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 (376)

2022. 6. 22. 19:12삼국지

삼국지(三國志) .. (376)

치열한 두뇌싸움 (하편)

 

느닫없는 곽회(郭淮)의 등장으로 다 잡은 줄 알았던 손례(孫禮)를 놓친 위연(魏延)이 전황 보고를 위해 승상 제갈양(丞相 諸葛亮)을 찾아왔다.



"승상, 무도성 앞에서 위군을 패퇴시켰습니다."

그윽한 눈으로 위연의 보고를 받던 공명이 입을 열어 묻는다.



"음, 이번 전투에서 수확은 좀 있었나?"

"위장 손례(魏將 孫禮)가 끌고온 삼천 군사 중에 이천을 사살하였고 손례를 생포하려 했으나, 부도독 곽회가 또 원군을 끌고와 손례를 구해 갔습니다. 예상 밖이었습니다. 원군 배후에 원군이 또 있으리라곤..."

"흠..."

공명은 짧게 허탈한 웃음을 웃어 보이고 계속해 말한다.

"사마의가 나의 의도를 간파했군."

"승상, 무슨 말씀입니까?"

위연이 공명의 말 뜻을 언뜻 알아 차리지 못하고 물었다.


공명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한다.

"무도(武都)와 음평(陰平)을 포위해 원군을 유도한 것은 속이 들여다 보이는 계략이라 경험이 없는 장수라도 알아차렸을 것이니, 사마의가 모를 리가 없었겠지. 사마의가 성을 포기하고 버린다면 주변의 수십 여 성내 위군들이 절망에 빠질 것이고 심지어 투항도 불사하겠지. 사마의는 오늘 공격을 받는 성에 원군을 보내서 예하 각 성의 동요를 막고 굳건한 결속을 다지려 한 것이 아니겠나? 손례는 주위의 성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가짜 지원군이었고 진짜 지원군은 곽회였지. 사마의가 직접 대군을 끌고 오지 않았어."

"정말 여우같은 자로군요."

강유가 한마디 덧붙인다.


"웬만한 미끼로는 유인하지 못할 게야. "

"아, 그럼 무슨 미끼가 필요할까요?"

위연이 고개를 기울이며 물었다.

그러자 공명이 고개를 내밀며 대답하였다.

"바로 나!"

"예...예? "

위연과 강유가 동시에 놀랐다.

"사마의는 꿈에서라도 내 목을 치고 싶을 것이야. 그러니 위연..."

"예."

"내일 아침 일찍 오천 군사로 무도를 치기위해 내가 직접 출정한다."

"승상, 너무 위험합니다."

강유가 만류하고 나섰다. 그것은 위연도 마찬가지로,

"승상, 사마의가 대군으로 짓쳐오면 너무 위험합니다."

"음! 알고 있네. 사람의 생사는 하늘에 달려 있으니 너무 걱정들 말고 두 사람은 이렇게 준비를 하도록 하게."

공명은 두 사람을 안심시키는 밀명을 덧붙였다.


다음날 날이 밝자, 공명은 무도와 음평 방향으로 정예병 오천을 은밀히 전진시켰다.




그러면서 공명 자신도 사륜거(四輪車)를 타고 병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진군 대열에 합류하였다.

그야말로 공명 자신이 무도와 음평의 공격을 직접 지휘하기 위한 출정이었던 것이다.

이것은 비밀리에 촉군 진지 깊숙이 침투해 있던 세작(細作)의 눈에 띄었다.

공명을 위시로 촉군 오천이 음평과 무도성으로 향한다는 소식은 위군 대도독 사마의에게 즉각 보고 되었다.



"대도독, 제갈양이 대군을 이끌고 무도로 가고 있습니다."

달려온 세작이 큰 건을 건졌다는 듯한 들뜬 소리를 내질렀지만 사마의의 반응은 냉담하였다.

그는 적진 모형도를 들여다보던 눈을 돌리지 않고 밖을 향해 명한다.



"여봐라, 저놈을 데려다 참하라."

"예!"

어느덧 달려온 호위 병사가 달려온 세작을 끌고 나가려고 붙잡았다.

자신이 가져온 정보로 큰 칭찬을 기대했던 세작은 당황하여 소리쳤다.



"대도독! 왜 이러십니까?"

"거짓 정보를 가지고 왔기 때문이다. 거짓말은 용서 할 수 없지!"

"대도독, 억울합니다. 절대, 절대 거짓말이 아닙니다. 제가 제갈양을 직접 봤습니다."

"그래? 제갈양이 키가 얼마고 무슨 옷을 입었으며 마차나 말에 탔느냐? 또 호위는 누가하더냐? 수행 군마는 얼마더냐? 본 것을 똑바로 말해라."

사마의는 철두철미하게 꼬치꼬치 따져 물었다.


"제갈양은 머리에는 윤건을 쓰고, 옷은 학창의를 입었고, 손에는 화로선을 들고 있었습니다. 출정할 당시에 사륜거를 타고 있었는데 앉은 채로 있어서 키를 알 수는 없었으나 오 내지 육 척으로 보였습니다. 호위하는 장수는 육척에 달하는 젊은 장수 강유였으며 이끄는 군사는 모두 오천 남짓입니다. 이것은 소인이 이십 여 리를 뒤따르며 확인한 사실입니다. 부디 믿어주십시오!"

세작이 다급한 소리로 위와 같이 아뢰니 비로소 사마의가 세작을 향해 돌아 앉는다.



"그래. 거짓말이 아닐 뿐더러 세심하게 보고 왔구나. 좋아. 너에게 상금 오백 냥을 내리겠다. 나가 보아라."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죽을 뻔하였던 세작은 코가 바닥에 닿도록 절을 한 뒤에 물러간다.

그러자 처음부터 이런 광경을 지켜보던 곽회가 묻는다.



"대도독 정말일까요? 제갈양이 본영을 떠나 무도로요?"

"내가 다년 간 제갈양을 지켜봐서 그의 습관을 알고 있지. 촉군이 성을 수중에 넣으면 승상인 제갈양은 직접 그곳으로 가서 관민(官民)들을 위로해 왔지."



"흐음... 맞습니다.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행한다 하더군요."

노장 장합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대도독, 놈을 없앨 절호의 기회 입니다. 무도는 공격은 쉽지만 수비가 어렵지요. 지금 이만 정병을 끌고 간다면 내일 새벽에 당도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해지기 전에 없앨 수 있습니다."

곽회가 당장 군사를 일으켜 제갈양의 공격 명령을 내려줄 것을 요청하였다. 그러자 사마의는,

"무도가 작은 성이기는 하나, 성의 주변은 모두 산악지형이네. 적은 수의 병사라도 매복시켜 놓는다면 능히 대군과 맞먹는 전력을 갖출 수 있지. 잊지말게. 바로 직전에 위연이 그곳에 매복한 적이 있어."


"대도독 말씀이 맞습니다. 지난번에 제갈양이 무도를 미끼 삼더니 이번에는 자신이 미끼가 되는군요."

장합이 자신의 생각을 드러낸다.

"제갈양... 그토록 대담한 계략을 펼쳐 보이다니, 정말 대단한 자야..."

사마의는 이렇게 공명의 능력에 스스로 감탄하며 중얼거렸다.

그러다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던지 탁자를 탁 하고 치면서,



"으응...?"

하고, 스스로 놀라면서 곽회와 장합을 번갈아 올려다 보았다. 그리고 이어서,

"내가 그 미끼를 물지 않고 제갈양이 가는 반대편을 노린다면 그뿐이 아닌가? 무도를 공격하기 위해서 제갈양이 자리를 비운 촉군의 본영을 공격한다면...?"

"알겠습니다. 굳이 제갈양을 쫒을 것 없이 반대로 놈의 허를 찔러 본영을 노리면 되겠군요."

장합이 사건의 전개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말한다.

그 소리를 듣고, 사마의가,

"역시 장군은 백전노장답게 한 눈에 간파하는군요. 촉군의 군량이 모두 본영에 있으니, 그것이 놈들의 생명줄이지. 그러니 본영을 공격하는 척 하다가 군량고를 공격하면 틀림없이 촉군은 와해되고 말 것이오."



"대도독 이번 전투는 제게 맡기십시오. 이만 정병을 끌고가서 촉군 본영을 치겠습니다."

장합이 자원하고 나섰다.

그러나 사마의는 고개를 내저으며,

"장군은 삼대에 걸친 노장으로 지금까지 할 만큼 하셨으니 이번에는 후벼들에게 양보하시지요."

하고, 만류한다. 그러나 장합은,

"너무 오랫동안 쉬었더니 보검은 녹슬어 가고 온 몸이 다 근질근질 합니다. 꼭 제가 가야겠습니다."

하고, 고집을 피운다.

사마의가 자리에서 일어나 노장군을 대하는 예의를 갖춰 보이며,



"좋소. 그러면 촉군 본영 공격 책임은 장군이 맡으시오. ​그러나 공격 선봉은 젊은 장수를 세우고 장군이 직접 피를 묻히는 일은 없도록 하시오."

하고, 허락하니, 장합은 두 손을 맞잡아 올리며 명을 수령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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