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 방랑기 186화
2021. 2. 15. 08:35ㆍ김삿갓 방랑기
★ 시인 김삿갓 방랑기 186화
[백마강에 얽힌 전설]
낙화암에서 비탈길을 북쪽으로 걸어 내려오면 강물이 눈앞에 굽어보이는 절벽을 배경으로 고란사(皐蘭寺)라는 절이 있다.
백제 때 창건된 절로서 원래는 高蘭寺(고란사)라고 불렀는데, 절 뒤의 절벽 바위틈에 고란초(皐蘭草)가 있다고 해서 절의 이름이 숫제 皐蘭寺(고란사)로 불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고란초는 난초의 일종이나 잎이 적은 기이한 난초이다. 포자(胞子)가 1년에 하나밖에 생겨나지 않아 번식하기가 매우 어려운 음화(陰花) 식물이라는 것이다.
양지도 음지도 아닌 바위틈의 습지에서만 자라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오직 고란사 뒤의 절벽에서만 있다는 것이다.
김삿갓은 고란사 주지 스님으로부터 이와 같은 설명을 듣고,
“그렇다면 고란초는 삼천궁녀의 원한이 식물로 나타난 것이 아닐까요?”
하고 우스갯소리로 말했다.
고란사에서 백마강을 굽어보면 강기슭에 조룡대(釣龍臺)라는 바위 하나가 물 위에 솟아 나와 있다.
그 바위에는 백제가 망하던 때의 슬픈 전설이 얽혀 있다.
백제를 치러 당나라에서 온 소정방(蘇定方)이 금강을 건너오는데, 때마침 모진 바람이 불어 강물이 세차게 출렁이는 까닭에 강을 건널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강가에 있는 노인에게 “풍랑이 왜 이다지도 심하냐?”고 물었더니, 그 노인은 이렇게 대답했다는 것이다.
“백제의 선왕이신 무왕(武王)께서 나라를 구하시고자 물속에서 용으로 변해 조화를 부리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무왕은 생전에 어떤 물건을 좋아했느냐?”
“무왕께서는 생전에 당신이 타고 다니시던 백마를 가장 사랑하셨습니다.”
그리하여 소정방은 백마 한 필을 구해다가 한칼로 백마의 목을 벤 후 그 머리를 미끼로 삼아 조룡대 바위에 걸터앉아 낚시를 하여 커다란 용 한 마리를 낚아 올렸다.
그러자 풍랑이 잦아들었고, 소정방은 강을 무사히 건너가 백제를 멸망시킬 수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그 바위를 ‘조룡대’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까지도 금강의 무명지류(無名支流)에 지나지 않았던 그 강을 그때부터 ‘백마강’이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꿈꾸는 백마강)
백마강 달밤에 물새가 울어
잊어버린 옛날이 애달프구나.
저어라 사공아 일엽편주 두둥실
낙화암 그늘에서 울어나 보자.
고란사 종소리 사무치는데,
구곡간장 울울이 찢어지는 듯
누구라 알리요, 백마강 탄식을
깨어진 달빛만 옛날 같구나.
김삿갓은 어디선가 구슬프게 들려오는 노랫소리에 귀가 번쩍 틔었다.
그리하여 노랫소리가 들린 곳을 유심히 살펴보니, 조룡대 옆에 떠 있는 나룻배에서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김삿갓은 나룻배 사공을 향해 소리쳤다.
“노형, 노랫소리가 기가 막히는구려! 그나저나 내가 배가 몹시 고픈데, 이 근처에 주막이 없을까요?”
그러자 뱃사공은 나룻배를 가까이 갖다 대며 말했다.
“어서 타시지요. 이 배를 타고 낙화암 절벽 밑을 감돌아가면 ‘구두레’라는 나루터가 나오지요. 거기에 가면 퇴물 기생이 열고 있는 몽중몽(夢中夢)이라는 주막이 있다오.”
“주막 이름이 ‘몽중몽’이라? 그것 참, 이름부터가 멋있는 주막이구려. 그렇다면 나를 구두레 나루터까지 데려다주시오.”
김삿갓은 백마강 물 위에 둥실 떠서 낙화암을 돌아다보니 고란사는 물안개 속에 잠겨 아스라이 보였다.
그리하여 김삿갓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홍양호(洪良浩)의 주중망 고란사(舟中望 皐蘭寺)라는 시가 읊조려졌다.
비는 나룻배에 부슬부슬 내리고,
백제의 왕기는 연기 속에 사라졌네.
슬프다 천 년 동안 질탕하게 놀던 곳
희미한 등불 아래 중은 졸고 있네.
〈제187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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