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
2024. 10. 21. 08:46
★ 수호지(水湖誌) - 75
제7장 청풍산의 두령들
제33편 계양령 33-1
송강은 연순, 석용과 헤어져 며칠 만에 고향에 도착했다.
그는 동구 밖의 장사장(張社長) 술집에서 잠시 쉬었다.
장사장은 본래 송강과 왕래가 있었던 사람이었다.
“송압사, 지금 돌아오시는 길이오? 떠난 지가 반년이 되네요. 참 반갑습니다. 한데 무슨 근심이라도 있소?”
“죄 짓고 타향으로 떠돌다가 아버님의 임종도 못 보았으니 이런 불효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자 장사장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송압사, 농담도 분수가 있지. 압사의 아버님께서 여기서 약주 잡숫고 가신 지가 아직 반 시각도 못 되었는데 그게 대체 무슨 말이오?”
송강은 그 말을 듣고 몹시 놀랐다.
“장사장께서 저를 놀리십니까?”
송강은 그 길로 집으로 달려갔다.
그러자 하인이 송강을 보고 깜짝 놀랐다.
“영감마님께서 큰 나리를 얼마나 기다렸는데 이제 오십니까? 영감마님께서는 조금 전 동촌의 왕태공과 장사장 주점에서 약주를 잡수시고 돌아오셔서 지금은 초당에서 주무시고 계십니다.”
이제는 더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송강은 크게 놀라 손에 들고 있던 단봉을 내던지고 초당으로 들어갔다.
그때 송청이 안에서 나오다가 마주쳤다.
송강은 크게 화가 나서 동생에게 소리쳤다.
“이 고약한 놈아, 지금 초당 안에서 주무시고 계신 아버님이 돌아가셨다니 나를 놀라게 해도 분수가 있지. 내가 얼마나 망극해서 몇 번이나 죽으려고 했는지 아느냐?”
송청이 뜻밖에 당한 일이라 놀라서 엉거주춤하는 사이에 병풍 뒤에서 송태공이 뛰어나왔다.
“얘야! 고정해라. 그것은 네 아우가 한 일이 아니라, 내가 사랑(四郞)을 시켜서 죽었다는 편지를 쓰게 한 것이다.
네가 백호산(白虎山)에 있다기에 마음을 잘못 먹고 도적들과 어울려 불충불효하게 되지 않을까 염려되어 마침 석용이란 자가 백호산에 간다기에 편지를 썼던 것이니 아우를 원망하지 말아라.”
송강은 그 말을 듣고 엎드려 부친에게 문안을 드리고 물었다.
“관사의 일은 그 후 어찌 되었습니까? 탄원서를 제출했으니 제 죄가 감면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만.”
태공이 대답했다.
“본래 주동, 뇌횡 두 도두가 힘을 많이 써주어 관사에서도 나를 못살게 굴지는 않았다. 하나 요새 조정에서 황태자를 책립(冊立)하시어 모든 죄인들에게 한 등급을 내렸다는구나.
그래서 네가 이제 집에 돌아와 잡혀가더라도 사형은 면하고 귀양이나 가게 될 것이다. 그 일은 차차 의논하기로 하고 먼 길에서 왔으니 어서 가 쉬도록 하여라.”
송강이 방에 가서 눕자 밝은 달빛이 내리는 뒤뜰에서 난데없는 아우성 소리가 들렸다.
그가 놀라서 방문을 열었더니 정원은 횃불이 대낮처럼 밝았다.
이어 고함 소리가 들렸다.
“송강을 잡아라!”
송태공이 놀라 사다리를 타고 담 위로 올라갔다.
횃불을 든 관군들 수백 여 명 앞에 운성현에 온 신참 도두 조능(趙能)과 조득(趙得) 형제가 서 있었다.
송강은 그들에게 잡혀 지현에 갔다.
지현 시문민은 두 도두가 송강을 잡아 가지고 들어오는 것을 보고 기뻐했다.
급시우 송공명이 관사에 붙들려 옥에 갇혔다는 소문이 나자 운성현의 모든 백성들은 모두 애석하게 여겨 모두들 지현 앞으로 나가 그의 죄를 용서해 주도록 빌었다.
지현 역시 송강을 용서해 주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으나 법을 어길 수가 없어서 송강에게 유리하게 문안을 만들어 제주(濟州)로 보냈다.
제주 부윤 신해정유(申解情由)는 송강의 죄를 감하여 매 스무 대에 강주노성(江州蘆城)으로 유배를 보내는 선에서 조치를 내리도록 했다.
- 76회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