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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국지 87

고수# 2023. 3. 2.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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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列國誌 87 : 楚漢誌 10, 何得美人兮 願從與遊(하득미인혜 원종여유)

그리운 님(임금)을 어디서 만나 더불어 놀아볼까! (천하를 論해볼까!)

韓信은 치속도위 <治粟都尉 : 국가의 양곡관리 총책>라는 官吏로 살아가 자니 괴로운 심사에 견딜 수 없었다. 지금이라도 張良의 <證標>를 보여주면 漢王의 대우가 단 번에 달라질 것은 말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韓信 자신에 대한 믿음이 확실하지 않은 漢王에게, 이제 와서 證標(증표)를 내놓는다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大元帥가 되어 천하를 평정하지 못할 바에야 사내대장부가 무엇 때문에 구차스럽게 이런 곳에 서 썩어야 하는가?)

韓信은 몇 날 며칠을 두고 홀로서 고민하다가 어느 날 아침 말을 타고 집을 나서며, 隨行兵(수행병)에게 말했 다. "며칠 동안 먼 곳을 좀 다녀올 것이니, 너는 따라오지 말고 집에 있거라."

韓信은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기 위하여 中原(중원)으로 떠나려는 것이었다. 韓信이 집을 떠난 지 두어 시간 후에, 簫何 는 韓信이 행방불명되었 다는 소식을 듣고 부리나 케 韓信의 집으로 달려와 보니, 한신은 이미 집을 떠나고 없지 않은가? (내가 염려하던 일이 기어 코 일어나고야 말았구나!) 簫何는 가슴을 치며 탄식하다가 "韓 大人이 오늘 아침 언제쯤 어느 쪽으로 가시더냐?"하고 執事에게 물으니, "오늘 아침 寅時 (아침 3시~5시 사이)에 東門(동문)에서 말을 타고 나가셨습니다."

簫何는 그 말을 듣자마자 무섭게 동문으로 말을 달려 나왔다. 그리고 말에 막 올라타려고 보니, 동문 기둥에 다음과 같은 詩가 한 수가 나붙어 있었다.

日未明兮 小星競光 (일미명혜 소성경광)
아직 날이 밝지 않아 작은 별이 빛을 다투고

運未遇兮 才能晦藏 (운미우혜 재능회장)
아직 운이 따르지 않아 재능은 감추어져 있고

霜蹄牽滯兮 身奇殊鄕 (상제견체 혜 신기수향)
세월에 다리가 굽어 갈 길이 막히니 몸을 타향에 의탁하였는데

龍泉埋沒兮 差鈍無鋼 (용천매몰혜 차둔무강)
용천검이 묻혔으니 쓸데없는 쇠붙이가 되었고

芝生幽谷兮 爲誰與採 (지생유곡혜 위수여채)
지초는 깊은 골에 그윽한 데 누구와 더불어 캘 것인가

蘭長深林兮 孰含其香 (난장심임혜 숙함기향)
난초가 깊은 숲에 있으니 그 향기를 그 누가 맡을 건가

何得美人兮 願從與遊 (하득미인혜 원종여유)
그리운 님(임금) 어디서 만나 모시고 즐겨(천하를 도모해) 볼 것인가

同心斷金兮 爲鸞爲鳳 (동심단금혜 위난위봉)
마음과 신의를 같이하면 난새가 될까 봉황이 될까..

簫何는 그 詩를 읽고 가슴 이 저려오는 아픔을 느꼈다. 단순한 武將(무장)으로만 알고 있었던 韓信이 詩文 에서 조차 이처럼 탁월한 재능이 있는 줄은 미처 몰랐다. 구구절절, 韓信의 애타는 심정이 가슴을 파고드는 것만 같았다.

(韓信같은 인물을 그냥 떠나게 할 수는 없다.)

소하는 조복(朝服)을 입은 채로 한신의 뒤를 맹렬히 쫓기 시작하였다. 중문을 나서면 중원으로 가는 길은 오직 하나뿐이었다. 簫何는 走馬加鞭(주마가편)을 계속하면서, 앞만 보고 달 렸다. 그러나 한낮이 기울 도록 달려갔지만, 韓信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혹시, 장수 하나가 백마를 타고 이곳으로 지나가는 것을 보지 못했소?" 초부 (樵夫 : 나무꾼)가 대답한다.

"보았지요. 한참 전에 이곳을 지나갔으니까, 지금쯤은 6, 70리도 더 갔을 것이오." 簫何는 점심도 굶은 채 계속해 한
신의 뒤를 쫓았다. 그러나 해가 저물 때까지 말을 달려, 寒溪嶺 골짜기까지 이르렀는데도 韓信을 발견하지 못했다. 때는 7월 중순이건만, 산속의 밤은 가을처럼 차갑고, 장마로 물이 불어 계곡을 건널 수가 없었다. 때마침 둥근달이 솟아올라, 달빛으로 건너갈 길을 찾고 있는데, 어디선가 문득 <히히 히잉>하는 말울음소리가 들려오는 것이었다.

(옳지 됐다! 韓信은 길이 막혀 이 부근 어딘가에 숨어있는 게 틀림없다!) 소하는 그런 생각이 들자, 높은 바위에 올라서서 두 손을 입에 모아대고 외쳐 댔다. "韓 將軍은 내게 한마디 인사도 없이 도망쳤으니, 세상에 어찌 이럴 수가 있단 말이오? 내가 여기까지 따라왔으니 속히 나와 주시오." 목이 터져라 세 번, 네 번 애타 게 외쳤지만 아무런 대답 이 없었다. 그래도 한 번 더 외쳐대는 가운데, 문득 어디선가 말이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온다. (옳지! 이제야 韓信이 내가 부르 는 소리를 들었나 보구나!) 소하가 크게 기뻐하며 인기척이 들리는 곳으로 바삐 걸음을 옮기니, 눈앞에 나타난 사람은 韓信이 아니라 등공(騰公) 夏侯英이 아닌가? 簫何 는 깜짝 놀라며, "아니, 騰公이 여긴 웬일이오?" 하
후영이 대답한다. "丞相 께서 漢王에게 환멸을 느끼시고 中原으로 떠나 가신다기에, 저도 승상과 운명을 같이하고자 따라오는 길이옵니다. 丞相께 서 어디로 가시든지, 저를 버리지 말아 주시옵소서."

簫何는 그 말을 듣자 氣가 막혔다. "내가 漢王을 배반하고 떠나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오? 백 번을 죽게 되더라도 결코 漢王 을 배반할 내가 아니오." "그러시다면, 무엇 때문에 온종일 말을 달려, 이곳까지 오셨습니까?" "내가 여기까지 온 것도 漢王에 게 忠誠(충성)을 다하려는 것 때문이었소. 韓信이라는 불세출의 인물 없이는 漢王께서 천하를 도모할 수
가없는데, 韓信이 떠났기 에 그를 찾으러 여기까지 쫓아온 것이오."

그럴 즈음, 韓信은 불어난 물에 막혀 계곡을 건너지 못하고 날이 밝기를 기다 리며 숲 속에 몸을 감추고 있다가, 두 사람이 주고받는 이야기를 듣고 크게 감동하였다. (과연, 簫何 는 하늘아래 둘도 없는 忠臣이로구나! 저런 사람을 宰相으로 쓰고 있는 漢王 의 미래는 반드시 영광스 러울 것이다!)

韓信은 숲 속에 숨어, 簫何 의 인품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宰相에 오른 사람은 흔히, 영화를 오래도록 누리고자 어진 사람들을 시기 질투하고 헐뜯기가 보통이 아니던 가? 그런데 簫何 丞相은 나를 大元帥로 밀고자 온갖 애를 썼을 뿐만 아니라, 나를 떠나지 못하 게 朝服(조복)을 입은 채로 여기까지 쫓아오셨으니, 세상에 이런 분이 어디 있겠는 가? 옛말에 <사내대장부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서는 목숨을 아끼 지 않는다.>는 말도 있지 않던가? 내 비록 大元帥 가 되지 못하는 限이 있다 라도, 簫何 丞相 같은 분을 배반하고 떠날 수는 없다!)

이렇게 결심한 韓信은 숲 속에서 나와 簫何 앞에 무릎을 꿇고 사죄한다. "丞相 閣下! 제가 각하의 고매하신 뜻을 저버리고, 여기까지 도망쳐 온 것을 용서해 주시옵소서." 簫何 는 갑자기 나타난 韓信을 보고, 그의 손을 잡아 일으 키며 감격하여 말한다. "무슨 말씀을! 將軍(장군)을 이 지경에 이르게 한 모든 책임은 오직 내게 있는 것이오. 百年 知己와 다름없는 우리가 뜻을 모으면 무슨 일이든 못하겠소? 지난 일은 깨끗이 잊어버리고, 어서 나와 함께 돌아가십시다. “ 韓信은 감격의 눈물을 닦으며, 簫何 하후영과 함께 歸路(귀로)에 올랐다.

한편, 朝廷에서는 丞相 簫何가 별안간 행방불명이 되어버리자 한바탕 소란 이 일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이런 소문도 돌았다. (大王 殿下께서 丞相의 請을 들어주지 않더니, 결국 韓信과 함께 떠나버렸구나!)

이러한 뒷공론을 듣자 한 왕은 크게 노하며, "丞相 簫何는 豊沛에 있을 때부터 나와 생사고락을 같이해 오면서 義兵을 일으켜 오늘에 이르렀다. 그러던 그가 느닷없이 韓信과 함께 도망을 가다니, 세상에 이럴 수가 있느냐! 簫何와 나는 公的으로는 君臣之間(군신지간)이지만, 私的(사적)으 로는 형제나 다름없는 사이다. 그런 그가 나를 버리고 도망을 가다니, 이제부터 나는 누구와 나라를 경영해 간다는 말이냐!"

漢王은 그때부터 식음을 전폐하고 자리에 누었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 저녁때, 禁門 밖에서 소란 스러 운 소리가 들리더니, 內官 이 급히 달려오며 이렇게 아뢰는 것이었다. "大王 전하! 丞相께서 韓信과 함께 지금 돌아오고 계시 옵니다." "漢王은 그 말을 듣자 한편으로는 기쁘고 한편으로는 섭섭함을 禁할 길이 없어, 禁門(금문) 밖으로 달려 나가 簫何를
보고 나무란다." "卿은 나를 배반하고 도망을 갔다가 이제 돌아오니, 세상에 어찌 이럴 수가 있단 말이오?" 簫何가 국궁 배례하며 아뢴다. "과분한 聖恩(성은)을 입고 있는 臣이, 어찌 도망할 수 있을 오리까? 다만 떠나가는 韓信을 붙잡아 데려 오려고 며칠간 자리를 비웠을 뿐이옵니다."

그러나 의심 많은 漢王은 그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 다. "卿은 무슨 말씀을 하고 계시오. 지금까지 나의 휘하에서 도망간 장수들이 한두 명이오? 그들이 도망칠 때는 그냥 놔두더니, 유독 韓信만은 붙잡아 데려오려고 했다 니, 그런 모순된 말씀이 어디 있단 말이오?" 簫何 가 다시 아뢴다. "지금까 지 도망친 장수들은 모두 가 대단치 않았던 인물들이었기 때문에, 애써 붙잡아 올 필요가 없었던 것이옵니다. 하오나 韓信 의 경우는 문제가 근본적으로 다르옵니다. 韓信은 천하에 둘도 없는 國家의 棟梁之材(동량지재)입니다. 대왕께 서 그냥 이곳 巴蜀에 머물러 계시려 하신다면, 韓信같은 인물은 필요치 않으실지 모르오나 項羽 를 쳐서 천하를 도모하시 려면, 무슨 일이 있어도 韓信만은 반드시 붙잡아 두셔야 하옵니다. 그리고 그에게 軍權(군권)을 모두 맡겨 천하를 도모하셔야 하옵니다. 이러한 臣의 諫言을 들어주지 않으신다면
小臣도 오늘로써 官職(관직)에 서 물러나, 고향에 돌아가 농사나 지으며 살겠습니 다."

簫何가 이처럼 극단적인 태도로 나오자, 옆에 있던 하후영이 漢王에게 諫한 다. "大王 전하! 丞相께서 이렇게까지 말씀하시니, 승상의 말씀대로 韓信을 大元帥로 발탁해 주시면 어떠하시겠습니까?" 그러자 漢王은 여전히 고개를 左右로 흔든다. (쇠고집치고는 흡사 그 누구를 닮았구나.)

"짐작컨대, 卿들은 韓信의 言辯(언변)에 현혹되어 그를 큰 인물로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大元帥를 그런 식으로 임명해서는 안되오. 대원수란 나라의 興亡(흥망)을 좌우하는 자리인 만큼, 그 자리를 아무에게 나 줄 수 없다는 말이오. 대원수가 되려면, 깊은 경륜은 물론 兵法(병법)과 戰略 戰術(전략 전술)에도 능통해야 하오. 만약 우리 軍의 統帥權(톳수권)을 韓信에게 맡겼다가 아차! 실수하는 날이면, 우리 모두가 滅亡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오. 韓信은 자기 부모의 屍身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한 사람 이오. 게다가 그는 項羽를 3년이 넘도록 섬겨 오면 서 겨우 <집극랑>이란 벼슬밖에 지내지 못한 사람이오. 丞相은 그러한 그를 어떻게 나라의 大元帥로 등용해 달라고 고집하시오?"

簫何가 다시 아뢴다. "大王께서는 눈에 보이는 사실만으로 판단하지 마시옵고, 한신의 무서운 잠재력을 깊이 생각해 주시옵소서. 일찍이 大聖孔子(대성공자)는 <상갓집 개>라는 모욕을 당하면서도 陳나 라와 蔡나라로 유세(遊說: 설득)를 다닌 일이 있었사온데, 그것은 공자 가 무능했기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公子는 거리의 불량배들에게 조롱당한 일이 여러 차례 있었다오 나, 그런 수모를 당한 것도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韓信이 거지꼴을 하고 다니며 시정잡배들에게 수모를 당한 것은 때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었음을 헤아려 주시옵소서."

韓王이 다시 반문한다. "그렇다면 한 마디만 더 묻겠소. 韓信이 項羽를 3년이 넘도록 섬겨오면서, 겨우 집극랑이란 벼슬 밖에 지내지 못한 것은 무엇 때문이었소?" 簫何 가 다시 아뢴다. "大王 전하! 제아무리 名馬라도 伯樂같은 名騎手를 만나 지 못하면, 한평생 노마 (駑馬 : 아둔한 말)의 신세 를 免키 어렵게 되는 법이 옵니다.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韓信은 천하 의 奇材(기재)이면서도, 項羽라 는 주인을 잘못 만났기 때문에, <집극랑>에 머물 러 있게 되었던 것이옵니 다. 丞相이라는 직책 가운 데 중요한 일의 하나는 훌륭한 인재를 발굴하여 적재적소에 쓸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는 것으로 알고 있사옵니다. 大王께서는 臣이 韓信의 辯論(변론)에만 현혹되어 그를 과대평가하고 있는 줄 알고 계시오 나, 결코 그렇지 않사옵니 다. 거듭 말씀드리기는, 韓信은 千年에 한 번쯤 날까 말까 한, 大元帥의 재목인 지라 이처럼 간곡한 말씀 을 드리는 것이옵니다."

簫何가 이렇게 까지 말을 하였으나, 漢王은 韓信을 대원수로 등용할 생각이 없었던지, 이렇게 대답을 돌려 버린다. "날이 저물었으니, 그 얘기는 이만 해두고, 내일 아침 朝會(조회)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합시다."

簫何가 퇴궐하여 韓信에 게 사실대로 말하자, 韓信 이 "丞相께서 아무리 애를 쓰셔도, 제가 大元帥로 기용될 가망은 없는 것 같사옵니다." 簫何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세차게 흔든다. "무슨 소리! 만약에 貴公(귀공)을 大元帥로 발탁해 주시지 않는다면, 나는 官職(관직)을 박차고 落鄕(낙향)해 버릴 생각이오." 韓信은 簫何의 同志(동지)적 義理(의리)에 크게 감동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마음이 심란하여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데, 한 밤중에 簫何로부터 <곧 와 달라>는 전갈이 왔다. 무슨 일인 가 싶어 급히 달려와 보니, 소하가 묻는다. "貴公이 楚나라에 있을 때, 范增은 貴公을 높이 써주도록 項羽에게 여러 차례 進言(진언)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소. 貴公은 范增에게 어떻게 보였기에, 그처럼 높게 평가받게 된 것이오?"

"韓信은 지난날의 일들을 눈을 감고 돌아보다가 대답한다. "楚나라에는 名將(명장)이라는 인물들이 많기 는 하오나, 제가 존경하는 분은 오직 范增 軍師(범증 군사) 한 사람뿐이었습니다. 그러 기에 저는 범증 군사를 만나기만 하면, <만약 군사께서 항왕은 받들고 천하를 통일하시려거든, 지금 劉邦을 죽여야 하보니 다. 그래야만 軍師의 뜻대 로 천하를 통일할 수 있을 것입니다.>하고 여러 차례 말씀 올린 일이 있었습니 다. 그랬더니 范增 軍師는 그때부터 저를 높이 평가 해 주신 걸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만약 그때에 項王이 范增 軍師의 진언대로 저를 높이 써주었다면, 저는 오늘날 이곳에 있지 않았을 것이옵니다."

簫何는 韓信의 얘기를 듣고 탄복하며, "만약 貴公이 張良 선생의 證標(증표)만 가지고 왔더라면, 이러한 노력이 없더라도, 단 번에 大元帥로 발탁될 수가 있었을 텐데...."하고 혼자 말로 탄식하는 게 아닌가? 韓信은 自己를 爲하여 이 처럼 애쓰는 簫何를 보자, 張良으로부터 받은 證標 를 끝까지 숨겨두고 있을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丞相 각하! 실은, 저는 張良 선생께서 주신 證標를 가지고 있다 옵니다." 그 소리에 簫何 는 까무러치게 놀란다. "뭐라고요? 張良 선생이 주신 證標를 가지고 있으 시다고..? 그게 사실이라 면, 어째서 지금까지 숨기 고 있었소?" 韓信은 품속에 간직해 두었던 證標를 簫何에게 말없이 내밀었다.

簫何는 자기가 가지고 있던 반 조각과 韓信이 내민 반 조각의 증표를 서로 맞춰 보았다. 그러자 두 개의 조각은 한 개처럼 기막히게 맞는 것이었다. 簫何는 날아갈 듯 기뻐하 면서, "이 증표를 가지고 있으면서, 왜 지금까지 말하지 않고 숨겨두고 있었느냐 말이오?"하고 韓信을 나무란다. 韓信은 겸연쩍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제가 객관적으로 제 실력이 검증되기 전에, 남의 소개로 발탁된 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 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張良 선생께서 주신 증표를 일부러 숨겨 왔던 것이옵니다." 簫何는 그 말을 듣자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역시.. 韓 將軍(한 장군) 은 韓 將軍다운 생각을 가지고 계셨구려. 그런데 그토록 숨겨 오던 증표를 지금은 왜 내놓으셨소?" 하고 묻는다.

韓信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이 이상 丞相 을 숨기는 것은, 義理(의리)에 벗어나는 처사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의리에서 벗어나는 일이 라니요? 도대체 무슨 의리에서 벗어나는 일이란 말씀이오?" "張良 선생의 證標를 내보이지 않았음 에도 불구하고, 丞相께서 는 저를 大元帥의 재목이 라고 인정해 주셨습니다. 제게 있어서, 丞相은 상상을 초월한 恩人(은인)이십니다. 그런 제가 어찌 丞相을 끝까지 속일 수 있겠사오 리까? 그래서 張良 선생 이 주신 證標를 이제야 내놓게 된 것이옵니다."

簫何는 그 말을 듣고 또 한 번 깊은 감명을 받고, 한신의 손을 덥석 잡았다. "증표를 진작 내보였던들 모든 문제는 벌써 해결되었을 텐데 그것을 끝까지 숨겨두고, 나를 그렇게 골탕을 먹였단 말이오?" 韓信은 정중하게 머리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그러나 제가 그 처음부터 그 證標를 내놓았다면, 승상께서도 저의 재능을 지금처럼 깊이 인정하지 는 않으셨을 것입니다." 簫何는 그 말을 듣고 소리를 크게 내어 웃으며, "장군은 증표 하나를 내보 이는 데도 이처럼 생각이 깊으시니, 어느 누가 감히 將軍을 당해낼 수 있게 소!? 하하하..! 아무튼 이제는 貴公이 大元帥로 발탁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니, 우리끼리 먼저 축하주를 한 잔씩 들기로 하십시다."

簫下는 酒안상을 크게 차려오도록 命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