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
2024. 10. 22. 08:54
★ 수호지(水湖誌) - 76
제7장 청풍산의 두령들
제33편 계양령 33-2
송강이 호송관 장천(張千), 이만(李萬)과 함께 장주노성으로 떠나는 날 부친 송태공과 동생 송청이 따라나왔다.
송태공이 말했다.
“강주 땅은 생선이 흔하고 양식 걱정이 없는 곳이어서 돈을 써서 너를 그곳에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돈은 자주 보낼 터이니 마음 편히 몸 성히 지내거라.
하나 여기서 강주에 가려면 아무래도 양산박을 지나게 될 터인데, 조개의 무리들이 혹시 산에서 내려와 너를 데려가지 않을까 걱정이다.
하나 너는 그들과 결탁하여 불충불효를 범해서는 안 되느니라.
하늘이 무심치 않으면 다시 돌아와 부자 형제가 서로 상봉하는 날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송강은 눈물을 흘리며 아버지와 헤어지면서 아우 송청에게 집안일을 부탁한 다음 강주를 향하여 귀양살이를 떠났다.
장청, 이만 두 호송관은 송태공에게서 은냥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송강의 인품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가는 길에 송강을 극진하게 대했다.
세 사람은 제주부를 떠나 온종일 가다가 날이 저물어 주막을 찾았다.
호송관들과 술을 마시고 있던 송강이 그들에게 말했다.
“내일은 아무래도 양산박을 지나게 될 터인데, 산채에 있는 호걸들이 내가 지나는 것을 알면 반드시 산에서 내려와서 나를 데려갈 것이니 두 분의 목숨이 위태로울 것이오. 그러니 내일은 새벽에 이곳을 떠나 은밀히 지름길로 갑시다.“
그들은 새벽에 지름길로 들어섰으나 결국 그곳에서 양산박 두령 적발귀 유당을 만났다.
유당이 호송관 두 명을 죽이려고 하자 송강이 나섰다.
“도대체 이분들을 왜 죽이려는 거냐?”
“우리는 이미 소문을 다 들었습니다. 저희들이 운성현으로 쳐들어가서 감옥을 부수고 형님을 구해낼 계획까지 세웠으나 강주 귀양이 떨어졌다기에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강주 길목은 모두 두령들이 지키고 있습니다. 형님, 어서 이놈들을 죽여 버리고 산채로 갑시다.“
그러나 송강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것은 이 송강을 불충불효의 구덩이로 몰아넣는 것이오. 호송관을 죽이겠다면 차라리 내가 목숨을 끊겠소.”
“형님, 왜 이러십니까?”
“진정 나를 생각한다면 부디 나를 강주성으로 가게 하시오. 내가 형기를 마치고 돌아오면 그때 다시 만납시다.”
“글쎄요. 저 혼자서는 결정내릴 수 없소. 지금 저쪽에 군사 오학구와 화영 장군이 나와 계시니 같이 의논하기로 하지요.”
졸개 한 명이 달려간 지 얼마 안 되어 말굽소리가 요란히 나며 오용과 화영이 달려왔다.
화영은 송강이 칼을 쓰고 있는 것을 보고 즉시 유당에게 말했다.
“아니! 왜 칼을 벗겨드리지 않았소?”
유당이 미처 입을 열기 전에 송강이 급히 말했다.
“이것이 국가의 법도일세.”
그러자 곁에 있던 군사 오용이 웃으며 말했다.
“형장의 생각은 잘 알았소. 하나 칼을 벗고 산채로가시면 그만 아닙니까. 조두령이 꼭 형장을 뵙겠다고 하시니 일단 산채에 들렀다 가시지요.”
송강은 할 수 없이 양산박에 들르기로 마음을 정하고 호송관에게 부탁했다.
그들은 목숨이 송강의 손에 달린 것을 알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들 일행은 배를 타고 금사탄에 도착해서 산교(山轎)를 타고 단금정(斷金亭)을 지나 바로 취의청(聚議廳)에 갔다.
조개가 자리에서 일어나 송강을 맞았다.
“운성에서 목숨을 구원받은 후로 우리 형제가 오늘날에 이르렀습니다. 하루도 그 은혜를 잊은 적이 없습니다.
이미 추천해 주신 여러 호걸들은 잘 맞아들였습니다. 그 은혜 또한 보답할 길이 없습니다.”
송강이 대답한다.
“이제 내가 관사에 잡혀 강주로 귀양을 가나 큰 고생은 없을 것입니다. 지금 형님을 만나 보았으니 이제는 다시 떠나야겠습니다.”
“형장이 꼭 가셔야겠다면 우리도 만류하지는 않을 것이니 마음을 놓으시고 오늘 하루는 여기서 편히 쉬신 다음 내일 일찍 떠나시지요. 그렇게도 못 하실 것이야 없지 않겠습니까?”
송강은 마지못해 그 말을 듣기로 했다.
다음날 아침 일찍 떠나려 하자 군사 오용이 말했다.
“제 친구 하나가 지금 강주에서 양원압로절급(兩院押露節級)이라는 벼슬에 있는데, 이름이 대종(戴宗)입니다.
그 사람은 본래 도술이 뛰어나 하루에 8백 리를 갑니다. 그 친구는 의리를 중히 여기는 터라 제가 간밤에 편지를 썼으니 전해주시오. 형장께 도움을 줄 것입니다.”
뭇 두령들이 그를 보내려고 하지 않았으나 송강은 끝내 듣지 않았다.
- 77회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