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 방랑기(190)
-
김삿갓 방랑기 34화
★ 시인 김삿갓 방랑기 034화 [석왕사(釋王寺)에 얽힌 내막 - 下] 이성계는 간밤에 꾸었던 꿈 이야기를 하였다. “내가 어떤 낡은 집에 있노라니, 별안간 모든 닭들이 일시에 ‘꼬끼오~’하고 요란스럽게 울었습니다. 닭의 울음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내가 있던 집이 갑자기 무너지기 시작하는 겁니다. 그래,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 뛰쳐나오려는데, 이미 지게에는 서까래 세 개를 얹어 놓았더란 말입니다.” “꿈은 그 뿐이었습니까?” “아닙니다. 서까래 세 개를 짊어지고 밖으로 나오니까 뜰에 피었던 꽃이 별안간 떨어지고, 그와 동시에 난데없이 거울이 깨지면서 요란한 소리가 나는 거예요. 아무리 생각하여도 예사 꿈은 아닌 듯한데, 혹시 흉몽이 아닌지요?” 무학도사는 꿈 이야기를 모두 듣고, 사뭇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
2020.09.13 -
김삿갓방랑기 33화
★ 시인 김삿갓 방랑기 033화 [석왕사(釋王寺)에 얽힌 내막 - 上] 김삿갓은 마침내 본연의 생활로 돌아왔다. 집을 떠난 지 2년 째, 그는 안락한 생활보다 천대를 받으며 찬밥 한 술로 끼니를 때우게 되더라도 술만 한 잔 더해진다면 바람 따라 흘러 다니는 지금의 생활이 훨씬 마음이 편하다고 생각했다. 김삿갓이 안변 관아를 떠나 북쪽으로 길을 잡아 발길을 옮긴 지 하루 째, 안변 설봉산 석왕사(釋王寺) 앞에 이르렀다. 이곳은 이태조(李太祖)의 건국신화가 서려 있는 곳이었다. 김삿갓이 이곳 석왕사에 온 까닭은 금강산 입석암을 떠날 때, “혹시 안변 석왕사에 가게 되면 반월 행자를 찾으시오. 그 아이는 나의 제자로 지금은 그곳에 있소이다. 사람이 선량하고 다정하니 삿갓 선생을 정성껏 도울 것이오.”라는 노스..
2020.09.12 -
김삿갓방랑기 32화
★ 시인 김삿갓 방랑기 032화 [가련과의 영원한 이별] 시간은 자꾸만 흘러갔다. 김삿갓은 항상 안변을 떠나야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가련과의 사랑에 얽매여 좀체 다시 길을 떠날 용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김삿갓은 가련과 사랑을 나누면서도 항상 걱정이 되는 것은 혹시라도 가련의 몸에 아기라도 생기면 어떡하나 하는 것이었다. 가련과 일생을 같이 한다면 모르겠거니와 김삿갓의 입장에서 본다면 정처 없는 방랑길에 한순간 불같은 열정에 사로잡혀 저지르고 있는 일인데, 만일 아기가 생긴다면 자신보다 가련의 불행이요, 아이의 불행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여러 가지 생각 때문에 김삿갓의 마음이 이곳 안변에 더 머물게 하지 않았다. 그는 어느 날 사또에게 자기의 뜻을 말했더니 사또가 펄쩍 뛰었다. “이왕 ..
2020.09.12 -
김삿갓방랑기31회ㅡ
☆ 시인 김삿갓 방랑기 031화 [가련과 보내는 밤] “훈장 노릇이 그렇게도 괴로운 일인가요?” “안 해본 사람은 모르지. 그러니 훈장님 훈장님 하지 말게.” “그럼 뭐라 부르지요?” “자네 마음대로..” “그럼, 서방님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그거 좋군!” 두 사람은 여기서 말을 멈췄다. 가까운 곳에서 밤 개가 짖는 소리가 나는 듯한데, 그 소리가 무엇엔가 파묻혀 아득하게 들린다. 이 순간 밖에서 눈이 내리는지 방안의 공기는 잠잠하고 촛불은 흔들림 없이 고요한 빛을 내고 있었다. 김삿갓은 갑자기 가련을 안아보고 싶은 충동이 불같이 일어났다. “서방님. 서방님께서 지으신 시가 왠지 소첩의 신세를 읊은 것 같아 눈물이 나려 하는군요.” “아니 그건 내 신세타령을 한 것인데 자네 처지와 같다니 그건 무슨 ..
2020.09.10 -
김삿갓 방랑기30화
★ 시인 김삿갓 방랑기 030화 [가련과의 은밀한 만남] 김삿갓은 안변사걸들이 넋을 잃은 것을 보자 심히 통쾌하였다. 뻘쭘해진 연회 분위기는 가련이 때문에 바뀌었다. “참 훈장님은 시상이 무궁무진하신가 봐요. 마르지 않는 샘처럼 말이에요. 말이야 바른 말이지 요즘 세상에는 돈 있으면 양반 행세를 하잖아요? 족보도 산다는데요. 뭘.” 가련이가 이렇게 말하자 문첨지가 호통을 쳤다. “예끼 이년, 방자하게 어디서 입방아를 찧느냐? 아직 젖비린내 나는 것이 뭘 안다고.” “호호호, 첨지님은 항상 쇤네를 미워하시더라. 언제 살풀이를 해야겠어요.” 가련이가 이렇게 받아넘기자 문첨지 입이 벌어진다. “살풀이 거 좋다. 네 집 안방에서 하자꾸나. 오늘 밤에 가랴?” “아이, 서진사 어른 허락부터 받으셔요.” “허허, ..
2020.09.09 -
김삿갓방랑기29화
★ 시인 김삿갓 방랑기 029화 [김삿갓, 양반들 골려먹기] “아마 아흔 칸이 넘을 것이라고들 말하는 뎁쇼.” 앞선 사령이 말을 하였다. 과연 그 정도가 될 것 같았다. 김삿갓은 서진사가 거드름을 필만하다고 생각했다. 이윽고 서진사집에 당도했다. 집안은 잔칫집답게 사방에 초롱불이 밝혀져 있고, 사람들이 분주하게 돌아다녔다. 김삿갓은 누구를 찾을 것도 없이 성큼성큼 사랑채로 향했다. 그가 사랑방 앞에 당도하니 방안에서는 네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자연 양반 이야기가 나오면 그 녀석이 맥을 못 출 것이 아니요? 첩의 자식도 어깨너머 글줄이나 익혀 문장깨나 할 줄 안다고 거들먹거릴 수도 있으니 글 잘한다고 모두 양반이겠소? 두고 보시오. 그놈도 서자 아니면 똑똑한 상놈일 거요.” 김삿갓은 이들이 ..
2020.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