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
2023. 1. 19. 16:43
*列國誌 78 : 楚漢誌 1
※ 前 편까지는 列國誌로 秦始皇의 출생의 비밀을 포함, 진시황이 천하를 통일하는 과정과 酒色雜技(주색잡기)에 빠진 진시황의 후예들과 부패한 관료들, 그리고 그 후유증으로 몰락해 가는 秦나라의 모습을 그렸으나 그 秦 나라도 民心이 이반됨으 로써 亡하게 됨에("民심 이 天心")인 것을 지금 이 나라의 최고 통수권자와 행정관료, 집권 여당은 가슴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천하는 다시 혼돈의 시대로 빠지게 된다. 이때, 혜성처럼 나타난 영웅이 있었으니 바로 項羽와 劉邦이다. 前 편까지는 <楚漢誌>의 예고편 성격이라 할 수 있다.
하여,
이제부터는 제목과 連番(연번) 은 '列國誌' 그대로 두되 漢나라 大王으로 즉위한 劉邦과 楚覇王이 된 項羽가 천하를 도모하기 위하여 피 튀기는 과정이 드라마틱하게 펼쳐지는 '楚漢誌' 1로 새롭게 시작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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劉邦은 張良과 작별한 뒤, 다시 갈 길을 재촉하였 다. 포중(褒中)까지는 아직도 한참을 더 가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일행이 5里쯤 갔을 때 後尾(후미)에서 별안간 난데없는 소동이 일어나고 있었다.
"뒤편에 무슨 일이 있기에 저렇게 소란스러우냐?" 劉邦이 측근에게 물었다. 그러자 바로 그때, 병사 하나가 헐레벌떡 달려와 유방에게 告한다. "대왕 전하! 조금 전에 우리가 건너온 金牛嶺(금우령) 고개에 큰 산불이 일어났사옵니다." "금우령 고개에 산불이 났다고? 누가 그런 짓을 했느냐?" "大王 전하! 조금 전에 張良이 도망을 가면서, 자기를 잡으러
오지 못하도록 모든 棧道(잔도)를 불태워 버렸다고 합니다." "뭐라고? 張良이 도망을 가면서, 추격을 못하게 모든 棧道에
불을 놓았다고?" 그제서 야 뒤를 돌아다보니, 金牛嶺 일대에는 불길이 맹렬하게 타오르고 있지 않은가?. (張良이 고국으 로 돌아가면서, 무슨 이유로 모든 잔도를 불태워 버린 것일까?)
劉邦이 그 이유를 몰라서 몹시 불안해하고 있는데, 군사들은 저마다 아우성을 치면서, "張良이 모든 잔도를 불태워 버렸으니, 우리는 장차 어느 길로 고향에 돌아간단 말인가?" "누가 아니래?! 고향에 돌아갈 길이 없어져 버렸으니, 우리는 영영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게 된 게 아닌가?!" "張良이란 者가 이처럼 배은망덕할 줄 알았으면, 차라리 그 자를 우리 손으로 죽여 버릴걸.."
張良에 대한 군사들의 怨聲(원성)은 이만저만이 아니었 다. 그도 그럴 것이, 잔도가 불타 없어지면 병사들이 심심 유곡을 벗어나 고향으로 돌아갈 길이 완전히 끊겨 버리기 때문이었다. 유방도 그 점이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張良 선생이? 그럴 수가!, 장량 선생조차도 나를 배신하고 떠났단 말인가...?" 유방이 원망스럽게 중얼거리고 있는데, 簫何(소하)가 황급히 달려와 아뢴다. "대왕 전하! 산불이 일어나 다리가 다 타버렸다고 조금도 염려하지 마시옵소서.
張良 선생은 조금 前, 저와 작별하고 떠나실 때, 우리의 利로움을 위해, 棧道를 모조리 불태우고 가시겠다고 미리 말씀해 주셨습니다." 劉邦은 그 말을 듣고 더욱 놀랐다. "우리가 언젠가는 그 다리를 이용하여 다시 咸陽으로 쳐들어가야 할 텐데, 왜 張良 선생이 그 다리를 모조리 태워 버렸단 말이오?"
劉邦은 簫何의 말을 듣고도, 張良의 의도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다리를 끊어 버리면 우리에게 어떤 利로운 점이 있다는 말이오?" 簫何가 다시 아뢴다. "張良 선생은 棧道(잔도)를 끊어버림으로써 생기는 네 가지의 利점에 대하여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첫째, 우리가 우리 스스로 다리를 끊어 버렸다는 소문이 퍼지면, 항우는 우리가 回軍(회군)할 의사가 전혀 없는 줄로 알고
우리를 경계하지 않을 것이니, 그것이 利로운 점의 첫째이옵고, 둘째, 項羽는 장한과 사마흔, 동예 등을 三秦王으로
임명하여, 우리가 咸陽으 로 나오지 못하도록 길목을 지키고 있는데, 항우가 경계하지 않음으로 三秦王들의 경계 태세도 자연히 소홀해질 것이니, 이것이 利로운 점의 둘째 이옵고, 셋째, 우리 군사들은 돌아갈 길이 끊어졌기 때문에 도망가기를 단념하고, 上下가 일치단결하여 대왕께 충성을 다할 것이니, 그것이 이로운 점의 셋째이옵고, 넷째, 항
우의 諸侯(제후)들은 우리에 대한 경계심이 없어지면 서 저희들끼리 세력다툼 이 일어날 것이니, 이것은 이로운 점의 넷째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장량 선생은 이와 같은 이유로 돌아가시는 길에 棧道를 계획적으로 태워버리 시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劉邦은 그 말을 듣고, 다시 한번 감탄한다. "장량 선생의 그처럼 사려 깊은 생각을 모르고, 일시나마 선생을 의심했 으니, 실로 부끄럽기 짝이 없구려. 그러면 우리는 안심하고 계속 나아갑시다."
이렇게 일행이 포주에 도착한 後, 유방은 吉日을 택하여 즉위식을 거행하 고, 정식으로 漢王의 자리에 올랐다. 劉邦
은 簫何 를 宰相(재상)으로 삼고, 조참, 번쾌, 주발, 관영 등을 원로 1等 功臣에 封하는 한편, 모든 장병들에게 논공행상을 크게 베풀었다. 그러고 나서, 軍, 官, 民에게 다음과 같은 훈시를 내렸다. <민, 관, 군은 비록 하는 일과 신분이 다르나, 서로의 생명을 존중해야 하는 점에서는 일체의 구별이 있을 수 없다. 軍과 官의 기본 사명은 백성들이 편하게 살아가 도록 도와주는 데 있으므 로, 금후에는 모든 시책을 백성 위주로 펴나가도록 하겠노라.>
이와 같은 훈시가 널리 알려지자, 백성들은 漢王 을 부모처럼 받들어 모시 게 되었다. 그리하여 반년 이 경과했을 때에는, 백성들은 길에 떨어진 물건을 주인이 찾아갈 때까지 주워가는 일이 없게 되었고, 밤에도 대문을 잠그는 일이 없었 다. 그야말로 집집마다 격양가(擊壤歌)를 높이 부르는 태평성대가 되었던 것이다.
한편, 張良은 유방에게 작별을 고한 뒤에 파촉의 로 통하는 棧道를 모조리 불살라 없애 버리고, 고국으로 가는 길을 서두르고 있었다. 그런데 鳳州(봉주)를 지나 보계산(寶鷄山)을 넘어가고 있는데, 별안간 멀리서 말을 탄 , 일단의 군사들이 뿌연 흙먼지를 일으키며 이쪽으로 달려오는 것이 아닌가? 그들은 장량과 마주치자, 정중하게 인사를 올리며 묻는다. "혹시, 선생은 장량 선생이 아니시옵니 까?" "그렇소만, 당신네들 은 뉘시오?" 그러자 군사 들은 공손히 머리를 굽히며 말한다. "저희들은 項伯장군의 명을 받고, 선생을 도와 드리기 위해 오는 중입니다." 장량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라며 물었다.
"나를 도와주러 오다니? 나를 어떻게 도와주려고 왔다는 말이오?" "항백 장군께서 말씀하시기를, 巴蜀으로 가는 길은 워낙 험하여 沛公과 張良 선생의 고생이 막심하실 것이니 저희더러 길을 인도해 드리라는 명령을 하셨습니다." 張良은 그 말을 듣고, 項佰의 우정이 눈물겹도록 고마웠다. "항백 장군의 우정이 고맙기 그지없구려. 그러나 沛公(패고)께서는 이미 巴蜀으로 들어가셨고, 나는 사정이 있어서 고국으로 돌아가는 길이라오. 여러분들이 나를 위해 수고스럽게도 여기까지 와 주셨으니, 나도 여러분과 함께 돌아가 항백 장군을 한번 만나 뵙고 가기로 하겠소."
장량은 발길을 돌려, 항백을 먼저 만나보고 고국으로 돌아가기로 旅程(여정)을 바꿨다. 그리하여 그 길로 項佰을 찾아가니, 항백은 버선발로 달려 나와 반갑게 맞아주며 말한다. "선생께서 이렇게 직접 찾아오실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선생께서는 巴蜀으로 가시지 않고, 어인 일로 혼자 떨어지셨습니까?"
張良은 그동안의 경과를 소상히 말해 주고, "고국을 떠난 지가 너무 오래되어 이제는 그곳 사정을 살펴보려고 가는 중입니다." 하고 말을 하니, 별안간 항백은 얼굴에 수심이 가득 해지며, "張良 선생이 떠나신 뒤에 이곳에서는 엄청난 비극이 있었습니 다."하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장량이 크게 놀라며 "엄청난 비극이라니 요? 어떤 일이 있었기에 '엄청난 비극'이라고 말씀하시오?"하고 되받아 묻는다.
項佰은 바로 대답을 못하고, 자신의 감정을 진정시키려는 듯 한동안 말이 없다가 간신히 입을 열어 대답한다. "그렇습니 다. 선생에게는 그야말로 엄청난 비극이었습니다. 선생께서 너무도 비통해하실 것 같아, 그 얘기를 입에 담기 조차 두렵습니 다." 張良은 그럴수록 초조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러십니까?
어떤 일이라도 상관없는 니 무슨 비극이 있었는지 빨리 말해 주시오." 장량이 다그쳐 묻자, 항백은 마지못해 사실대로 대답한다.
"너무 놀라지 마시옵소서. 바로 어제 韓王께서 項王 에 의해 살해되는 비극이 있었습니다." 張良은 그 말을 듣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韓王께서 項羽의 손에 살해되시다니, 그게 무슨 소리요? 韓나라에 계신 韓王께서 어떻게 項羽의 손에 살해되셨다는 말씀이오?" 그러자 項佰은 韓王이 살해된 경위를 자세히 설명해 주었는데, 그 경위는 다음과 같다.
項羽는 張良이 자기를 버리고 劉邦과 함께 巴蜀으로 들어갔다는 소식을 듣고 大怒(대로)하여 바로 韓王 을 호출하였다. 그리하여 韓王이 들어서기가 무섭게 다짜고짜, "劉邦과 짜고 나를 배반하여 張良 을 巴蜀으로 보냈으니 너는 나의 원수다!"라고 호통을 치며, 즉석에서 韓王을 한 칼에 쳐 죽여 버렸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韓王께서는 나 때문에 돌아가셨구려!" 張良은 목을 놓아 통곡하다 가 項佰에게 다시 묻는다. "그러면 대왕의 屍身(시신)은 어찌 되었소?" "韓王의 屍身은 본국에서 國葬(국장)을 치루 시도록 제가 어제 고국으로 보내 드렸습니 다." 그 말을 듣자마자 張良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다. "나는 바로 故國(고국)으 로 돌아가야 하겠소이다."
"오늘은 날이 저물었으니, 내일 아침에 떠나시면 어떻겠습니까?" "韓나라 의 宰相(재상)까지 지낸 내가 大王을 위하여 殉節(순절)은 못하나마, 어찌 한가로이 귀국을 지체할 수 있겠소 이까? 나는 이 길로 고국에 돌아가겠으나, 한 달 안으로 장군을 다시 찾아올 것이니 그리 아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그때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張良은 項佰과 작별하고 바로
고국으로 발길을 재촉하였다. 이윽고 고국에 돌아와 보니, 韓나라의 朝廷(조정)은 온통 슬픔에 잠겨 있었다.
張良은 대왕의 영전에 엎드려 울며, 떨리는 목소리로 맹세한다. "대왕께서 臣이 不敏(불민) 한 탓으로 폭군 항우의 손에 弑害(시해) 되셨으니, 項羽 는 이제 臣에게는 不俱戴天(불구대천)의 원수가 되었습니다. 臣은 大王의 혼령에 조금 이나마 위안을 드리고자, 천지신명에 맹세코 이 원수를 반드시 갚고야 말겠습니다."
張良의 맹세가 얼마나 처절했던지, 동석한 만조백관들 모두가 함께 목 놓아 울었다. 지금까 지는 劉邦과 項羽의 대결
이었지만 그러나 韓王 시해 사건으로, 항우는 장량의 철천지원수가 되어버렸으니....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