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산의 멋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산책길

2021. 8. 23. 07:49추억 풍경사진

 

서울의 최동단에 위치한 망우산+아차산은 삼국시대로부터의 역사를 간직한 장소다. 망우산은 일제강점기인 1933년부터 1973년까지 공동묘지로 운영되었기에 꺼림직한 느낌이 드는 곳이었지만, 지금은 망우역사문화공원으로 탈바꿈하여 서울 시민을 비롯하여 인근 주민들이 즐겨찾는 장소가 되었다.

흥미롭게도 90년대에는 사격과 양궁 국가대표 선수들이 담력을 키우기 위해 야간 공동묘지 산책을 하고는 했었다. 역사문화공간으로 변신한 지금에는 묘지라는 느낌은 전혀 찾아볼 수 없으며 각종 산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며 기분좋게 산책할 수 있는 코스다.



망우산에서 깔딱고개를 넘어 이어지는 아차산은, 백제 시대에 산성이 만들어지고 고구려가 남진하여 점유하고 개축하였으며 지금까지 남아있는 보루는 신라 때 세워졌다. 즉, 한강유역을 자치하기 위한 삼국의 치열한 역사를 보여주는 곳이다.


산성을 비롯하여 보루와 각종 유적들이 묻혀 있으며 그 중 일부를 지자체에서 복원하고 있다. 해발 3백미터가 채 안 되는 남산만한 높이지만 해넘이 풍경과 해돋이를 함께 볼 수 있는 것도 망우산+아차산이 주는 매력이다.

삼국시대부터 군사적 요충지였기에 광진구(廣津區), 광나루라는 명칭이 아직도 남아 있으며 시원한 바람과 함께 걷는 맛이 탁월하다. 광진에서 진(津)은 군사진지를 말한다. 노량진, 한강진, 양화진, 송파진(석촌호수 부근)에 그 흔적이 남아있다.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는 아이디어라야 가치가 있다'는 평소의 생각에 비춰 산책코스를 정리했다. 북으로는 서울의 마지막 행정구역이고 남으로는 광나루역이 있으며 동향으로 경기도 구리시와 접해있다. 서편으로는 광진구와 중랑구, 동대문구 일대가 한눈에 들어오며 그 너머로 북한산까지 조망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5호선 아차산역에서 산책을 시작할 것이나 글쓴이가 추천하는 코스는 경의-중앙선 양원역에서 시작하여 망우공원을 거쳐 아차산 고구려정으로 하산하는 코스를 소개한다. 무엇보다 길이 험하지 않고 시내 중심부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아차산만의 멋이 있다.

워킹의 시작은 양원역 2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눈앞에 보이는 중랑캠핑숲에서 시작한다. 말 그대로 자동차 캠핑을 할 수 있는 공원이며 가족 단위 휴식을 위한 분수와 잔디밭이 제법 넓다. 망우산 가는 김에 살짝 둘러서 분위기를 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이정표를 따라 망우리공원으로 가보자. 초입에는 역사문학공원을 조성해 놓아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이곳에는 유관순 열사 합장비가 있는 곳으로 독립운동에 헌신한 여러 선조들의 묘비가 있는 장소다.

중랑구에서 산책길을 조성해 놓았는데 역사문화코스는 한국사를 대표하는 인물들과 함께 하는 자연여행, 인문학길 사잇길 코스, 서울둘레길 2코스 등으로 나뉘어져 있다. 현대사에 족적을 남긴 인물들의 간략한 기록이 연보비로 세워졌고 이를 따라 거닐어보는 코스다.





망우는 '근심을 잊는다'는 뜻이다. 태조 이성계가 자신의 묘자리를 동구릉으로 선택하고 귀경하는 길에, 지금의 망우산에서 자신의 건원릉(동구릉)을 보면서 '이제 근심을 놓았다'라고 한 데서 기원한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망우산 정상이다. 조망대를 설치해 놨으므로 면목동을 넘어 북한산과 남산, 강동구가 한눈에 들어온다. 여기서 하산하면 용마공원과 망우역이 나오고 사가정공원으로 빠질 수도 있다. 망우산 정상까지 가장 빠른 길은 용마공원에서 접근하는 루트다.

용마산5보루(깔딱고개)에서 아차산 정상까지의 코스가 압권

다시 아차산 방향으로 길을 나서보자. 어느 산에나 있는 깔딱고개를 올라서면 우측에 사가정공원으로 내려갈 수 있는 길이 있는데, 이정표도 없고 길이라고 여겨지지 않아서 지나치기 십상이다.





그러나 망우산+아차산의 중간 지점이므로 사가정역에서 바로 접근할 수 있다. 이 코스는 빠른 길이면서도 중턱쯤에 있는 큰 바위에 서서 면목동 일대를 조망할 수 있어서 괜찮은 루트다. 왼편으로는 하늘빛을 편광시킨 짙푸른 한강을 감상하고 우측으로는 서서히 물들어가는 노을을 보면서 아차산 방향으로 걸어보자.










군데군데 여러 보루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으며 지자체에서 복원한 아차산성이 지척이다. 무엇보다 남북 분단 상황에서 장쾌했던 고구려 유적을 살짝이나마 맛볼 수 있어서 좋다. 한편, 4보루 못 미쳐 우측으로 빠지면 4화에서 소개한 용마폭포공원이 나온다. 중간에 조망대를 여러 곳 설치해 놓아 석양과 함께 시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아차산 정상부를 조금 지나 우측으로 빠지는 길이 긴고랑계곡이다. 아차산생태공원에서 올라오는 것보다 이 길이 더짧다. 군자역에서 계곡 입구까지 마을버스(광진02)가 다니므로 접근이 무척 쉽다.





산마루에서 바라보는 풍광이 훌륭할 뿐더러 고구려정까지 이어지는 길에 조망대가 여러 곳이므로 퐁당퐁당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비슷해 보이는 풍경이지만 보는 각도가 달라서 시원한 맛을 선사한다.

망우산+아차산의 지세는 남북으로 타원형이므로 걷다가 어느 곳으로 빠져도 된다. 지도상에 표시하지 않은 길이 여러곳이다. 구리쪽 방면으로는 아치울 계곡의 풍경이 상당히 이국적이고 고구려대장간 마을도 시선을 잡아끄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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