더 이상 추격하지 않고 병력을 철수하여 영채를 세우고 휴식을 취했다.
- 150회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